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 10년사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1. 서론

인권운동의 역사 10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한국 최초의 동성애자 인권모임이었던 ‘초동회’가 결성되고 곧바로 해체돼, 남성동성애자 모임인 ‘친구사이’와 여성동성애자 모임인 ‘끼리끼리’로 분화된 이후 10년이 흘렀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최초의 동성애자 운동모임인 초동회가 2개월 만에 해체되었다는 사실은 한국 동성애자 인권사에서 ‘레즈비언 ‘레즈비언’은 여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말로, 여러 가지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여기서는 “정서적으로, 성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여성과 결속하는 여성”의 의미로 사용하겠다. 남성 동성애자는 ‘게이’라고 부른다.
’의 역사를 반드시 따로, 새롭게 써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의 역사를 기록한 문서를 살펴보면 한국 여성성적소수자 ‘성적소수자’ 혹은 ‘성소수자’라는 용어는 이성애 중심사회에서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성애자’ 이외의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자신의 육체의 성과 다른 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 간성(양쪽 성기를 모두 갖고 있는 경우), 이성복장착용자, 남장여자, 여장남자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가 제작한 잡지 ꡔ또다른 세상ꡕ과 소식지를 통해 정리된 바 있으며 1999년 발간된 ꡔ한국여성인권운동사ꡕ(한울아카데미, 한국여성의전화 엮음)에 이해솔 한국 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당시 한국 여성동성애자 인권모임)의 3대 회장(1995.8-1996.7)을 역임했다. 1995년 10월 이화여대 학보를 통해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한 이후 각 언론에 자신의 삶과 레즈비언 활동가로서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2000년에는 레즈비언 공동체 사이트 ‘엘비시티’를 오픈 했으며 한국 최초로 동성애자들이 함께 만든 법인주식회사 ㈜딴생각의 공동 이사이기도 하다.
씨가 쓴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사｣가 있다.
이 글은 기존의 자료 이외에 새로 발굴된 정보와 1999년 이후 운동사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처음 레즈비언 인권운동이 몇 개의 단일한 창구를 통해 ‘친목’과 ‘인권’운동을 양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확장과 다양화로 인해 이 두 가지 방식은 분리되었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의 친목을 바탕으로 성장했던 단체들은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인터넷의 상용화는 레즈비언 문화에 막강한 영향을 미쳤다. 수백 개의 사이버 커뮤니티가 생겨났고, 나이별, 관심사별, 지역별로 분화됐다.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도 그 목적을 강화하는 등 정체성을 재확립하게 됐다.
한편 2000년대 들어와 우리 사회의 화두는 ‘인권’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되고, 법 조항에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성소수자의 법적인 권리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켰다. 레즈비언 인권운동단체들은 게이 인권운동단체나 타 성소수자 단체들, 그리고 타 인권단체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레즈비언 인권과 관련한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발언대/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 10년사
또한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팽창뿐 아니라 레즈비언 문화를 성장시키려는 움직임이나 레즈비언 인권에 대한 연구를 하는 조직도 생겨나고 있다. 레즈비언들은 10년 전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됐고, 다른 레즈비언들과의 만남과 교류도 가능하게 됐다. 이것은 실로 큰 변화다. 그러나 여전히 언론은 레즈비언을 선정적인 대상으로 보며 왜곡시키고 있고, 가시화 된 수의 규모에 비해 레즈비언들이 ‘커밍아웃’ ‘커밍아웃’은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e out of closet)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낱말이다. 성소수자로 정체화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드러내는 과정과 행위를 의미하는 용어다. ‘커밍아웃’은 모든 성소수자들에게 인생 전반에 있어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할 수 없는 현실은 여전하다. 이로 인해 레즈비언 활동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활동의 맥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자, 그렇다면 자신 이외에 과연 레즈비언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던 시절을 지나, 레즈비언 인권운동단체가 만들어지고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활동가들이 언론에 등장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시기를 거쳐, 이제 수많은 레즈비언 커뮤니티가 온오프상에서 생성되고 있는 지금, 과연 한국 레즈비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 10년의 성과는 무엇이며 과제는 무엇인가.


2. 본론

1) 1990년대까지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

(1) 레즈비언의 역사를 찾아

역사 속 레즈비언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동성애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여성을 성적인 주체로 보지 않았던 우리 역사에서 레즈비언의 역사를 찾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흔적을 찾아보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역사서의 기록을 통해서는 조선 세종기 세자빈 봉씨가 있다. 그러나 봉씨에 대한 기록은 ‘색광’, ‘변태’라고 되어있을 뿐 동성애 관계에 대한 묘사나 언급은 없다. 궁녀들이나 여사당의 사당패간 동성애 관계가 있었다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문학작품으로 보면, 1840년경에 쓰여진 한글 필사본 소설 ｢방한림전｣은 놀랍게도 여성들 간의 결혼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그저 ‘방씨부인’으로만 알려져 있는 이 소설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남장한 여자인 주인공 방관주와, 이를 알고도 혼인하는 부인 영혜빙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여성들 간의 결혼뿐 아니라 아들을 입양해 키우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주로 페미니즘 차원에서 분석 차배옥덕, ｢백년 전의 경고-방한림전과 여성주의｣, 1998; 양혜란, ｢고소설에 나타난 조선조 후기사회의 성차별의식 고찰 -ꡔ방한림전(方翰林傳)ꡕ 을 중심으로-｣, 1998.
되었지만, 조선시대 여성의 ‘레즈비언’ 관계에 대한 상상력을 읽을 수 있는 만큼 레즈비언사적인 의미로도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최근 ‘신여성’의 동성애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당시 여학교에서 ‘엑스자매’, ‘사랑자매’ 혹은 ‘동성애인’으로 불렀던 신여성의 동성애 관계는 당시 ꡔ신여성ꡕ, ꡔ별건곤ꡕ과 같은 잡지를 통해 기록돼 있다. 이들 잡지를 보면 여학교의 동성애 관계는 아주 ‘흔한’ 풍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이혜강, ｢신여성의 ‘동성연애’｣, 여성주의 저널 <일다> 2003.5.8.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학교’라는 담장 안에서만 허용되는 것이었다.
1931년 조선을 떠들썩하게 한 두 여성의 철도 동반 자살사건이 있었다.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 홍석후의 21살 된 딸로, 이화여자전문학교에 다니던 홍옥임과, 종로 덕흥서림 주인 김동진 딸인 유부녀 김용주였다. 두 사람은 동덕여자고등보통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애인 사이였다. 이들 여성들이 교육받은 신여성이라는 점과, 조선에서 처음 있는 ‘동성끼리의 철도정사 사건’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ꡔ20세기 여성사건사ꡕ, 여성신문사, 2001.

