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월항쟁 20주년을 맞아 소위 87년 체제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시기 민주화와 함께 진행된 신자유주의 공세를 해석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다. 또한 소위 민주화 세력의 집권 이후 후퇴만이 있었던 것처럼 보는 ‘잃어버린 10년’식의 평가도 있고, 6월항쟁은 세계사속에 빛나는 역사의 하나로서 그 이후 민주화 운동은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민주화를 진행시켰다는 자화자찬식의 평가도 있다.
각자 자기 정파에 유리한 해석을 하는 중에도 역사적 계급적인 관점, 실제로 투쟁에 나섰던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은 빠져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입장에서도 과거 투쟁을 그것의 한계와 성과, 성과가 이끌어 낸 역사의 진전과 함께 그 한계가 다시 이후의 투쟁을 규정하는 측면에서 조명함으로써 지금의 운동을 위한 교훈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6월은 민주항쟁(민중항쟁이 아니다)으로 규정되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고, ‘6월민주항쟁20년사업위원회’까지 구성되어 떠들썩하게 기념되고 있는 반면, 96·97 노동자 총파업 10주년은 조용히 지나갔다. 같은 87년만 하더라도 6월만 기념될 뿐 6월에 이어 터져 나온 7·8·9월의 노동자 대투쟁, 일컬어 ‘뜨거운 여름’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간주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현실 투쟁에서의 무기력함은 과거를 둘러싼 투쟁에서의 패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87년 6월항쟁과 7·8·9 노동자 대투쟁, 96·97 총파업, 최근의 한미 FTA 반대 투쟁을 중심으로 간략하게나마 정치지형의 변화와 새로운 운동주체의 등장, 투쟁 내용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1987년의 6월항쟁은 헌법문제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호헌선언, 민주적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 금지와 여당후보 선정 등의 일정이 공표되자 대통령 직선제를 가능케 하는 ‘민주헌법 쟁취’를 구호로 전국이 시위의 물결로 뒤덮였다. 물고문으로 인한 박종철 열사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의 불길은 거세게 타올랐다. 민중항쟁의 결과 지배계급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주지하다시피 6.29선언과 12·26 대선에서의 야권분열, 노태우 당선으로 이어지는 희극적인 결말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 7·8·9월로 이어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은 1000여개의 민주노조를 건설하지만, 양김을 중심으로 대통령선거후보전술을 둘러싼 논란 속에 그 성과는 묻혀 버렸다.
6월항쟁은 기본적으로 군부독재에 대한 민주주의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6월항쟁에 의해 독재지배 체제에는 파열구가 생기게 되었고, 열려진 공간으로 노동자들이 진출하여 7·8·9월의 노동자 대투쟁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의 선출방식과 관련된 논란이 진행되는 한편에서 노동자 대투쟁에서는 민주주의의 경제적 내용이 문제가 되었다. 민주헌법 쟁취의 구호는 임금 인상, 노동조건 개선, 민주노조 건설의 구호로 바뀌었다. 87년의 전체 과정을 볼 때 노동자 계급이 전면에 나서 운동을 주도하면서 사회의 기본적인 모순을 타파해 나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부르주아지 내의 자유주의 분파와 중간계급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투쟁의 결과 군부 독재의 억압 장치가 느슨해지자 노동자들의 자생적이고 경제적인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운동의 주도권은 노동자가 아니라 부르주아지와 쁘띠부르주아지였고, 그 중에서도 학생운동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실제로 당시에는 학생들 사이의 논쟁이 어떻게 결정 나는가가 전체 운동의 방향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었다. 이러한 조건 아래 전체 민중운동의 흐름이 대선을 둘러싼 논쟁, 그 중에서도 후보전술과 관련된 비판적 지지, 후보 단일화, 독자후보론을 지지하는 그룹들 사이의 논쟁으로 수렴되면서 노동자 대투쟁은 무대 뒤에서 별도로 진행되었고, 9월 들어서 탄압에 직면해 일단 진화되었다. 