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 채만수, ｢과학기술혁명과 상품의 가치 가격-이른바 ‘정보재’의 가격 문제를 중심으로｣, 󰡔진보평론󰡕 20호.
* 2차 - 채만수 글에 대한 반론으로 강남훈, ｢정보상품의 가치와 잉여가치｣, 󰡔진보평론󰡕 21호.
* 3차 - 강남훈 글에 대한 반론으로 이경천, ｢정보재 단위인 알고리즘, 그 가치 및 가격의 문제｣, 󰡔진보평론󰡕 22호.
* 4차 - 강남훈 글에 대한 유보적 지지라고 할 수 있는 글로 박성수, ｢정보재 가치론 논쟁에 대한 방법론적 시각｣, 󰡔진보평론󰡕 23호가 있습니다.
* 5차 - 이채언, ｢정보재 가치론 논쟁에서의 몇 가지 논점｣, 󰡔진보평론󰡕25호가 있습니다.
이번 글은 여섯 번째 글입니다.



1. 서론

최근 󰡔진보평론󰡕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보상품 경제학자들의 통상적인 용어법에 따른다면, 굳이 정보상품과 정보재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자의 경우, 시장경제 내에서 상품으로 거래된다는 측면을 좀 더 강조하는 정도로 보면 충분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정보상품으로 통일하기로 한다.
의 가치논쟁은 당초 강남훈의 책 󰡔정보혁명의 정치경제학󰡕(문화과학사, 2002)에 대한 채만수의 비판으로부터 촉발되었다. 가장 최근의 논쟁참가자인 이채언의 글(󰡔진보평론󰡕25호)로부터도 분명한 것처럼, 격렬한 대립을 보인 두 가지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상품의 가치를 측정할 때 카피를 단위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버전을 단위로 보아야 하는가?
둘째, 지대개념은 토지에만 적용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정보상품의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이 글의 목적은 위의 두 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필자 자신의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논쟁에 개입하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종류의 논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각각의 논점에 대해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합의를 도출해나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실상 지금까지의 논쟁과정만 보더라도 꽤 많은 부분에 있어서 참가자들의 의견은 수렴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가급적 기존의 논점을 반복하는 것을 피하면서, 현재까지의 도달결과로부터 출발하여 필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정보상품의 가치측정단위

강남훈의 가장 큰 잠재적 기여이자 동시에 논란거리가 되었던 점은 정보상품의 가치를 카피가 아닌 버전 단위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러한 독특한 주장의 배경에 놓여 있는 고민은 소프트웨어로 상징되는 정보상품의 경우 처음에 생산할 때에는 많은 노동(주로 연구개발노동)이 필요하지만, 일단 생산되고 나면 그것을 재생산하는 데에는 거의 노동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채언은 “노동가치이론은 상품가치 단위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라는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p.219)라고 주장하면서, 강남훈의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필자 역시 단순히 카피와 버전을 구분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채언이 문제를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그는 카피의 한계생산비가 0에 가까워짐으로써 해결 곤란한 문제에 봉착한 것이 주류경제학이고, 노동가치이론은 한계원리가 아닌 평균원리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에서도 완전경쟁이 아닌 상황에서는 가격이 한계비용을 초과하여 설정되는 것으로 설명하므로, 한계비용이 0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어떤 인위적·자연적 독점의 요소가 있는 경우라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실제로 인기있는 미시경제학교과서의 저자이기도 한 할 베리언(Hal Varian)이 칼 샤피로(Carl Shapiro)와 함께 1999년에 출간한 Information Rules (임세윤 옮김, 󰡔정보법칙을 알면 .com이 보인다󰡕, 미디어퓨전, 1999)는 정보경제에서도 여전히 미시경제학의 법칙들은 통용된다는 점을 반복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들이 한계비용이 0에 가까운 정보상품의 가격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은 가격차별이다.
어쨌든 이채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현실의 상품생산은 처음부터 복제품 생산이다. 복제품 생산이야말로 상품생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나의 모델을 개발하면 그 다음부터는 대량으로 복제되어 나오는 것이 상품생산이다. 책이나 신문을 발행하는 것도 그러하지만, 자동차, 선풍기, 신발, 오버코트, 음료수 따위도 모델이 먼저 개발되고 그 다음에 복제품을 상품으로 생산한다.”(p.218).