또한 광복 직후 성행했던 여성국극(女性國劇)단에서도 동성애 관계가 존재했다는 설이 있다. 배역 모두가 여성으로만 구성된 여성국극의 특성과, 당시 국극이 다룬 내용이 대부분 ‘남녀 간의 사랑’이었다는 점, 남성 역을 맡은 여성배우가 관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점 등과도 관련이 있다. 1998년 여성국극의 부활을 꿈꾸며 대학로 무대에서 막을 올렸던 여성국극 <진진의 사랑>은 국극배우 김진진의 반생을 통해 국극사를 조명한 작품인데, 이 작품에서도 국극단원 간의 동성애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현대로 들어와 최초의 여성 이반 ‘이반’이란 한국에서 성소수자를 일컫는 말로, 영어로는 퀴어(queer)에 해당한다. 이성애자를 사회적 의미로 ‘일반’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착안된 ‘이(異)반’이라는 단어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한창 피어나기 시작했을 때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을 지어보자는 고민에서 탄생된 단어로, 1995년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의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보편화돼 ‘동성애자’나 ‘레즈비언’이라는 말보다 더 많이 사용된다.
커뮤니티로 간주할 수 있는 ‘여자택시운전사회’(약칭 여운회)가 만들어진 것은 1970년대였다. 여운회는 경제적인 자립과 공동체적 가족주의를 지향했다. 반면 이태원의 게이 커뮤니티에 합류한 레즈비언 커뮤니티 문화도 있었다. 당시 공동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기 어렵고, 소비문화의 경향이 짙었으며 게이 등 성소수자들과의 친분이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레즈비언들은 ‘바지씨’, ‘치마씨’로 구분해 남성/여성 역할을 나누었고, 자신의 생물학적인 성을 거부하는 ‘바지씨’와 자신의 성적 지향을 거부하는 ‘치마씨’로 나뉘는 등 성 역할의 구분이 뚜렷했다.
최근 끼리끼리가 수집하고 있는 자료들에 의하면 1970년대 여운회 외에도 서울 명동에 ‘샤넬’이라는 일반업소에 레즈비언들의 모임이 있었고, 레즈비언이 오픈한 학사주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레즈비언인권연구의 연구 활동가 박김수진과 서울 신촌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를 운영하고 있는 윤김명우 사장(끼리끼리 명예회장)과의 인터뷰에서.
또한 1960년대 이후 중고등학교에서 동성애 관계로 맺어진 문학인 여성그룹들이 존재했다는 증언을 하고 있는 중년여성들도 있어, 여학교에서의 동성애는 최근 혹은 특정 시기에 보이는 문화현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역사, 레즈비언의 역사는 이제 발굴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역사의 발굴은 시대별 레즈비언의 생활모습들이 상당히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2) 여성 동성애자 단체의 탄생

1990년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 형성의 기반이 된 것은 사포(Sappho)라는 주한 외국인 레즈비언과 양성애자의 모임이다. 1991년 11월 ‘사포’ 창립자 토니는 U.S.O(주한 미국인에게 도움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곳)와 코리아 타임즈, 코리아 헤럴드 같은 영자신문을 통해 레즈비언 모임을 알린다. 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이 8명 정도인데 이때 사포의 존재를 알게 된 한국 레즈비언 3명이 참여하게 된다. 이해솔,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사｣, ꡔ한국여성인권운동사ꡕ, 한국여성의전화 엮음, 한울아카데미, 1999.