87년 6월과 7·8·9월의 분리는―과거 청산과 민주화라는 역사적 과제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병행 내지는 기형적 결합의 형태로―향후 우리나라의 20년 역사를 기본적으로 관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7년 6월을 ‘민주’항쟁으로 볼 때, 7·8·9월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투쟁에 나섰던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7·8·9월은 민주주의의 형식성과 관련된 6월에 이어서 그것의 사회 경제적 내용, 실질적인 삶의 문제가 제기된 것이고, 6월의 연장선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1996년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에 대해 노동자는 총파업으로, 교수, 종교인, 학생을 위시한 사회 각계각층은 서명, 성명, 농성, 가두시위 등으로 항쟁에 나섰다. 집권여당의 의원들이 새벽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시작된 코미디는 소위 통치권자의 연두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무지함에서 희극적인 요소를 더하였다. 1996년에 개악된 노동법은 집단적 노사관계 부분은 근대적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개별적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부분은 경쟁력 강화와 노동시장 유연화의 기치 아래 서구에서 80년대 이래 도입되어 전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제도들을 무분별하게 전면적으로 도입하였다. 안기부법은 지난 수십년간 민주화 투쟁의 역사적 성과로서 삭제되었던 불고지죄, 찬양 고무죄에 대한 안기부 수사권을 다시 부여함으로써 민주화 투쟁의 성과를 무로 돌리려는 시도였다. 이는 소위 문민개혁이 어느 부문에서나 화려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내용적으로는 보수회귀로 귀결되었던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더군다나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채, 여당 단독으로 새벽 날치기를 통해 법안이 통과함으로써, 제도 정치권 내의 보수야당까지 절차적 민주주의의 훼손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는 원인이 되었다.
96·97 총파업이 전국각지에서 우리사회의 각계각층이 투쟁에 나섰다는 점에서 96년의 투쟁은 흔히 87년의 6월항쟁에 비유되지만, 조직된 노동자계급이 처음부터 투쟁의 전면에 나섰으며 정치적 민주주의의 형식성이 아니라 노동법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내용이 애초에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87년은 대통령 직선제를 중심으로 한 민주헌법 쟁취라는 구호가 보여주듯이 정치적인 쟁점으로 시작하여 7·8·9월의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다면, 96년 12월은 노동법 개정의 문제로 드러난 경제적 내용을 출발점으로 하여 전 사회적으로 정치 이슈화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운동을 이끌어 갔던 동력을 보아도 87년은 지식인, 학생을 중심으로 한 중간계급이 전국민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끌어내고, 열려진 공간으로 노동자 총파업을 방불케하는 대투쟁에 나섰다면, 96년은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된 총파업을 출발점으로 중간계급이 진출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96년에는 민주노총과 범대위를 조직적 구심으로 애초부터 계획적으로 투쟁이 전개되었다. 시민운동의 태도는 유동적이었으며 (공동대책기구에서 경실련은 빠지고 참여연대는 들락날락하였다) 반노동자적이기까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노동법 투쟁을 가능한 한 사회보장제도 개선투쟁으로 가져가려 했고, 노동자 총파업 전술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12월 총파업을 통해 노동자 사안은 전 사회적 사안으로 전화하였고,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전국민적인 투쟁 촉발까지는 성공하였지만, 조직적·정치적 승리를 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몇몇 명망가를 만들어 내면서 성과는 유실되었다. 87년 민중투쟁의 성과가 대선을 경과하면서 유실되었듯이, 96/97년의 노동자 총파업 투쟁의 성과는 97년 대선으로 수렴되었다. 투쟁이 진행되는 도중에 이미 ‘권영길을 청와대로’라는 구호가 연창되었으며, 국민승리21을 거쳐 민주노동당의 건설로 귀결되었다. 제도 정치권으로의 진출은 사실상 실패하였고, 거대한 대중투쟁의 결과 그나마 이끌어 내었던 유일한 양보, 즉 ‘정리해고제 2년 유예’까지도 98년 민주노총 지도부의 직권조인에 의해 유실되었다.
