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정책국장


1. 들어가며

1980년대 말에 본격화되어 1990년대 중반 단절의 위기까지 경험했던 한국 사회의 대중적 장애인운동은, 2000년 이후 매우 파격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복원을 알렸다. 2001년 1월 말,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수직형리프트 추락 사고를 계기로 결성된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는 ‘쇠사슬’과 ‘점거’로 상징되는 비합법적이고 매우 전투적인 활동들을 벌여내며, 운동 사회는 물론 전체 사회에 일정한 충격을 주었다.
중증장애인 주체들이 중심이 된 이러한 이동권 투쟁을 시작으로 장애인운동계에서는 장애인 기본생활권 확보를 위한 장애인수급권연대와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대책위원회, 장애인 노동권 영역에서의 장애인노동권연대와 장애인고용장려금축소철회를 위한 중증장애인사업장 공동대책위위원회, 시설 문제의 대응을 위한 조건부신고시설 생활인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정립회관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회원회, 그리고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다양한 권리 영역별 연대체들과 사안별 공대위들이 구성되어, 이전과는 다른 대중적 투쟁을 확산시켜 내게 된다.
2007년 상반기에 이러한 장애인 대중들의 치열한 투쟁은 매우 구체적인 성과들을 연달아 만들어 냈다. 3월 6일에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4월 30일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5월 8일에는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가 서울시 의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법안들의 제정 투쟁 과정, 주요 내용 및 향후 과제 등을 공유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적으로 한다. 더불어 기본권 쟁취와 이에 대응하는 법률의 제정이라는 양태로 진행되어 왔던 대중적 장애인운동이 이제 하나의 전환점에 이르고 있음을 설명하고, 이러한 전환점이 위기가 아닌 재도약으로 이어지기 위해 진정한 의미의 연대가 이루어져야 함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할 것이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개요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1990년에 미국에서 제정된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y Act: 이하 ADA)을 하나의 모델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50-60년대에 강력히 전개되었던 흑인 민권운동의 영향으로 1964년 시민권법(Civil Rights Act of 1964)이 제정되었으며, 이후 이러한 민권운동의 흐름은 여성과 장애인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ADA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1964년 시민권법의 구조와 틀을 장애인 영역으로 확대 적용하여 제정된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미국에서 ADA가 제정된 이후 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호주(1992), 영국(1995), 홍콩(1995), 독일(2000) 등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형태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게 된다.
미국 ADA의 경우 그 내용은 크게 TitleⅠ: 고용(employment), TitleⅡ: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 TitleⅢ: 민간운영 공공편의시설 및 서비스(public accommodation and services operated by private entities), TitleⅣ: 통신(tele-communication) 그리고 기타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TitleⅤ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제1장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가 지니고, 교통과 관련한 차별은 교통부(Dept. of Transportation)가 담당하는 등 각각의 영역에 대한 업무는 별도의 기구를 두지 않고 기존의 기구나 부서들이 담당을 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구조와 내용, 그리고 이에 따른 차별 시정 기구는 각국의 법률 체계 및 행정 시스템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예를 들어 영국이나 홍콩 등은 독자적인 차별시정 기구를 두고 있으며, 호주나 뉴질랜드는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장애인차별시정업무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두고 있다.
한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역시 미국의 ADA와 외국 여러 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참조하여 그 안이 만들어지게 되지만, 나름의 독자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 3월 6일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은 크게 제1장 총칙, 제2장 차별금지, 제3장 여성장애인 및 장애아동 등, 제4장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및 권리구제 등, 제5장 손해배상, 입증책임 등, 제6장 벌칙의 총 6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장 차별금지와 관련된 영역은 총 17개의 생활 세계를 6개의 장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세심히 다루고 있으며(제1절 고용, 제2절 교육, 제3절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제4절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제5절 모․부성권, 성 등, 제6절 가족․가정․복지시설, 건강권 등), 여성장애인과 장애아동에 대한 별도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2) 법안의 핵심 쟁점