이들 한국 레즈비언들은 대학가나 여성단체의 여성주의 모임을 통해 레즈비언에 관한 토론모임을 갖고, 몇몇 게이들과 동성애자 모임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1993년 11월, 레즈비언 3명, 게이 3명으로 구성된 한국 최초 동성애자 모임인 ‘초동회’가 결성된다. ‘초동회’는 왜곡된 동성애자 이미지를 바로 잡고, 오도된 에이즈 운동을 비판하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초동회’의 레즈비언 멤버들은 레즈비언 독자 조직의 필요성을 느낀다. 즉 동성애자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기엔 여성과 남성의 위치가 너무나 달랐고, 게이들의 가부장적인 태도에 대해 회의가 생겼으며, 초동회의 활동에서 레즈비언 관련한 사업이 배제되는 등으로 인해 갈등을 빚었던 것이다.
그 결과 ‘초동회’는 조직된 지 2개월 만에 해체를 결정한다. 이후 게이들은 1994년 1월 남성 동성애자 인권모임 ‘친구사이’를, 레즈비언들은 같은 해 11월에 여성 동성애자 인권모임 ‘끼리끼리’를 만든다. ‘친구사이’의 경우 이미 신당동이나 이태원 같은 지역에 게이 커뮤니티가 조성돼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모임이 조직될 수 있었지만, 레즈비언들은 조직을 만들만한 기반이나 문화적 토대가 조성돼있지 않았다. 따라서 ‘끼리끼리’는 1994년 11월 5명의 회원을 조직하기까지 무려 1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3) 레즈비언들의 ‘드러내기’
끼리끼리라는 단체와 레즈비언 활동가 개인들이 언론을 통해 커밍아웃을 한 것 1996년 SBS ‘송지나의 취재파일’에서 레즈비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해성(‘초동회’ 멤버이자 끼리끼리 1대 회장), 이해솔, 박하늬, 옹달샘, 장민아, 정누리(이상 끼리끼리), 오현주(당시 하이텔), 황의숙, 이세영(이상 버디)이 당시 언론을 통해 커밍아웃한 레즈비언들이다.
은 레즈비언 인권운동사의 한 획을 긋는 일이었다. 벽장 안에 있었던 레즈비언들은 커밍아웃한 레즈비언들을 보고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었고,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레즈비언과의 ‘만남’이 가능하게 됐다. 끼리끼리는 발족 당시 회원 수가 5명이던 것이 2년 뒤 회원 수가 2백여 명에 이르게 됐다.
끼리끼리는 레즈비언 인권운동의 초석이 되었고 1999년 5월엔 뉴욕 국제게이레즈비언 인권위원회(IGLHRC)가 선정한 필리파 드 수자상(Felipa de Souza Award)을 남성 동성애자 인권모임인 친구사이와 함께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끼리끼리는 레즈비언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서로와 만나는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한편, 성정체성에 대한 상담 창구를 제공했다. 사회적으로는 단체와 개인의 커밍아웃을 통한 ‘드러내기’ 운동을 했고, 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항의하는 활동 언론은 동성애자를 ‘변태’, ‘신기한 존재’ 취급을 해왔으며, 잠입 취재의 형식을 빌어 선정적인 보도를 해왔고 이 같은 보도행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96년 레즈비언 바에 대해 거짓 사례를 만들어 음침한 성관계를 즐기는 곳으로 보도한 <연예영화신문>에 대해 끼리끼리는 허위 기사, 왜곡 보도, 초상권 침해의 이유를 들어 언론중재위원회에 고소했다. <연예영화신문>은 1997년 2월 지면을 통해 정정 보도문을 게재했다.
도 주된 역할이었다.
1995년 대학가에선 미셸 푸코 등 성 정치학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진보적 성 담론으로서 동성애 담론에 대한 붐이 일어났다. 당시는 페미니즘 진영에서 성 담론이 활발해지던 시점이었고, 특히 레즈비언 공동체 질서와 ‘분리주의’에 대한 논의가 일기도 했다. 연세대 ‘컴투게더’, 서울대 ‘마음001’ 등 대학 동성애자 모임이 차례로 결성됐는데, 당시 사회적 관심도 높아져 방송 3사가 모두 시사 프로그램에서 앞다투어 동성애에 대한 내용을 방송했다.
1995년부터 천리안과 나우누리, 하이텔, 유니텔 4개 PC통신에 동성애자 모임이 개설되며 수많은 회원을 기반으로 확장됐다. 이 시기 153등의 전화사서함을 통한 동성애자 모임의 다양한 분화가 시작되기도 했다. 이들 모임들은 처음엔 남녀 동성애자들이 함께 온/오프상으로 모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게이/레즈비언 모임으로 분리되어 갔고, 지금은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6년 5월 문을 연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에 이어 신촌, 홍대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업소들이 생겨났고 이로써 게이 커뮤니티 문화는 이태원과 종로를 중심으로, 레즈비언 커뮤니티 문화는 신촌, 홍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초기 레즈비언 바는 레즈비언들이 커뮤니티에 입문하는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고, 레즈비언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제공되기도 했지만 갈수록 그 역할은 비중이 약해져 갔다. 한편 인천의 ‘한우리’, 부산의 ‘안전지대’, 대구의 ‘와이낫’ 등 지역 레즈비언 모임들이 생겨났다. 지역에서도 레즈비언 바들이 있으며 현재도 여러 업소들이 폐업과 개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1998년부터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탱크걸’ 등 큰 규모의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비롯해 수많은 인터넷 모임들이 생겨났다. 나이별, 지역별, 취미별 소모임들이 생겨났고 십대들 중심의 레즈비언 모임들이 확장됐다. 또한 국내 최초 동성애자 전문잡지 ꡔ버디ꡕ 한국 최초의 동성애 전문지 ꡔ버디ꡕ는 1998년 창간돼 시중에 판매됐다. ꡔ버디ꡕ는 레즈비언, 게이 모두를 다루었고, 2004년 라는 웹진으로 전환했다.
가 창간되고, 레즈비언 무크지 <또다른 세상>, <니아까> 등 매체들이 나온다. 이들 매체들은 동성애자들 간의 정보를 제공하고 소식을 주고받는 기능 외에도,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1990년대 중반 성행했던 성정치학 담론이 IMF 즈음 빠른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퀴어영화제와 퀴어문화축제 등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문화 영역에서 퀴어 담론은 지속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퀴어 이론 역시 레즈비언의 존재와 현실을 반영하기엔 역부족이다. 퀴어 이론은 게이와 레즈비언 간 차이에 대해 주목하지 않음으로 인해 남녀 간 권력관계를 희석시키는 면이 있고, 이해솔,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사｣, ꡔ한국여성인권운동사ꡕ, 한국여성의전화 엮음, 한울아카데미, 1999.
‘퀴어’는 곧 ‘게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4) 친목모임과 인권운동의 갈래에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를 기반으로 레즈비언 커뮤니티는 급속도로 확장됐다. 몇몇 단체들과 레즈비언 바를 기반으로 모였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규모다. 1, 2년 사이에 백여 개 인터넷 커뮤니티가 생성됐고, 청소년 레즈비언 모임도 크게 성장했다.
2000년 9월 사이버에서 ‘레즈비언을 위한 낙원’을 건설하겠다면서 나온 ‘엘비시티’ ｢레즈비언 공동체 ‘엘비시티’｣ 참조, 여성신문, 2000.10.13.
는 본격적으로 레즈비언 공동체를 키우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레즈비언 활동가들이 레즈비언 인터넷 방송을 기획한 것이 출발이었던 ‘엘비시티’는 친목을 넘어서 레즈비언의 대안적인 삶의 모델을 찾고자 했다.
엘비시티는 “성정체성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성, 학력, 나이, 종교, 정치, 문화 등 자신과 다름으로 인한 차별적 행동과 언행을 하지 않는다”는 엘비시티 헌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의 도시로 설계됐다. 레즈비언들은 엘비시티의 커뮤니티, 도서관, 아크로폴리스, 방송국, 그리고 동사무소와 경찰청을 이용할 수 있다. 엘비시티 커뮤니티는 누구나 원하는 마을을 만들 수 있고, 같은 마을에 살기 원하는 이들과 그 마을의 특성을 살려 가꾸거나 변경할 수 있다. 힙합마을, 애견마을,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을, 청소년 이반마을, 갬블러들의 마을, 그리고 이반을 받아들이는 일반(이성애자)의 마을도 생겼다.
이처럼 ‘엘비시티’는 레즈비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여러 레즈비언 문화와 담론을 만들어내었지만 레즈비언 문화운동을 지원하고 ‘수익창출’을 하겠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엘비시티’는 이후 ‘해피2반’ ‘해피2반’(www.happy2van.com)은 몇몇 레즈비언, 게이들의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회사인 (주)딴생각이 2002년 8월부터 운영중인 레즈비언 포털 커뮤니티로, 게이 포털 커뮤니티인 ‘해피e반’(www.happyeban.com)도 따로 있다.
과 같은 레즈비언 포털 사이트의 모체가 되었는데, 수익모델로서의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편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팽창과 새로운 시도들이 갖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레즈비언 인권운동단체는 오히려 위기를 맞게 된다. 끼리끼리를 비롯해 와이낫, 안전지대 등 기존 레즈비언 단체들은 회원들 간의 ‘친목’을 기반으로 형성돼 ‘인권’ 활동을 벌였고,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초기엔 레즈비언들이 모임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레즈비언 인권에 기여하는 바가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레즈비언 커뮤니티가 얼마든지 생성될 수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레즈비언들이 모인다는 것만으로 단체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게 됐다. 이들 단체들은 이제 ‘친목’과 ‘인권운동’이 분화되어야 할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레즈비언 모임들은 사라지거나 특정 회원들의 ‘친목’모임, 즉 신생 모임들과 마찬가지 정체성을 갖는 모임으로 남았다. 2000년은 연예인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으로 사회가 떠들썩했지만, ‘동성애자 인권’은 곧 ‘게이의 인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시 끼리끼리는 ‘한국여성동성애자인권모임’에서 ‘한국여성이반커뮤니티센터’로 위상을 전환하는데, 이는 결국 인권운동단체로서의 위상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2001년 1월 끼리끼리는 다시 ‘한국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으로 위상을 전환하고, 새롭게 활동가들을 조직해 21세기 레즈비언 인권운동사를 개척해 갈 채비를 한다. 대학의 동성애 담론에 힘입어 생겨났던 레즈비언 모임들도 ‘친목’ 모임으로 전락하거나 자취를 감추었지만, 2002년 이화여대에선 친목모임들 이외에 별도로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을 표방한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가 결성됐다. 또한 부산의 ‘안전지대’의 경우, 2003년 2월 지역의 여성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한 몇 명의 레즈비언 활동가들에 의해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레즈비언 모임이 취미모임이나 문화모임, 학술모임 등 점차 다양화하고 친목 모임과 인권운동 모임을 딱 양분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을 앞세운 활동들을 펴 나가는 조직들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 같은 조직이 늘어날수록 레즈비언 인권은 향상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자명한 일이다. 또한 레즈비언 단체들 내부에서 친목과 운동을 양립시키려는 노력과 운동단체와 친목모임 간 연대를 꾀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2) 2000년대 이후 레즈비언 인권 이슈들

