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래스 쏘번, 들뢰즈 맑스주의(Deleuze, Marx and Politics, 2003),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05.

창조적 맑스주의자, 들뢰즈

연효숙󰋯아주대 연구교수


1. 맑스와 들뢰즈의 생산적 만남은 가능한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쳐가는 21세기 초반, 근대 자본주의의 모순과 해체를 외쳤던 19세기 맑스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는가? 근대를 보내고 ‘포스트’ 시대를 맞이하여 맑스는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우리는 맑스의 기치를 계승하려는 여러 갈래의 맑스주의자들이 20세기 내내 이합집산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또 맑스의 정신에서 현대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우리 시대의 맑스주의자들도 있다.
20세기는 지나갔고 세계 자본주의는 지속적으로 무한한 자기 증식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맑스의 자본주의 비판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리라는 심증을 갖지만, 동시에 맑스를 새롭게 읽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절실함도 갖고 있다. 역사 속에서 화석화된 맑스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맑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맑스를 넘어선 맑스’가 되고자 많은 사상가들이 맑스와 다양한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니콜래스 쏘번(Nicholas Thoburn)이 쓴 󰡔들뢰즈 맑스주의󰡕는 포스트시대의 포스트구조주의자인 들뢰즈가 오히려 가장 적실한 맑스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한 책이다. 동일성의 재현의 형이상학을 차이와 긍정의 창조적 생성을 통해 해체, 극복하고자 한 들뢰즈에게서 가장 중심적인 영역은 정치학이었으며,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저인 두 권의 책 󰡔앙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의 초점이 자본주의 동학의 분석에 맞춰져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래서 맑스는 들뢰즈와의 접속을 통해 생산적인 만남을 갖고 새로운 얼굴로 창조적으로 태어나는 듯도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들뢰즈와 맑스를 바로 연결시키지 않고, 현재 한창 논쟁의 태풍의 눈에 있는 󰡔제국󰡕의 저자인 네그리를 매개로 하여 그 만남의 전선을 조정한다. 맑스가 지금 살아 있다면 들뢰즈와 네그리 중 누구를 적자로 택할까?
이 책의 저자인 쏘번은 영국 태생의 들뢰지안 맑스주의자이다. 그는 3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의 신진 연구자로, 들뢰즈를 맑스주의에 접합하여 해석하려는 시도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들뢰즈의 관심은 네그리에 가깝지만, 들뢰즈의 정치학은 다중에 대한 󰡔제국󰡕의 설명과 여러모로 불편한 관계에 있다고 한국어판 저자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제국󰡕에 선행하는 오뻬라이스모(노동자주의) 및 아우또노미아(자율)를 연구한 저자는 하트와 네그리의 자율적 다중의 모델과는 다른 정치적 구성의 모델을 발견하고자 했다. 그래서 저자의 관심은 들뢰즈와 맑스 사이의 정치적으로 생산적인 공명의 지점을 탐구하는 것이고, 이 공명의 핵심은 새로운 대지를 지어낼 내재적 힘, 욕망, 발명을 동시적으로 모색하는 것에 있다.

2. 소수 저자인 맑스와 창조적 맑스주의자인 들뢰즈

3. 들뢰즈는 맑스를 계승하면서 넘어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