한국사회의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운동은 제도권 내 장애인계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장애인단체가 총망라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약칭 장추련)가 2003년 4월 15일에 출범하면서 본격화 되었다. 장추련의 출범 이전인 2001년부터 부산지역의 열린네트워크가 국토순례와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시작하였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역시 법안마련을 위한 연구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이러한 흐름이 장추련으로 모아지게 된 것이다.
장추련은 출범 이후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여 2004년 5월 14일에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안을 처음 공개하였는데, 국무총리 직속의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설치와 시정명령 제도,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 차별에 대한 입증 책임 전환의 도입을 명시하고 있었다. 결국 ‘차별시정기구의 위상’과 ‘실질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법안의 핵심이면서, 동시에 이후 투쟁 과정에서의 핵심 쟁점이었던 것이다.
먼저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설치는 기존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의 차별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2005년 3월까지 3년 5개월 동안 종료 처리한 장애인 관련 차별 진정 사건은 94건이었는데, 그중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입에 의한 합의나 조정이 이루어진 것은 4건에 불과했으며 9건의 권고 조치만이 있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떤 사안이 차별이라고 판명되더라도 이에 대해 시정 권고만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장추련은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에게 강제성을 지닌 시정 명령의 권한을 부여하고자 했다.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는 악의의 반복적인 차별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액보다 많은 금액을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이는 강한 제재를 통해 법적 실효성을 높임과 동시에 차별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는 예방의 목적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입증 책임 전환은 차별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진정인이 제기하면 그러한 행위가 없었다거나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것을 가해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미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이 법과 관련된 분쟁 해결에서의 입증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3) 법안의 제정과 향후 과제

2001년도부터 4년여 간 준비되어 온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난한 논의의 과정을 거쳐 2005년 9월 20일 정식으로 발의되었고, 이후 본격적인 입법 투쟁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2005년 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를 중심으로 진행된 69일간의 국회 앞 천막농성, 장추련의 조직 재정비와 함께 2006년 3월 말부터 이루어진 60일간의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 이후 일정한 성과를 안고 진행된 지역별 총력 결의대회, 2007년 들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계에 대한 타격투쟁 등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자체를 거부해왔던 정부의 입장에 전향적인 변화를 강제하였다.
2006년 8월 중순 경에는 청와대 측의 제안으로 정부 각 부처와 장추련이 함께 참여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민관공동기획단’이 구성되어 일정한 논의가 진행된 후, 장추련의 법안과 별도로 정부의 법안이 열린우리당의 장향숙 의원을 통해 2006년 12월 18일 발의되었으며, 시각장애인인 한나라당의 정화원 의원 역시 같은 날 유사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렇게 기존의 노회찬 의원의 안을 비롯해 3개의 법안(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는데 2007년 2월 임시국회(제265회 임시국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단일안(보건복지위원장 대안)이 만들어졌고, 회기 마지막 날인 3월 6일에 재석 의원 197명 중 196명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직접 차별, 간접 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등 차별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점(제4조), △최근 장애인 운동의 패러다임에 발맞추어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규정한 점(제7조), △각종 영역에서의 차별행위를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제2장),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에 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제3장), △소송 제기 전이나 소송 제기 중이라도 임시로 차별행위를 중지시킬 수 있는 법원의 임시구제조치 제도를 도입하였다는 점(제48조), △악의적인 차별의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하고(제49조), 확정된 시정명령 불이행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제50조) 벌칙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 등 긍정적인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에서 차별 시정 기구는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의 소위원회 형태(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로 두도록 하고, 시정 명령은 법무부를 통해서만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입증책임은 진정인과 피진정인이 함께 나누어 갖는 ‘입증책임의 배분’이라는 완화된 형태로 규정하였다. 또한 징벌적 손해 배상은 결국 삭제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사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한국 사회 장애인의 삶의 현실에 얼마나 변화를 가져올지는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어떤 면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이라기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어떤 것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향해 그 차별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한 법률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법률의 의미를 실질화 할 수 있는 대중적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애인의 전 생활영역을 포괄하는 법률인 만큼 많은 내용들을 추상적인 수준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차별시정기구가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의 소위원회로 규정이 되면서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개정 작업이 수반될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최대한 장애인계의 목소리와 요구를 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하겠다.