(1) 레즈비언 자긍심 갖기

이성애중심 사회에서,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스스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주어져있지 않은 여성 동성애자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레즈비언 커뮤니티들이 인터넷상에 그렇게 많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레즈비언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자기혐오와 좌절을 겪고 있다. 레즈비언 인권모임에 상담을 요청하는 레즈비언들은 많은 수가 “내가 동성애자인가요?”라고 묻고, “이성애자가 되는 길을 가르쳐달라”고 말한다.
알려진 바와 달리 사람의 성정체성은 어느 순간 획득되거나 자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성소수자들은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주류 질서에 자신이 반하고 있다는 것을 수용하기 두렵기 때문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인정하고, 긍정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과 싸움, 그리고 지지가 필요하다. 이성애가 우월하고, 자연스럽다고 믿는 사회에서 레즈비언은 스스로도 호모포비아 Homophobia: 동성애공포증, 동성애혐오.
에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와 부산성적소수자인권센터, 변태소녀하늘을날다 등 레즈비언 인권모임들은 상담과 사업, 행사를 통해 레즈비언의 ‘자긍심 갖기’를 도모하고 있다. 레즈비언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자긍심을 갖게 되려면 여러 가지 요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들 단체들은 우선 레즈비언들에게 상담과 메일을 통해 성정체성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커뮤니티를 소개하거나 회원활동을 권하면서 ‘혼자’ 고립되지 않게 돕는다. 가까운 사람들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는 레즈비언들에게 다른 레즈비언과 만나고 지지를 받는 것만큼 큰 힘이 되는 것도 없다.
2003년 8월 끼리끼리는 한 달여에 걸쳐 ‘여성성소수자 자긍심 갖기 강좌 프로그램’을 서울대학교에서 공개적으로 개최했다. 이 강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는데 끼리끼리 측은 “사회가 레즈비언에게 필요한 정보를 차단시켰기 때문에, 레즈비언에게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 목표”라고 밝혔다. 레즈비언으로 살아남기, 커밍아웃과 아웃팅, ‘커밍아웃’이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아웃팅’은 타인에 의해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이 밝혀졌을 때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매장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웃팅’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40대 레즈비언의 삶, 내 안의 호모포비아 깨기, 레즈비언 자산관리 등의 강좌와 청소년 동성애자와 인권, 성서와 동성애에 대한 토론도 진행됐다.
레즈비언의 성정체성 긍정하기, 자긍심 갖기는 곧 모든 성소수자의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커밍아웃’과 직결된 일이다. 커밍아웃을 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일자리를 잃고, 사회적 멸시와 혐오를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들은 커밍아웃 하길 원하며, 커밍아웃하고 있다. 커밍아웃하지 않은 삶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커밍아웃은 먼저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자기 스스로 레즈비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사실 많은 레즈비언들이 이성애 제도에 그대로 포섭돼 이성과 결혼을 하고 마치 이성애자인 듯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준비와 시행착오를 거쳐 다른 레즈비언들에게, 다른 이성애자 친구에게, 가족에게, 동료에게 커밍아웃한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고 타인의 인정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참으로 어렵고도 지난한 싸움이다. 그러나 많은 레즈비언들이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평생에 걸쳐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레즈비언의 커밍아웃은 스스로에게 만이 아니라 다른 레즈비언, 이성애자,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내재된 호모포비아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긍정하는 일이고, 사회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레즈비언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며, 동성애자에 대해 갖고 있는 온갖 부정적 사고들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여신, ｢레즈비언들을 위한 심리학｣, ꡔ또다른세상ꡕ 1․2호
다른 레즈비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이고,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견고한 벽에 틈새를 내는 과정이다.
레즈비언 인권활동가들 중엔 언론을 통해 대사회적인 커밍아웃을 한 이들도 있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들이 직장을 잃고, 가족에게 버림 받고, 사회적 활동에 제재를 당함으로써 삶이 험악해지고, 경제적인 열악함으로 인해 운동을 지속하기도 어려운 실정에 처했다는 것은 ‘차이가 곧 차별이 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운동은 한국 레즈비언들이 희망을 갖고 결집하게 되는 계기가 됐고, 지금도 커밍아웃을 준비하는 많은 레즈비언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2) 성소수자 왜곡과 비하에 대한 대응

레즈비언 인권운동은 초기부터 ‘언론’과의 투쟁을 벌였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던 시기에 비하면 홍석천의 커밍아웃과 트랜스젠더 하리수의 등장 이후 언론의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확연히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언론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왜곡’시키고 있으며, 눈요기 거리로 다루고 있다. 2004년 현재까지 동성애자를 ‘변태’로 낙인 찍는 기사들을 접할 수 있고, AIDS와 동성애자를 연관시키는 보도 AIDS 바이러스 HIV는 주로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것이지, 사람의 성적지향성과는 상관이 없다. 이 같은 사실은 UNAID를 비롯한 AIDS 관련 국제기관의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다.
도 여전하다.
언론이 보기에 레즈비언은 더욱 선정적으로 보이는 존재다. 2002년 1월, 굿데이는 한국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에서 뛰고 있는 미국 선수들 4명이 ‘레즈비언’이라며 아웃팅시켰다. 기사는 표지에 실렸고 제목은 ‘나, 레즈비언-여자프로농구 용병 4명 충격’이었다. 또 한겨레 신문은 2004년 1월, ‘여성동성애 에이즈감염 첫확인’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여성동성애 관계를 통해 에이즈 전파가 우려되고 있다”는 무책임한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여성이 동성애자이면서 에이즈에 감염되었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도 불투명했고, 그 여성이 다른 경로가 아닌 동성애 관계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되었는지 여부는 더더욱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당 기자는 ‘동성애=에이즈’라는 공식 하에 추측성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관련한 연구를 담당했던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팀은 즉각 ‘해명문’을 발표하고 해당 기자가 언론인으로서의 윤리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언론은 ‘제멋대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규정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학대로 인해 동성애자가 된다거나 성폭력 후유증이 여성을 레즈비언으로 만든다는 식의 근거 없는 ‘원인설’을 유포하고, 특정 범죄 사건의 가해자가 성소수자로 드러난 경우 “동성애자라서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기 일쑤다. 성소수자의 현실을 반영하겠다면서 카메라를 들이대 ‘아웃팅’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다반사다. 2002년 10월 2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10대 동성애의 두 얼굴’ 제하의 프로그램은 청소년 레즈비언들의 현실을 알아본다는 목적으로 방영됐지만, 제작과정에서 레즈비언들이 아웃팅되고 특정 레즈비언 바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각인시켜 끼리끼리 측의 항의를 받았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후미에 자막고지를 통해 사과했다.