개악된 노동법은 이후 노자관계의 기본틀로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큰 장애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장치로 작동하였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이어 가면서 진행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97년 개악된 노동법에 의해 기본적으로 규정되는 노자관계의 토대 위에서 전개되었다. 서구에서의 신자유주의가 70년대의 경제 위기에 직면하여 자본의 축적 조건이 악화되자 2차 대전 이후 케인즈주의적인 개입국가 모델에 기초하여 확장되었던 복지국가/ 사회국가에 대한 역사적 반동의 의미를 지녔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과잉 복지(?)로 일컬어 질 수 있는 역사적 전제 없이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었으며, 특히 IMF 위기 이후 구제 금융의 조건으로 제시된 각종 유연화 조치는 일종의 알리바이로 작용하여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전면화 될 수 있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함께 증대되는 사회적 모순(비정규직의 증대, 대량 실업 등)에 대처하기 위해 일종의 사회 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위시한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확충됨으로써 복지국가 해체가 아니라 복지가 확대되는 반대 경향을 볼 수 있었다. 한편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모두 과거 청산 및 민주화를 자기과제로 하고 있어서, 민주주의의 확대와 함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됨으로써 또 하나의 착란을 더하였다. 문민 개혁과 신경영 전략, ‘민주적’ 시장경제와 생산적 복지, 4대 개혁 입법과 참여복지 그리고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와 비정규 관련법 개악 등은 이러한 결합의 예이다. 혹자는 이 모두를 뭉뚱그려 신자유주의 개혁이라고 쓰고 있지만, 이런 관점에서는 지난 시기 정권들의 문제점을 그것의 모순 속에서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게 된다. 96년의 노동법이나 2006년의 비정규직 보호법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목표로 한 법안들은 개혁적인 것이 아니고 개악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각종 복지 입법이나 사학법 등은 신자유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문민개혁의 이름 아래 진행되었던 금융실명제가―당시에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개혁이라고 선전되었으나 처벌 조항이 없어 차가명 계좌를 없애는 데에는 실효성이 없이 끝났다―노동법 개악으로 퇴색하였으며, 재벌 개혁은 재벌간 빅딜로 끝나고 4대 개혁 입법은 알량한 사학법 개정으로 귀결하는 반면, 대량 해고, 비정규직의 증대로 특징 지워지는 사상 유례 없는 구조 조정이 폭력적으로 진행되었던 것을 경험하였다. 지난 시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전면적이고 과감하게 진행된 반면 각종 정치 개혁, 재벌 개혁은 마지 못 해 주춤대며 진행되다 그나마 거꾸로 돌아갔다. 사회 안전망은 여기에서 아래로부터의 불만을 잠재우는 수준에서 일종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보완물로서 기능하였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중심축이라면 각종 개혁은 일종의 수사학의 수준에서 보조축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결과 2006년 이래 사회 양극화는 정치권의 주된 쟁점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지난 십 수 년 간 진행된 과정은 ‘개혁 실종’, ‘민생 파탄’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이래 한미 FTA는 마치 노무현 정부의 사활이 걸려 있는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는 그것이 통과되거나 거부될 경우 각 정파들이 누리게 될 정치적 이해의 득실이나 각 산업 부문간에 엇갈릴 명암, 나아가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누가 더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 것인가와 같은 손익계산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시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이제 더 이상 쥐어짜기 힘들 정도로 진행된 결과 이제 외부로 모순을 확장시켜야 되는 조건에 처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정규직화, 장기화 하는 대량실업과 저임금 체제로 인한 (일하는) 빈곤의 증대는 내부적인 쥐어짜기가 임계점에 도달하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순은 외화되어야 하는 한편 더 이상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기 위해서 바깥에서부터의 압력과 심화되는 경쟁이 핑계로 등장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향이 