그렇지만, 일반 상품의 경우에는 복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이 0으로 수렴하지는 않는다. 강남훈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 같은 제품인데, 이미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카피를 생산하는 것은 EF소나타의 카피를 생산하는 것과 달라서 투하노동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강남훈의 출발점에 놓여 있는 고민을 위의 인용문과 같은 주장으로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보상품의 가치단위를 버전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다른 각도에서 표현하자면, 스톡과 플로우를 구분하자는 제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남훈 자신이 채만수에 대한 반론(󰡔진보평론󰡕21호)에서 다리의 통행료 결정문제를 예로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윈도우2000이라는 버전을 하나의 스톡으로 보고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하나하나의 카피는 그 버전으로부터 나오는 서비스의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경천이 제안한 버전과 알고리즘의 구분에 대해 이채언이 그것은 정보재와 정보서비스재로 구분해야 한다(p.219)고 주장하는 것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채언은 적어도 정보서비스재에 대해서는 일종의 스톡/플로우 구분을 받아들이는 셈이다. 반면, 강남훈은 이채언이 말하는 정보재에 대해서도 스톡/플로우의 구분을 제안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윈도우2000버전의 카피당 가치는 불과 0.001시간 밖에 안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1천만 카피가 팔린다면 버전 전체로는 0.001(시간/카피)*1천만(카피)=1만 시간에 해당하는 가치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런데, 이는 강남훈의 지적과는 달리, “정보재의 사용가치가 비경합적이기 때문에”(󰡔진보평론󰡕21호, p.248) 생기는 특성은 아니다. 스톡/플로우의 구분을 받아들인다면 일정 횟수의 플로우 사용에 의해 스톡이 고갈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비경합적 소비를 상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편, 이경천(󰡔진보평론󰡕22호, p.263)은 다리는 사용자수가 늘어남에 따라서 사용가치가 파괴되지만, 정보상품의 경우는 무한히 사용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정보상품의 경우, 물리적 내구연한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가치감소(moral depreciation)가 문제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양자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버전에 대해 가치개념을 적용한다는 주장이 카피당 가치의 계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앞의 예에서 윈도우2000의 한 카피의 가치가 0.001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자. 이것은 정보상품의 가치를 마치 고정자본이 생산물에 가치를 이전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년의 내구연한을 가진 기계의 가치가 100시간이라 한다면, 그것은 매년 10시간 정도씩의 가치를 생산물에 이전한다. 강남훈의 다음과 같은 서술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강남훈은 반론과정에서 고정자본의 예를 들고 있다(󰡔진보평론󰡕21호, p. 242).


“……수요자가 적은 특용소프트웨어의 경우 값이 비싸고, 수요자가 많은 범용소프트웨어의 경우 값이 싼 것도 가치법칙 발현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정보혁명의 정치경제학󰡕, p.99)