한편, 보수적인 종교계의 동성애자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2004년 4월,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이던 한 청소년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내 한 목숨 죽어서 동성애자 사이트가 유해매체에서 삭제되고 ‘소돔과 고모라’ 운운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 죽은 게 아깝지 않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당시는 국가인권위가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동성애자 차별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한 이후 보수 기독교 측의 호모포비아적 행각이 두드러졌던 시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일찍이 동성애로 성문화가 타락했던 소돔과 고모라가 하나님의 진노로 유황불 심판으로 망하였다. 또한 성경은 동성애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일보는 ‘동성애 사이트 청소년에 괜찮다? 인권위 결정 파문’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동성애란……두뇌 구조이상 유전인자가 요인’, ‘성경으로 본 동성애, 창조질서 거스르는 행위’, ‘인권위, 동성애단체 지원 논란’ 기사 등 호모포비아 기사들을 계속해서 실어왔다. 동성애자인권연대를 비롯해 많은 성소수자 단체들이 국민일보에 항의공문을 보냈으며, 한국동성애자연합은 언론중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다.
반면 청소년 동성애자의 죽음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더 이상 동성애자들을 죽음의 낭떠러지로 내몰지 말라!”고 항의했다. 박김수진, ｢누가 동성애자를 죽음으로 내모는가｣, 여성주의 저널 <일다>, 2003.4.30.

교과서와 사전에서 동성애를 ‘성적 도착증’, ‘문란한 성행위’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 그리고 상담계와 의학계 등에서 동성애를 ‘정신질환’ 1973년 미국 정신과의사협회는 모든 정신적 감정적 장애들을 목록화한 공식 매뉴얼(DSM)에서 동성애를 제외했고 1975년 미국 심리학회연합은 이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했다. 두 협회는 모든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동성애를 정신적 질병으로 낙인찍는 일을 없애는데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1990년 미국심리학회는 전환치료(동성애를 이성애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익이 되기보다 오히려 해가 된다고 밝혔다.
등으로 간주하는 것 등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은 지속적인 항의와 시정요구를 해왔다. 1998년 개정된 교육부 발행 고등학교 국민윤리에는 “에이즈, 동성연애, 매춘, 성폭행, 마약 등이 늘어나면서 성도덕의 문란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교련에는 “동성간의 사랑이나 성행위는 에이즈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적혀있었다. 1999년 7월 동성애자인권연대는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 중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부분에 대한 수정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한편 두산세계대백과사전은 동성애를 “이상성욕 중의 하나, 치료가 매우 어렵지만 일시적인 것도 있으므로 동성애 경향을 정상인의 성애 경향으로 바로잡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레즈비언에 대해서도 “가정환경은 흔히 부친이 알코올 중독, 폭군적인 성격, 사디즘(가학증)적이고, 모친은 잔소리가 많고 인정이 메마르다고 한다”로 기록하는 등 성소수자의 존재를 왜곡시켜 논란이 됐다. 조이여울, ｢‘뒤틀린 존재’라는 낙인-한국사회의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 제주인권학술회의 발표문 모음집, 2002.
레즈비언 인권운동 진영은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지식을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3) 동성애 바로알기 교육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활동은 ‘교육’이다. 2002년 끼리끼리가 주된 활동으로 ‘동성애 바로알기’ 강의를 시작한 데 이어,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은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동성애자연합은 2002년 7월 26일에 창립한 성소수자 단체의 연대체로, 끼리끼리, 친구사이, 부산성적소수자인권센터, 충북동성애자모임 푸른마을사람들, 하이텔 또하나의사랑, 맨포가이,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등이 함께하고 있다.
의 공동 일상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학교와 교육시설, 상담실, 청소년 보호시설, 언론, 자치모임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각 모임의 요청을 받아 ‘찾아가는’ 방식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동성애 바로알기 강좌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은 특히 사회 각 운동권 및 진보진영, 상담가와 교육가를 대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고 ‘인권’의식을 갖도록 요구함으로써 그 파장을 넓혀간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인권을 이야기하는 모든 이들이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묵인해선 안 된다는 점을 피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성애 바로알기 교육은 수십 개 시민단체(주로 여성단체와 인권단체, 상담단체)와 대학 강좌, 소모임 등의 요청을 받아 꾸준히 진행되어왔고,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적도 있다. 사회적으로 비가시화되어 있는 존재인 레즈비언이 실제 자신의 삶을 토대로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교육하는 것의 효과는 매우 크다. 부산성적소수자인권센터는 이 강좌를 통해 지역의 인권운동단체들과 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밝히고 있다.

(4) 아웃팅과 호모포비아 범죄

사회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레즈비언들은 곳곳에서 호모포비아 범죄를 겪고 있다. 가족들에게 성정체성이 알려져 구타를 당하고, 감금당하고,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고, 정신병원에 끌려가기도 한다. 동성 애인의 가족들에게 폭행당하기도 하고, 이유 없이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한다.
많은 레즈비언들이 호모포비아에 의한 폭력을 겪고 있음에도 호모포비아 범죄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성소수자에 대한 살인, 강간이 이슈화되는 서구 사회와 달리 한국사회에선 호모포비아 범죄가 드물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호모포비아 범죄 사례를 수집하고, 그 유형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레즈비언들이 겪는 호모포비아 범죄는 ‘아웃팅’ 위협과 상당부분 관련이 있다. 레즈비언들은 사기, 폭행, 스토킹, 강간 등 범죄를 겪었을 때에도 ‘아웃팅’ 당할까봐 두려워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응 과정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이 밝혀지고 공개되었을 때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성애자라는 걸 알리겠다”는 협박 하에 수많은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폭력을 겪고 있는 레즈비언을 지원하고자 노력했던 단체와 운동가들이, 결국 당사자가 ‘아웃팅’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할 수 없음으로 인해 별 다른 대응도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여러 차례 벌어지고 있다.
끼리끼리는 2003년 8월부터 ‘아웃팅’ 피해사례를 모으고 아웃팅 방지 캠페인을 벌이는 등 대응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웃팅은 성소수자의 인생을 말살시킬 수도 있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끼리끼리는 일단 아웃팅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경찰을 비롯한 정부조직, 여성단체와 상담단체 등에 인권교육을 통해 아웃팅을 예방하는 등의 활동을 펼 계획이다.

(5) 반성폭력 운동과 레즈비언 연대

2001년 끼리끼리는 레즈비언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동성 간의 성폭력을 인정하지 않던 사회 분위기에서 동성 간, 그것도 여성 간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끼리끼리가 성폭력 사례들을 접수 받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수십 개의 사례들이 모아졌다. 끼리끼리는 이를 토대로 2001년 6월 23일 ‘여성성적소수자 커뮤니티 안의 성폭력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성폭력 문제는 많은 레즈비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두 차례의 토론회를 계기로 2002년 7월, 끼리끼리, 부산성적소수자인권센터(당시는 준비중),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성신여대 이반모임 이외에 레즈비언 커뮤니티 니아까, 클럽밴디트, 레즈피플, 버디친구닷컴, 엘비시티, 그리고 레즈비언 개인 사이트 등이 연대한 여성이반 커뮤니티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모임 ‘반성폭력 네트워크’ kirikiri.org/network
를 만들어 활동에 들어갔다.
이 같은 활동은 기존 ‘성폭력’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레즈비언 사회에 은폐되어 왔던 성폭력과 폭력에 대한 대응활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특히 소수자 집단이 사회적으로 소외되어있는 만큼 법과 제도, 교육의 테두리에서 보호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자정활동은 큰 의의를 갖는 것이다.
‘반성폭력 네트워크’가 레즈비언 커뮤니티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은 것은 역시 ‘교육’과 ‘홍보’였다. 즉 동성 간 성폭력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이 성폭력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나가는 것이었다. 반성폭력 네트워크는 성폭력 개념과 예방을 위한 지침을 담은 ‘성폭력 매뉴얼’을 작성해 레즈비언 모임과 레즈비언 바에 뿌리는 등 캠페인을 전개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례를 접수하고 논쟁을 붙이는 등 활동을 펴오고 있다.
‘반성폭력 네트워크’의 활동은 한편, ‘성폭력’이라는 사안을 통해 레즈비언 단체와 매체, 커뮤니티, 개인들이 ‘연대’하는 자리와 모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당시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인권모임과 친목모임 간의 간극이 커졌던 시기였다. ‘성폭력 근절’이라는 사안에 동의하는 레즈비언들이 해당 모임의 성격을 떠나 함께 연대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앞으로의 레즈비언 인권단체와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연대 가능성을 읽어볼 수 있게 한다.