계속된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노동자 민중의 노동 및 생활 조건의 악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나아가서는 점차 약화되는 미국 주도의 제국주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남한이 첨병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제국주의의 군사적 헤게모니 강화를 위한 이라크 파병에 남한을 맨 앞장에 세운 것처럼 경제적 헤게모니의 강화를 위해 제일 높은 수준의 FTA를 남한과 맺음으로써 하나의 전례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개성공단 생산지 불인정, 투자자 제소권 등은 우리가 이후 다른 나라들과 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매우 나쁜 전례로서 작용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다른 나라들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실상의 불평등 협정인 한미 FTA가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노동자, 농민, 시민 등 노동자 민중의 모든 영역이 연대틀을 구성하여 저항하였고, 정치권은 분열하였으며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은 막무가내로 FTA를 밀고 나가는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였다. 미국에서도 부시 행정부에 반대하여 의회의 다수세력인 민주당과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노동 환경 조건의 악화를 내용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방식의 FTA는 ‘자유무역’의 기치 아래 사실상 양국 ‘자본’의 이해관계를 사회의 전 영역에서 관철시키면서 좀더 높은 이윤을 목적으로 지구적으로 운동하는 자본에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그에 대한 대응 역시 노동자 민중의 연대, 나아가서는 지구적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글머리에서 6월과 7·8·9월의 균열에 대해 언급하면서 6월항쟁이 제기한 민주주의의 형식성 문제와 7·8·9월 노동자 대투쟁이 제기한 사회 경제적 내용 사이의 균열이 향후 20년을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시기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주도적으로 진행되었고, 각종 개혁은 실종하였다고 썼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문제는 도외시하고 신자유주의 문제만 보면 되는 것일까. 민주주의 문제도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단순히 의회 선거제도를 수립해 나가는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 민주주의를 확대해 나가는 과제, 노동자 민중 운동 내부의 민주주의의 문제로 확대된다. (87년 이래 등장한 수많은 민(民)자가 들어가는 조직들 역시 민주적 지도력을 세우는데 있어서 성공적이지 못하다. 민주노총 역시 아직 간선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서는 이행 전략 속에서 민주주의의 폐지가 아닌 ‘완성’을 어떻게 확립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해결되어져야 한다. 거꾸로 지난 20년을 신자유주의 문제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단세포적인 논리로, 2차, 3차 함수를 1차 함수로 풀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노동자 민중의 대응이 신자유주의 반대만 외치면서 생존권을 중심으로 한 즉자적인 요구에 머무름으로써, 과거 청산, 민주화 등 개혁 과제는 실종되고 역사적 반동, 보수회귀가 시대적 조류가 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민주화 세력(개혁적 부르주아지, 쁘띠 브루주아)은 번번이 보수대연합, 지역연합 등 구지배세력과 손잡고 정권을 잡음으로써 애초에 개혁을 밀고 나갈 힘을 지니지 않게 되고 신자유주의 논리에 포섭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반동적 부르주아지에 대해 여타 개혁적 세력들과 연대하는 것은 연합전술 내지는 통일전선 전술의 기본으로서 노동자 민중의 독자성을 버리고 부르주아지나 중간계급의 헤게모니 아래 포섭되는 소위 비판적 지지와는 구분된다.
한편 신자유주의, 자본 지구화, 비정규직의 문제는 노동자 문제를 전 사회적/계급적 관점, 지구적 관점에서 배치해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비정규직이 정상적인 고용이 되어버린 지금, 조직된 정규직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은 외면하고 더욱 높은 임금과 일자리 지키기 싸움만 벌이는 것은 이기주의적 행태라 할 수 있다(조합주의, 경제주의 극복의 문제).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자 계급 내의 연대를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면 한미 FTA에서는 노동자 계급과 여타 민중, 소비자, 시민 간의 연대, 나아가서는 다른 나라의 노동자 민중과의 연대까지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자본 지구화에 의해 야기된 모순의 보편적 확산은 이제 지구적 수준에서의 보편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