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2020의 문제점과 남북관계의 함축성


** 이 글은 2006년 2월 한국국제정치학회 주최 <국방안보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것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이철기󰋯동국대 교수/ 국제관계학과


1. 머리말

참여정부는 2005년 9월 13일, 병력위주의 양적인 군대를 기술집약형의 군대로 전환한다는 목표아래 2020년까지 상비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이는 ‘국방개혁2020’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국방개혁안에 따르면, 2020년을 목표연도로 현재 68만 1천명인 군병력을 18만 1천명 감축해 50만명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육군의 경우 현재 54만 8천명에서 37만 1천명으로 17만 7천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합동참모본부, 󰡔군구조개혁(안)󰡕, 국방부, 2005년 9월.
국방개혁안의 골자는 군병력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감축하고, 육해공군 3군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며, 작전지휘체제의 통폐합을 통해 효율화를 기하여, 국방부의 문민화 확대 등을 통해 군의 문민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방개혁은 군의 미래지향적 개편과 장기적인 국방정책 수립을 위한 시대적 요청이다. 전세계적으로 각 국가마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군을 개혁하고 개편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심지어 세계 최강인 미국조차 군조직을 혁신하고 군사전략을 개편하는 대대적인 군변혁(military transformation)을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군은 아직도 6.25 전쟁 직후와 별반 다름없는 군사전략과 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국방개혁은 불가피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 동안 우리정부는 1988년 ‘818계획’이라고 불리는 ｢국방태세발전방안｣을 비롯해 7차례에 걸쳐 국방개혁을 추진한 바 있으나,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국방개혁계획 가운데 주요한 사례로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818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한 ｢국방태세 발전방안(818계획)｣을 비롯해, 1993년-1995년 ‘21세기 국방연구위원회’의 ｢21세기 국방태세연구안｣, 1998년-2003년 ‘국방개혁추진위원회’의 ｢국방개혁 5개년계획｣, 1999년-2003년 ‘군사혁신기획단’의 ｢한국적 군사혁신의 비전과 방책｣ 등이 있다.
군 내부의 반발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정부가 적극적인 국방개혁안을 마련하고, ｢국방개혁기본법｣을 통해 법제화를 추진 중에 있으며,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국방개혁안은 국방부를 중심으로 군에서 스스로 개혁안을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국방개혁안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감군을 통한 국방개혁이 대북 억지력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보수진영의 반대 목소리가 있는 반면, 병력 감축 규모가 작고 오히려 국방예산의 증액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안은 김대중 정부시절에 추진했던 ｢국방개혁 5개년 계획｣의 복사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1998년 당시의 국방개혁안보다도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998년안에는 목표년도의 유지 병력수를 40만-50만으로 잡고 있어 최대 30만명을 감축해 40만명선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나, 이번 국방개혁안은 18만여명을 감축해 50만명을 유지하겠다고 못 박고 있다. 게다가 1998년안이 목표년도를 2015년으로 잡고 있었는데 비해, 참여정부 국방개혁안은 목표년도를 5년 늦춘 2020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현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안에 대한 비판 가운데는 남북관계와 통일을 염두에 두지 않고 수립된 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개혁이 한국의 일방적인 병력감축이나 군사력 증강 또는 군 구조 개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남북한간의 군축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해야 하고, 또 통일을 대비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본 논문은 이런 관점에서 국방개혁과 남북관계의 상관성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2. 협력적 자주국방론과 국방개혁2020에 대한 평가

1) 협력적 자주국방론의 특징
2) 국방개혁2020의 특징과 평가
(1) 국방개혁2020의 특징
(2) 국방개혁안에 대한 평가

3. 국방개혁과 남북관계간의 상관관계
1) 국방개혁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1) 긍정적 측면
(2) 부정적 측면

2) 국방개혁에서 고려해야 할 남북관계 변수
(1) 남북관계 변화 변수
(2) 남북한 군비통제 및 군축 변수

3) 남북통일 변수
4) 남북관계와 조화된 국방개혁방안

4. 맺는 말

참여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법제화를 기하면서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국방부를 중심으로 군 스스로 국방개혁안을 만들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그러나 소수정예과학군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도한 병력을 유지하는 병력집약형의 ‘대병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육군의 비대화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국방부의 국방개혁안은 통일이나 남북관계 및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국방개혁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국방개혁 추진은 북한을 군축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남북한간에 군사력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가능한 한 조기에 남한과 군축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이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당규모의 병력 감축이 북한에게도 병력 감축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남한의 대북 군사전략의 변화와 첨단무기 도입에 따른 전쟁 개념의 변화는 어떤 식으로든지 북한의 군구조와 전략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방개혁을 이유로 추진하고 있는 군사력의 대폭적인 증강이 남북한간의 군사력 격차와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남북한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반도의 안보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또한 한국의 군사력 증강과 대북 타격능력의 강화는 남북한간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북한을 더욱 비대칭전력에 매달리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은 일방적인 병력 감축이나 군사력 증강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남북관계의 변화와 남북한간 군비통제 및 군축, 그리고 남북통일 등 세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국방개혁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전되어 온 남북관계의 발전과 향후 변화될 남북관계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북한을 군사적으로 자극하거나 군비경쟁을 촉발시켜서는 안 되며, 남북한의 군사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향후 남북한간에 진행될 군비통제와 군축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하고 통일 이후에 전개될 군사안보적 상황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고 대비해 추진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통일국가의 적정한 군사력에 대한 평가가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