(6) 이성애중심 가족제도에 반기

한국사회만큼 ‘가족주의’가 강한 사회도 드물다. 이성애 중심 결혼제도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적지향과 무관하게 결혼제도에 편입되어 왔다. ‘결혼’이 선택이 아닌 실질적인 ‘강요’이고, 소위 정상가족의 틀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모든 이들을 ‘차별’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여성의 노동권이 보장 받지 못하는 가운데 레즈비언에게 현 가족제도는 무시무시한 억압이다.
2003년 한 해는 ‘호주제’ 폐지가 사회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국민의 60%가 “호주제는 폐지돼야 한다”는데 동의했고, 여성운동단체들의 주된 활동도 이에 집중됐다. 호주제를 폐지하고 가족제도를 재정비해 다양한 가족들을 포용하고 호주제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성소수자들에게도 매우 절실한 것이었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 운동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이 ‘가족부’와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제기됐고, 끼리끼리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개인별신분등록제 실현 공동연대’에 참여하면서 호주제 폐지의 대안이 ‘가족부’가 아닌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대체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많은 여성운동단체들은 사실상 “‘가족부’로 가더라도 호주제 폐지”가 운동의 목적이었다.
끼리끼리는 호주제 폐지의 목적은 “기존의 호적제도가 안고 있는 억압적 이데올로기의 타파”에 있다고 보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제를 폐지한다는 것이 ‘호주’ 규정만을 삭제하거나 자녀에게 어머니의 성씨를 물려주자는 차원에 국한되어선 안 되며, 한국사회의 가족제도로 인해 차별 받는 수많은 사람들(한부모 가족, 재혼에 의한 복합가족, 미성년 가장가족, 비혼모 가족, 공동체, 동거가족, 동성애자 가족, 독신자 등)이 더 이상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과 ‘다양성’이 화두가 된 21세기에 들어서도 우리 사회는 ‘이성애 핵가족 남성중심’ 가족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호주제도는 2004년 5월 현재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출산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자 정부는 ‘부부의 날’을 제정하고, ‘건강가족기본법’ 2003년 말 제정된 ‘건강가족기본법’은 ‘양성평등’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론 기존 핵가족 틀을 유지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 시대착오적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을 만들고, ‘이혼 의무상담제도’를 도입하고, 저출산 대응 인구정책표어를 공모하는 등 근대 가족주의로의 회귀를 꾀하고 있다.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한국 사회의 근대적 가족관을 깨고,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 물론 가족을 이루지 않고 살 권리와 동성간 결혼이나 ‘동반자 관계’를 인정하는 등의 동성애자의 법적 권리도 포함하고 있다.
를 주장하고 있다. 레즈비언이 차별 받지 않고 살 권리, ‘동반자’로 인정받을 권리, 아이를 낳고 키울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레즈비언 인권운동진영의 ‘가족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될 것이다.

(7) 청소년 레즈비언

2000년대 들어와서 사회적 현상으로 부각된 것은 청소년 동성애자, 그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 레즈비언들의 문화다. 끼리끼리 청소년 소모임이었던 <또래끼리>나 1999년 만들어진 부산, 경남 지역 청소년 동성애 인권문화지 <달팽이> 멤버들은 청소년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활동을 펼치려 했던 이들이다. 특히 <달팽이>는 “동성애자 사회에서조차 청소년 동성애자는 소외된다”며 스스로 동성애자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나선 행동파였다. ｢청소년 동성애자 문화집단 ‘달팽이’｣, 여성신문 2000.12.2.
이들은 매체를 만드는 것 외에도 청소년 동성애자 캠프,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는데, ꡔ달팽이ꡕ 창간호에서 다룬 주제는 ‘여고에서의 동성애’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발히 팽창된 청소년 레즈비언들의 커뮤니티는 실제로 오프상의 문화로도 모습을 드러냈으며, 각 학교들은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청소년 레즈비언들의 증언에 따르면 ‘여학생끼리 손을 잡는 것을 벌’하거나, ‘화장실을 친구와 같이 갔을 때 벌점을 매기는’ 등 학교 측의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남성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한 일명 ‘야오이’라고 불리는 만화가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인기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동성애 각본을 써서 주고받는 ‘팬픽’ ‘팬픽’은 만화․소설․영화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작품을 대상으로 팬들이 자신의 뜻대로 비틀기하거나 재창작한 작품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선 주로 대중가요 가수들의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동성애 소설을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시키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 유행하면서, 일명 ‘팬픽이반’이 등장했다. ‘팬픽이반’이란 팬픽 문화를 즐기는 여성 청소년들이 그 주인공들의 외모나 행동들을 흉내 내며 동성애 관계를 즐긴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다. 일각에선 ‘팬픽이반’은 동성애 ‘따라하기’일 뿐이며 진정한 ‘이반’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팬픽이반’도 동성애자라는 주장과 대립되면서 청소년 레즈비언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제는 미성년자의 권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사회에서 청소년 레즈비언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고, 자신에게 닥쳐온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성인 레즈비언들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또한 청소년 레즈비언 문화가 급부상했음에도, 자체적인 기류였을 뿐 기존 레즈비언 단체들이나 모임들이 이들의 현실과 접선이 닿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국가가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실시하면서 동성애를 ‘음란’, ‘변태’ 등으로 규정, 해당 사이트를 폐쇄조치 한 것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국내 최초의 게이 웹커뮤니티 ‘엑스죤’(exzone.com)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결정했다. 청소년보호법 시행세칙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을 보면 ‘동성애’가 ‘음란’, ‘퇴폐’라고 되어있었으며, 동성애자 인권운동진영의 항의로 2004년 4월 시행세칙에서 ‘동성애’를 제외시켰다. 그러나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치에 대한 ‘엑스죤’과 동성애자인권운동 진영의 무효 소송은 패소했다.
은 인터넷에 둥지를 틀고 있는 수많은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대한 억압이었다. 이와 더불어 각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청소년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하나 둘 강제로 폐쇄하면서, 전국적으로 청소년 동성애자들, 특히 레즈비언들이 엄청난 공포에 휩싸이는 대 사건이 일어났다. 조이여울, ｢‘뒤틀린 존재’라는 낙인-한국사회의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 제주인권학술회의 발표문 모음집, 2002.