3.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

1) 투쟁의 배경 :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의 한계

우리나라에는 1977년부터 장애인의 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로서 형식적이나마 특수교육진흥법이 존재해왔다. 그리고 이 법률은 1994년에 전면 개정을 통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의무교육으로 규정하고, 특수교육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통합 교육(integrated education)과 개별화 교육(individualized education)을 명시하게 된다. 그러나 특수교육진흥법이 전면 개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장애인 교육의 현실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장애 아동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의 절대 부족, 형식적인 통합 교육과 개별화 교육, 초․중등 과정을 제외한 장애인 교육 영역의 방치로 요약될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발간한 <2005년도 특수교육실태조사서>에 따르면 특수학교,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일반학급에 재학하고 있는 장애 학생의 수는 58,362명으로, 이는 학령기 장애 아동의 추정 인구수 230,045명의 25.4%에 불과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5년도 장애인 실태 조사에서도 전체 장애인의 45.2%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 아동의 통합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학교 내에 특수학급이 설치되었지만, 여전히 주요 과목은 장애 아동들끼리 따로 특수학급에서 수업이 이루어졌고, 장애 아동이 비장애 아동들과 함께 이른바 ‘원적(原籍)학급’에 있을 때는 실질적인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그리고 개별화 교육 계획(Individualized Education Plan, 약칭 IEP)의 작성도 실제 교육을 실행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 문서상의 계획으로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장애 아동이 통합되어 있는 원적학급과 특수학급의 인원수가 너무 많고, 실질적인 통합 교육과 개별화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특수교육 보조원 등의 지원 인력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의 특수교육진흥법은 초․중등 교육만을 중심으로 조항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특수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조기 교육은 사교육 시장에 맡겨져 있었고, 학령기 교육에서 소외된 성인 장애인을 위한 평생 교육과 대학 교육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제도적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2) 투쟁의 과정 :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를 중심으로 한 부모운동의 성장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약칭 장애인교육법)의 제정 과정은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를 중심으로 한 부모운동의 성장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등 장애인 당사자 단체,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경남장애인부모회 등 장애 학생의 부모 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특수교육과학생회연합 등 특수교사 및 예비 교사 조직 34개 단체가 함께 모여 2003년 7월 15일에 공식적으로 출범했는데, 이후 그 대중적 힘은 부모운동의 조직화 과정으로부터 나왔던 것이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출범 직후부터 매년 각 지역의 교육청을 상대로 특수학급의 확대, 치료교육 교사와 특수교육 보조원의 확대 배치, 조기 교육의 의무화, 장애인 대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학령기 교육에서 소외된 성인 교육을 위한 지원 체계 마련, 특수교육 전달 체계의 보강과 행정적 지원 강화, 전체 교육 예산중 장애인 교육 예산의 6% 이상 확보 등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농성 투쟁을 전개하였고, 이러한 농성투쟁과 각종 교육 사업, 간담회를 통해 2006년 말에 이르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제주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지역별 장애인교육권연대를 결성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러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2005년 하반기부터 기존의 특수교육진흥법을 대체할 ‘장애인의교육지원에관한법률’(약칭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결성 당시에 지니고 있었던 문제의식과 2년간의 투쟁을 통해 다듬어진 요구안을 법률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05년 7월 18, 19일 이틀에 걸쳐 국회에서 개최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 특수교육진흥법의 개선과제’에서 새로운 법률의 개괄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11월과 12월에 걸친 전국의 순회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장애인교육권연대는 2006년 2월 28일의 ‘장애인교육지원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2)’에서 구체적인 법률안을 공개하게 된다.
법안의 내용이 확정된 후 장애인교육권연대는 3월 13일부터 5월 2일까지 37일의 단식 농성을 포함한 총 52일간의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으로 국회의원들을 압박하여, 국회 입법 역사상 유례 없는 229인의 공동 발의를 통해 5월 8일 ‘장애인의교육지원에관한법률’을 정식으로 입법 발의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 역시 장애인 부모들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대중 투쟁에 직면하여, 2007년 2월 7일에 정부의 대응입법안인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이 두 법안을 중심으로 국회 교육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만들어진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대안)이 4월 30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3) 법안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이 법은 한 마디로 말해 장애인 교육의 양(기회)과 질을 대폭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넘어 유치원과 고등학교 과정에까지 의무교육을 도입하고, 기존 법률에서는 실질적으로 제외되어 있던 유아교육과 대학교육, 평생교육 등 생애주기별 전 교육과정에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학급 설치 기준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써 명시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기존의 12인에서 4-7인으로 절반 정도로 감축(유치원 4인, 초등학교․중학교 6인, 고등학교 7인)하였으며, 가족 지원․치료 지원․보조인력 지원․학습보조기기 지원․보조공학기기 지원․통학 지원․정보접근 지원 등을 ‘관련서비스(related service)’라는 이름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밖에도 교육 현장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에 대한 벌칙 규정을 둔 것 역시 의미 있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매우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장애인교육법이 제정되었지만, 이후의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교육법은 장애인의 교육지원을 규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며, 그 내용과 방법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그리고 각종 교육 정책에서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의 실행을 뒷받침할 예산 확보 역시 운동 주체들의 지속적인 투쟁이 요구될 것이다. 정부는 애초 개정 법률안을 제출할 때, 3년간 2,700여억 원의 추가 예산을 계획했지만,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의 ‘장애인의교육지원에관한법률’을 중심으로 그 내용이 만들어진 장애인교육법에서는 정부의 당초 예산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조직해 낸 부모운동이 향후 어떠한 과제와 목표를 가지고 그 운동성과 대중성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가 역시, 조직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 서울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 제정

