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

부부재산제와 이혼제도 개선을 위한 민법 개정안의 의의 및 한계

박선영󰋯한국여성개발원/ 여성인권법제연구센터장



우리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혼인제도와 가족제도에 관한 헌법원리를 규정한 것으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는 양성의 평등과 개인의 존중이라는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혼인과 가족생활을 규율하는 민법(가족법)은 그동안 호주제로 대표되었던 것처럼 남계혈통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가부장적 질서를 법적으로 승인함으로써 헌법의 이념과 배치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런 민법에 대해 여성계는 끊임없는 민법개정운동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 민법 속에 노골적으로 존재하던 양성불평등 조항은 개정되거나 폐지되었다.* 이 글은 국회여성가족위원회에 주최의 “부부재산제 및 이혼제도 개선을 위한 위원간담회”(2006.9.20)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가족법은 1977년, 1990년, 2005년에 커다란 개정이 있었다. 1977년 개정에서는 부부사이에 누구의 것인지 불분명한 재산을 남편의 것에서 부부공유로 하였으며, 미혼인 딸의 상속분을 아들의 1/2에서 동일하게 상향하였다.
1990년 개정에서는 ① 호주상속제도를 호주의 지위를 포기할 수 있는 호주승계제도로 변화시키고 호주의 유명무실한 권리를 폐지하였다, ② 혈족과 인척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부계와 모계, 남편과 아내 쪽을 동일하게 하고, 계모와 전처소생의 자녀 간과 적모와 서자 간에 강제로 부모자녀관계를 가지게 했던 제도를 폐지하였다, ③ 부부 동거장소와 이혼 시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및 입양에 있어서 남편우선주의를 해소하고 부부공동생활의 비용을 남편이 부담하게 하던 것에서 부부공동부담으로 변경하였다, ④ 이혼한 어머니도 친권자가 될 수 있고, 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중 일방에게 면접교섭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고,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을 신설하였다, ⑤ 상속에 있어서 직계비속 간 차등을 해소하여 출가한 딸도 다른 자녀와 균등하게 상속받을 수 있게 하고 호주의 상속분에 가산하는 제도는 폐지되었다, ⑥ 부부간에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에 상속에 있어서 부부동일하게 사망배우자의 직계비속과 공동으로 상속하게 하여 처와 남편의 상속에서의 차별도 해소하였다.
2005년 개정에서는 ① 호주제가 폐지되었고, 가족의 범위가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그 가에 입적한 자’에서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생계를 같이하는 자로 변경되었다, ② 자녀의 성과 본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부부가 혼인신고 시 자녀의 성과 본을 어머니의 것에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혼인 후에도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그 아버지, 어머니, 자녀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③ 동성동본금혼제는 폐지되었다, ④ 여성에 대한 재혼금지기간규정은 삭제되었고, 친양자제도가 신설되었다. 김엘림(2006), 󰡔남녀평등과 법󰡕,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pp.82-89.

이런 상황에서 제출된 법무부 등의 민법개정안 이 글에서 검토대상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은 한명숙의원대표발의안, 최순영의원대표발의안, 이계경의원안, 법무부안, 유승희의원대표발의안, 이은영의원대표발의안, 안홍준의원대표발의안 등이다.
은 부부재산제와 이혼제도의 개선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부부재산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그 개정취지에서도 드러나듯이 “별산제를 채택함으로써 일방의 배우자의 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고”, “재산형성에 대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의 기여도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공통된 현실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가사노동의 가치 평가를 통해 일방 배우자의 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부부간의 경제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한 축으로는 현행 협의이혼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서 이른바 ‘이혼숙려기간’을 법제화하고 있다. 이혼숙려기간의 필요성은 경솔한 이혼으로 인한 자의 복리와 부부재산분할, 위자료 등 이혼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 해결과 건강한 가족관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이혼의 증가와 이로 인한 가정 파탄과 청소년 범죄율의 증가 등 사회적 병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가 그동안 개인 간의 관계로만 취급하던 가족관계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산형성에 있어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강화하는 것은 주부로서의 여성을 보호하는 것으로 연결되어 성역할분업에 근거한 가부장적 가족모델을 유지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부부재산형성에 있어서 가사노동의 기여도를 일률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가사노동이 수행되는 다양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남/여뿐만 아니라 여/여 간의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혼숙려기간의 법제화 역시, 이혼을 가족해체의 원인으로 진단하는 문제와 함께 국가에 의한 이혼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글은 이상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법무부 등의 민법개정안을 부부재산제와 협의이혼제도로 나누어 그 개정안의 내용과 쟁점에 대해 살펴본다.


1. 부부재산제 개선

1) 현행 민법상의 부부재산제의 규율 내용 및 문제점
2) 부부재산제 개정안의 주요 내용
(1) 혼인 중 재산분할제도 신설
(2) 재산분할의 균등원칙 신설
(3) 혼인 중 부부재산의 처분제한 신설
(4) 재산분할 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권 신설
(5) 배우자 상속분의 조정

2. 협의이혼제도 개선
1) 이혼숙려기간의 도입 및 이혼 전 상담제도 도입
2) 협의 이혼 시 자녀 양육사항 합의 의무화

3. 맺음말

이상으로 부부재산제와 협의이혼제도 개선을 위한 민법개정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그 의의 및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법무부 등의 민법개정안은 한편으로는 현행 부부재산제의 개선을 통해 부부간의 실질적인 평등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협의이혼제도의 절차를 개선하는 것을 통해 무분별한 이혼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그 동안 개인 간의 관계로만 취급하던 가족관계에 국가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법무부 등의 민법개정안은 그 이념적 전제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부부재산제 개정안이 상정하고 있는 가족관계란 남성은 밖에서 일하고 여성은 돌봄 노동을 전담하는 가족을 표준적 가족 유형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성별역할분업에 근거한 표준적 가족모델을 유지·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둘째, 이혼숙려제도의 법제화는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이혼=가족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혼 결정이라는 개인의 판단을 국가가 의심하는 것으로 이성적 개인이라는 근대의 법적 인간상을 부정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협의이혼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이혼숙려기간의 법제화보다는 법원이 협의이혼과 관련된 절차 전반과 권리, 의무 관계의 변동 내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본인의 권리구제는 당사자들의 의사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