인터넷 청소년 동성애자 모임에는 어김없이 “경찰이 ip를 추적해서 학교에 통보하고 학생을 잡아갔다”, “00지역 00학교 누구는 정신병원에 끌려갔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청소년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이에 동성애자 단체들에서 ‘사실무근’인 것으로 보인다고 안심시키는 내용의 글을 올렸지만, 며칠 새 수많은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모임을 자진 폐쇄하거나 모임에서 탈퇴하는 등 사이버 공간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 사건은 그저 해프닝으로만 치부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열악한 청소년 동성애자의 인권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청소년 레즈비언들의 인권은 여전히 성소수자 인권 사안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개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리 사회에 가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처한 인권현실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가족이나 학교나 자신과 말도 통하지 않고,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으며, 성정체성이 알려졌을 때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청소년들은 가출을 택하기 쉽다.
모든 가출 청소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어서 살아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청소년들이 쉽사리 성매매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청소년 레즈비언들도 마찬가지다. 간간히 인신매매나 원조교제 대상이 된 청소년 레즈비언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수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시급한 상황이다.

(8) 레즈비언 인권연구소 창설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 10년을 맞이한 2004년 5월, ‘레즈비언의, 레즈비언에 의한, 레즈비언을 위한’ 연구작업을 수행하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레즈비언 활동가 몇몇이 모여 창립한 레즈비언인권연구소(LIFL:Lesbian Institute for Lesbians)는 레즈비언 인권운동이 분화,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즈비언인권연구소 lesbian.or.kr
는 기존 레즈비언 인권운동을 이어나가면서, 레즈비언의 시각으로, 레즈비언들의 경험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레즈비언의 소외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사명을 밝히고 있다. 레즈비언인 자신의 경험을 신뢰하고 이를 토대로 연구 작업을 벌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레즈비언인권연구소는 “1990년대 후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성에 관한 담론이 유행처럼 흘러 들기 시작했고, 사이버상의 동성애자 모임들이 대규모로 조직되기에 이른 상황에서, 과거와는 매우 다른 양상의 성소수자 모임들, 이를 둘러싼 지형적, 환경적 요인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누구를 위한’ 바람직한 변화인지 판단할 때 성급하게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일례로 2004년 3월부터 561명의 한국 레즈비언들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레즈비언들이 심각한 폭력과 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레즈비언인권연구소는 또 연구를 위한 연구, 이론을 위한 담론 생성 등 기존 연구 관행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2001년 추계 한국여성학회에서 발표된 강숙자 한국외국어대학 강사의 ｢‘레즈비언 여성주의의 비판적 검토: 한국 여성경험과의 대비｣ 논문은 레즈비언의 존재를 ‘성관계’ 여부로 양분해 구분하면서, 이성애 질서와 다름없다는 식의 규정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끼리끼리와 부산성적소수자인권센터(당시 ‘안전지대’)가 이에 항의하자, 강숙자 박사와 한국여성학회는 “실명으로, 이론으로, 공식채널을 통해 반론을 제기하라”고 답했다.
‘실천하고 변화시키는’ 연구의 본래적 의미를 되살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앞으로 한국 레즈비언인권실태 보고서,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 역사, 인권운동사 등 총서를 발행할 계획이며, 레즈비언을 위한 자료관을 건축하는 등 레즈비언 아카이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9) 국제적 연대 모색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의 ‘국제적’인 연대도 미미한 수준이지만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끼리끼리는 1990년대 후반까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온 아시아 동성애자 여성들의 연대망인 ‘아시아 레즈비언 연대’(ALN: Asia Lesbian.Network)에 합류했으며, 1995년 8월 대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아시아 각국의 레즈비언의 삶과 레즈비언 인권운동에 대해 접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자리였다.
몇 년의 공백기를 지난 2002년 끼리끼리는 ‘아시아 여성성적소수자 단체 포럼(Asia Forum of LBTQ Womyn’s Groups/Organizations, Asia Forum)’에 합류했다. 그리고 2003년 9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ICWOW(Information Center Women For Wemen) 주최 아시아 지역 레즈비언 인권활동가들과의 자문회의에 참석했다. 아시아지역 레즈비언 인권활동가들의 5년만의 재회였다. 이들은 공식적인 연대틀의 가능성을 열었으며, 각국의 레즈비언 인권실태에 대한 자료를 구축해 서로 교류, 평가하는 자리를 갖자고 약속했다. 박이은실, ｢아시아 레즈비언 활동가들 5년만의 재회｣, 여성주의 저널 <일다>, 2003.10.5.


3) 레즈비언 ‘바깥’의 연대

(1) 성소수자 단체, 게이 단체와의 연대

1993년 초동회 이후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타 성소수자 단체와의 연대를 꾀해왔다. 1995년 6월 6개 동성애자 단체들이 모여 동성애자인권운동협의회(약칭 동인협)를 발족했고, 언론의 오보에 대한 항의 활동을 시작으로 연대활동을 벌였다. 1997년 1월 ‘범동성애자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동성애자를 에이즈의 주범으로 왜곡한 것에 대한 대응활동을 했다. 1997년 2월엔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에 반대하는 동성애자들이 파업투쟁에 연대했으며, 1997년 6월에는 교과서개정 집회를 열었다. 또 당시 개봉한 영화 <해피 투게더>가 공윤 심의에서 수입불가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해솔,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사｣, ꡔ한국여성인권운동사ꡕ, 한국여성의전화 엮음, 한울아카데미,1999.

동인협의 뒤를 이어, 1998년 6월엔 지역의 동성애자 모임 등 30개 단체가 연대한 한국동성애자단체협의회(약칭 한동협)가 출범했다. 한동협은 새로 생성된 커뮤니티와 연대해 향후 운동성을 모색했고, 1998년부터 국가인권기구 관련 공동추진위원회에 참여해 인권법(현재 인권위원회법) 제정에 대한 논의를 함께 했다. 그러나 동인협, 한동협으로 이어지는 성소수자 단체들의 연대체는 성과도 많았지만, 실무력의 부족과, 단편적인 이슈 파이팅에 그치는 활동력, 레즈비언과 여성 이슈의 소외 등 한계를 드러냈다.
게이와 레즈비언의 서로 다른 위치는 이들을 그저 ‘동성애자’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다. 동성애자 인권에 ‘레즈비언’의 인권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레즈비언의 인권향상을 위해선 독자적인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21세기 들어와선 이러한 믿음은 공고화됐다. 특히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게이 인권운동진영의 가부장성과 폭력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해왔으며, 이러한 문제제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레즈비언 인권운동진영이 게이 인권운동단체를 비롯한 타 성소수자 운동진영과의 사안별 연대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다. 끼리끼리와 친구사이는 공동으로 ‘청소년 동성애자 학교’를 개최하기도 했고, 많은 동성애자 인권활동가들이 퀴어문화축제를 주최해오고 있으며, 2002년 1월엔 15개 동성애자 단체들이 ‘동성애자 차별반대 공동행동’을 결성하는 등 활동을 해왔다. 2004년 5월 현재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은 대학 내 성소수자 모임과 민주노동당의 ‘붉은이반’,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2003년 8월 이후소, 한채윤을 공동 부대표로 두고 창립됐다. 성소수자들의 권리 보호와 향상을 위한 문화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등 타 단체들과의 사안별 연대를 꾀하고 있다.