2001년도부터 장애인이동권연대를 중심으로 진행된 중증장애인들의 치열한 현장 투쟁 결과 2004년 말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약칭 이동편의증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 법률은 2006년 1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상버스나 특별교통수단의 도입 현황을 보면 지역별 편차가 매우 심각하게 존재하며, 이에 대해 법률상에서는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있었다.
이에 장애인이동권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례제정 운동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리고 지난 5월 8일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가 서울시 의회를 통과하는 성과를 만들어내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2013년까지 운행버스의 50% 이상을 저상버스로 도입 △특별교통수단의 경우 1일 24시간, 1년 365일 운행하며, 이용요금은 도시철도법에 따라 도시철도요금(거리비례제)의 3배를 초과할 수 없음 △장애인․노인․여성․아동 등 교통약자 관련 각 단체에서 추천하는 2인 이상의 단체 활동가가 전체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구성하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위원회 설치가 명시되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 진보적 장애인운동 진영은 전국 각 지자체별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 제정운동을 벌여나가게 될 것이다.


5. 나가며 : 주체적이고 내부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상반기에 다양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냈던 장애인운동 진영은 현재 활동보조인서비스의 생활시간 쟁취와 자부담 폐지 투쟁, 그리고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장애인의 소득보장 및 노동권 확보, 주거권 등을 본격적인 투쟁의 의제로 제출하기 위해 내부적인 논의와 기획을 진행 중에 있다.
한국 사회의 장애인운동은 여타의 다른 대중운동이 침체와 패배를 거듭해왔던 2000년 이후 새롭게 부활의 역사를 쓰며,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투쟁의 성과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양태는 서두에서 언급되었듯이 ‘기본권 쟁취-이에 대응하는 법률 제정’이라는 형식을 띠어왔다.
장애인운동의 전진과 대중적 성과는 일차적으로 장애인주체들의 단결과 처절한 투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장애인 집단에 각인되어 있던 ‘비동시대성’이라는 객관적인 정세적 조건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비장애인 대중들은 산꼭대기에서 들을 지나 강가까지 전진해있던 시대적 조건에서, 장애인들은 여전히 산꼭대기에 격리된 채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하기에 2000년을 경과하며 일정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사회적 조건에서, 들판으로 내려오겠다는 장애인들의 외침과 요구에 대해 이 사회는 ‘No’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즉, 어떤 면에서 이동권 투쟁과 교육권 투쟁 등에서 주도권은 장애인 대중에게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장애인 대중이 더 단결해서 투쟁하는 만큼, 정부와 사회는 밀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동시대성이 장애인 운동의 전진에 기여하는 조건이 될 수 있는 시대는 점차 그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비장애인들이 이르러 마주하고 있는 강은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라는 강이며, 이제 장애인운동도 그 강가까지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장애인운동은 이제 홀로 전진할 수 없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활동보조인서비스 투쟁과 이후의 소득보장-노동권 투쟁, 주거권 확보 투쟁 등은 한국사회 전체 진보운동과 그 진로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말로만의 연대가 아닌 장애인운동의 주체적인 연대, 그리고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의 몸 대주기를 넘어선 내부적 연대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