남남갈등의 남남갈등을 넘어서:
뉴라이트와 분단체제론의 비판적 고찰

** 이 글은 2006년 9월 29일 있었던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심포지엄 “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에 발표했던 토론문을 논문의 형식으로 수정한 것이다.

손호철󰋯서강대 교수/ 정치외교학


북한의 핵, 미사일, 금융제재문제로 북한문제가 국제적 쟁점이 되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이들 문제와 전시작전통수권 문제 등으로 남남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정세를 고려할 때 얼마 전 있었던 한겨레 통일문화재단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의 토론회는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크다. 특히 ‘남남갈등’ 남남갈등은 말 그대로 “남한사회의 내부갈등”을 의미하는 바 계급갈등, 지역주의, 젠더갈등 등 남한사회 내부의 모든 갈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을 “남북관계를 둘러싼 남한 사회내부의 갈등”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바 이 글에서도 그 같은 용법을 따를 것이다. 이 개념의 역사와 남남갈등의 역사적 변화에 대해서는 손호철, ｢분단과 남남갈등 60년｣, 손호철, 󰡔해방 60년의 한국정치󰡕, 이매진, 2006 참조.
을 다룬 제 2부의 경우 원로학자이자 대표적인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백낙청교수와 이인호교수가 ‘진보’와 ‘보수’라는 다른 관점에서 무게 있는 목소리로 날카로운 분석과 지혜가 담긴 조언들을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백낙청교수와 이인호교수를 ‘진보’니 ‘보수’니 하는 한 두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과잉단순화이다. 그러나 주최측의 의도도 그러하고, 발제의 내용도 그러하고 백교수와 이교수는 크게 보아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진보’, ‘보수’에 대해서는 다양한 용법이 가능하지만(이에 대해서는 손호철, ｢한국정치의 발전방향: 진보적 시각에서｣, 손호철, 󰡔해방 60년의 한국정치󰡕 참조). 진보, 보수의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 진보(민주노동당, 민중연대), 개혁적 보수내지 자유주의적 보수(열린우리당, 시민단체), 냉전적 보수(한나라당, 뉴라이트)의 3분법이 한국의 이념적 지형을 보다 잘 설명한다. 이교수의 경우 그간의 입장은 자유주의적 보수라고 볼 수 있으나 최근 들어 뉴라이트운동에 관여하는 등 냉전적 보수노선에 가까워졌고 이번 발표의 경우도 적지 않은 부분이 냉전적 보수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백교수의 경우 스스로 ’중도적 변혁주의‘를 내세우며 중도를 자칭하고 있어 무조건 ‘진보’로 분류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백교수와 이교수의 글을 접하면서 백낙청, “어디가 중도이며 어째서 변혁인가: 남남갈등에서 한반도 선진사회로”와 이인호, “남남갈등 해결의 길”,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2006년 학술회의 “한반도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발표문(2006년 9월 29일). 아래 인용은 이 학술회의 자료집의 두 사람의 논문의 쪽수만 표시하고자 한다.
눈에 띄 것은 역시 ‘남남갈등’이다. 즉 한국현대사로부터 현재의 정세, 앞으로의 전망과 처방에 있어서 두 학자들은 상당히 다른 주장들을 하고 있다. 백교수는 자신의 분단체제론이라는 시각에서 최근의 변화와 남남갈등을 분석하고 있다면 이교수는 뉴라이트시각에서 진보진영의 한국현대사 인식을 비판하면서 남남갈등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남갈등에 대한 남남갈등’이다. 그러나 갈등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며 문제는 이 갈등을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건설적 논의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 글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이교수의 뉴라이트적 한국현대사 인식과 백교수의 분단체제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남남갈등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밝히고자 한다.


1. 뉴라이트 역사관의 빈곤

2. 분단체제론의 전진? 아니면 후퇴?

3. 남남갈등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이제 남남갈등에 대한 나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남남갈등은 1945년 이후 시작됐으며 한국현대사는 남남갈등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호철, ｢분단과 남남갈등 60년｣(위의 글) 참조.
그러나 최근 들어 증폭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뿌리 깊은 반공주의, 그리고 1980년 이후 생겨난 한국사회의 이념적 분화, 그리고 이와 결합되어 있는 지역주의 등 구조적 요인에 크게 기인한다. 그러나 김대중정부 집권 후, 특히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후 남남갈등이 심화된 것은 여러 정세적 요인, 사건사적 요인에도 의존하고 있다.
우선 2000년 총선을 겨냥해 정상회담을 발표한 김대중정부의 정략적 추진과 업적주의, 한나라당과 냉전적 언론의 정략적인 시비, 신자유주의 정책(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북한에 퍼주냐는 비판을 야기한), 일부 운동권의 감상주의 내지 소영웅주의적 처신, 북한지도부의 체제유지주의(서해도발 등), 부시행정부의 강경노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다. 또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부가 다시 승리하자 냉전적 보수세력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조직화하고 정치화한 것도 한 요인이다. 게다가 노무현정부는 불필요한 전투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어 냈다. 즉 별 내용도 없으면서, 아니 한미FTA 추진, 한나라당과의 연정추진 등이 보여주듯이 내용적으로는 아주 보수적이면서 형식과 스타일만 급진적인 스타일의 급진주의 때문에 남남갈등을 증폭시켰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해소하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구조적 요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노무현식의 불필요한 전투적 리더십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을 고쳐나가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 지식인, 언론 등의 절제와 선동적인 언행의 자제가 필요하다.
간단한 두 가지만 첨가하고자 한다. 앞에서 봤듯이(6.15선언에 반대한 좌파 등) 우리의 남남갈등은 단순히 진보 대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같은 과잉단순화를 벗어나 더욱 섬세하고 입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 문제이다. 우리 헌법은 국가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로 규정하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가 단순한 반공주의가 아니라 사상, 결사, 집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체제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의 소위 민주화의 제 3의 물결을 총정리했고 보수적이며 세계적으로 민주화의 교과서로 사용되는 민주화연구조차도 특정한 이념이나 정당을 금지하는 체제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잘해야 제한적 정치적 민주주의에 불과하다고 쓰고 있다. G. O‘Donnell & P. Schmitter, Transitions from Authoritarian Rule: Tentative Conclusions about Uncertain Democracies, the John Hopkins Uinv. Press, 1986.
이 점에서 우리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이름아래 자유민주주의를 압살해온 ‘자유민주주의의 압살사’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결국 코미디로 끝나고 말았지만 2004년 정기국회에서 있었던 노무현정부의 국가보안법 폐지 노력 등에 대해 냉전세력이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결사반대하고 나선 국가보안법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해온 악법이다. 따라서 이를 철폐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