2002년 말, 커밍아웃해 활동 중이던 한 단체의 대표에 대해 10개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와 동성애자 커뮤니티, 그리고 개인 63명이 탄핵을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앞장 서있는 인물로 부각된 게이 활동가였지만, 폭력적인 언행 등으로 인해 몇 차례나 물의가 일었고 타 단체의 운동에 대한 비하 등을 일삼아 운동가로서의 도덕성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성소수자 운동진영의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였고, 아직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2002년 7월 26일, 동인협과 한동협에 이어 세 번째로 결성된 성소수자 단체들의 연대체인 한국동성애자연합(약칭 한동연)이 발족됐다. 한동연은 기존 연대체에 비해 레즈비언 활동가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과, 두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동성애자 인권운동 판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게이와 레즈비언의 입장 차는 크고, 성소수자 인권운동에서 활동 인력의 부족이라는 난제도 피해가기 어려워, 한동연의 가능성과 역할에 대해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2) 여성운동과 레즈비언 인권운동

끼리끼리 10년을 맞는 지금, 진보적 여성운동단체들의 역사도 15년~20년 남짓이다. 레즈비언이 여성으로서,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인 만큼, 레즈비언 인권이 여성인권과 따로 가는 것이 아니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레즈비언 인권운동단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여성운동단체들과의 연대를 꾀했으며, 레즈비언들의 ‘여성’으로서의 정체화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론처럼 쉽지 않은 것이 연대였다. 페미니스트들과의 캠프, 심포지엄, 세미나와 여성운동단체 실무자와의 토론 등을 진행해왔던 끼리끼리는 199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에 회원단체로 가입하려 했으나 좌절됐다. 당시 끼리끼리의 대외정책부장 장민아(현재 부산성적소수자인권센터 활동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연합 측이 레즈비언 단체의 가입을 꺼린다는 이야기를 비공식 통로를 통해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호모포비아를 깨지 못하는 단체들과 레즈비언 단체가 ‘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2001년, 새롭게 활동을 제기한 끼리끼리는 여성운동진영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주류 여성운동진영이 레즈비언만이 아니라 소수자 여성들을 소외시켜왔다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기존 여성운동진영에 ‘속하는’ 방식 대신 새로운 여성운동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기존 여성운동진영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자성을 촉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2001년 3월 8일, 3백여명의 여성들이 명동에 모여 새로운 여성대회를 개최했다. 이른 바 ‘차이가 힘이 되는 여성연대’에 합류한 여성운동단위는 끼리끼리, 장애여성공감, 서울여성노조, 군사주의와 매매춘에 반대하는 여성주의자 연대 CAMP 등 단체와 관악여성모임연대, 이대 총학생회 등 학내 여성운동단위들이었다. 장애여성, 성매매 피해여성, 성소수자 여성 등 기존 여성운동의 커다란 틀 안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새로운 3.8 여성대회 판을 꾸린 것이다. 이들은 ‘수평적’ 연대를 주장하며, “어쩌면 중심을 향해 있는지 모르는 여성운동의 방향을 주변으로 돌리겠다”고 공언했다. ｢소단위들이 만든 새로운 3․8 대회-여성운동 ‘방향키’ 주변으로 돌린다｣, 여성신문, 2001.3.9.

이후 2003년 끼리끼리와 장애여성공감, 전쟁을반대하는여성연대 WAW(Women Against War) 세 단체는 상시적인 연대체로 ‘다름으로 닮은 여성연대’(이하 다닮연대)를 구성했다. 2004년 3월 3.8 여성의 날 기념행사로 무지개시위를 개최하면서 다닮연대는 “있었지만 ‘없었던’ 여성들이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발걸음”이라며, “더욱 많은 작은 단위들이 힘을 갖도록 끌어주는 ‘다닮연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이정민, ｢다른 세상 만드는 비주류 여성들의 힘｣, 여성주의 저널<일다>, 2004.3.8

여성운동 안에서도 ‘비주류’인 여성운동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나선 다닮연대는 각 단체들의 열악한 조직과 인력구조에도 불구하고, “아래로부터의 여성운동”, “수평적 질서를 실천하는 여성운동”이라는 점에서 ‘대안’적인 여성운동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레즈비언 인권운동진영은 기존 여성단체들을 대상으로 ‘동성애 바로 알기’ 교육을 하는 등 여성운동가들이 가지고 있는 호모포비아를 깨고, 이성애자 여성운동진영과의 연대의 발판을 삼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사안별 연대 2001년 1월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가 KBS 전노조부위원장 성추행사건을 공개하자, 가해자 측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끼리끼리는 여러 운동단위들과 함께 연대활동을 펼쳤다.
도 꾀하고 있다.

(3) ‘인권’으로 연대하는 단체들

게이 인권운동진영이나 여성운동 진영 외에도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사안별 연대도 이루어지고 있다.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2002년 3월엔 ‘인터넷 국가검열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연대’에 합류했고, 2003년 5월엔 호주제 폐지와 더불어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주장하는 ‘개인별신분등록제 실현 공동연대’의 활동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인권운동진영과의 연대는 ‘새로운’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다고 본다. 2000년대 들어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생기고 관련법이 제정되면서, 인권운동진영 판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인권운동활동가들은 새로운 ‘인권’ 개념을 정리하고, 활동가들의 연대를 꾀하자는 취지로 2002년과 2003년 전국인권활동가 대회를 개최했다.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인권’의 개념과 인권운동의 방향에 있어서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다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연대했다.
2003년 상반기 레즈비언 인권운동단체들은 ‘한국동성애자연합’ 명의로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평화인권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과 연대해 ‘인권교육네트워크’를 조직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데 ‘교육’이 가장 중요한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특히 ‘인권교육’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전국인권활동가대회 준비모임 주최로 2004년 연중 기획 진행 중인 ‘反차별 포럼’에선 교육권과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차별에 대해 논의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따로 다루어졌다.


3. 결론

지난 10년간 레즈비언 인권운동은 이성애만을 정상적인 것으로 가르치며 이성애적 질서를 통해 유지되고 있는 사회에 반기를 들고, 가부장제 질서를 허물고, 여성의 경제권과 독립권, 자율권,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레즈비언 커뮤니티 내 수평적 질서를 만들기 위한 자정노력도 기울여왔다.
아웃팅 위협 속에서, 경제적 열악함 속에서, 고질적으로 활동가의 단절을 겪고 있는 레즈비언 인권운동은 그럼에도 10년 역사 동안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대항하면서 많은 변화의 지점을 만들어냈다.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 10년의 자취를 돌아보는 것은 지금까지 운동의 성과를 짚어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레즈비언 인권운동의 미래를 그려본다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레즈비언 인권운동은 곧 우리 사회의 ‘인권’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자, ‘다양성’을 추구하고, ‘평등한’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모든 차별이 종식되는 사회, 그 진입의 길을 레즈비언 인권운동이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