그런데, 이러한 입장을 따른다면, 굳이 가치의 측정단위를 카피가 아니라 버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이채언이 표기한 강남훈의 가치(V) 및 생산가격(P) 계산식을 이용하여 설명해 보자. 물론 아래의 식들은 강남훈 자신의 것은 아니고, 이채언이 강남훈의 논리에 따라 식으로 표현해 본 것이다.
단, A는 버전의 개발비용, L은 특정 수량만큼의 카피 생산에 투하되는 직접노동의 양, w는 노동단위당 임금율, e는 잉여가치율, π는 이윤율이다.
V = A+(1+e)Lw
P = (1+π)(A+Lw)
판매된 카피의 개수를 n이라 할 때, 두 식의 양변을 n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a와 l은 각각 카피당 개발비 및 직접노동량을 나타낸다.
V/n = [A+(1+e)Lw]/n = a + (1+e)lw
P/n = (1+π)(A+Lw)/n = (1+π)(a+lw)
여기에서, V/n가 카피당 가치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은 카피단위이므로 P/n야말로 실재하는 가격이며, P라는 가격은 가상으로만 존재할 따름이다. 버전 전체의 가격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P/n에 대응되는 가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논리라면, 강남훈의 주장은 n이 매우 커지면 V/n는 0으로 수렴하지만, 그 때는 V를 가치라고 부르면 된다는 얘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정보의 누적적 성격 때문에 약간의 노동만 추가하면 버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즉,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버전의 가치가 0에 가까워지는 상황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강남훈의 해결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버전을 만드는 한계비용은 같은 버전 한 카피를 만드는 한계비용보다는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이다(󰡔정보혁명의 정치경제학󰡕, pp. 99-100). 그러나 새 버전을 만드는 데 필요한 투하노동량이 0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선험적으로 배제할 근거는 없다. 특히 버전의 변경이 반드시 그럴 만한 기술진보의 결과가 아니라 종종 사소한 부가적 기능의 변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논리적 난점에서 벗어나려면, 처음부터 버전의 가치는 가분성을 갖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는 수밖에 없다. 즉, 윈도우2000의 가치가 1만 시간이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그 카피 하나의 가치가 0.001시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윈도우2000 한 카피의 가격은 그것에 일대일로 대응되는 가치크기를 갖지 않는다. 항상 윈도우2000 전체의 개발비가 먼저 계산되고 그것을 총판매량 n으로 나눈 가격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이것은 결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카피당 가격은 가치적 기초를 갖지 않음을 의미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필자는 정보상품의 카피생산에 필요한 투하노동량이 가령 0.001시간으로까지 줄어든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그것은 강화된 노동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계바늘로 측정한 노동시간이 그대로 추상노동의 양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은 적어도 마르크스 자신이 굳게 견지하고 있던 노동가치론의 원칙이었으므로, 이러한 이해방식은 최소한 강남훈의 해결책이 부딪히게 되는 난점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3. 지대개념의 적용

두 번째 논점은 과연 지대개념을 정보상품의 가격형성을 설명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지대 개념을 정보상품의 가격에 적용할 수 있다는 논의는 강남훈에 의해 제기되었으며, 필자도 주장한 바 있다(류동민,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의 특성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 󰡔21세기 한국 사회경제의 발전전략󰡕, 여강, 2000).
일단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나타난 지대개념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정보상품의 영역에 적용되는 지대가 차액지대인가 절대지대인가라는 물음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이채언은 우리가 해명하려는 문제는 “상이한 생산부문 간의 이윤격차의 문제”이므로 동일 부문 내부의 문제인 차액지대가 아니라 절대지대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후 그는 절대지대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보상품의 가치가 가격보다 커야 하는데, 그렇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절대지대의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논증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의 수식에는 오류가 있다. 그러나 주장의 핵심은 정보상품 생산부문의 유기적 구성이 매우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형문제를 사상하고 󰡔자본론󰡕의 논리에만 기초하자면, 정보상품의 유기적 구성이 사회전체의 평균보다 낮아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실증적으로 해결해야할 측면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채언의 글은 아마도 강남훈의 최근의 글(｢정보혁명과 지대에 대한 소고｣, 󰡔마르크스주의연구󰡕 제2권 제1호, 한울, 2005)을 참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강남훈은 그 곳에서 절대지대는 정보혁명과 관련이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p.225). 필자도 정보상품에 적용되는 지대가 굳이 상이한 생산부문 간의 문제로 국한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동일한 부문 내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정보상품과 지배당하고 있는 다른 정보상품 사이의 관계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정보상품 부문의 경쟁이 승자독식형 구조를 갖는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가령 IBM과 매킨토시 컴퓨터처럼 7:3 또는 8:2 식의 균형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채언은 버전의 개발비가 취급되는 세 가지 방식을 구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⑶의 방식, 즉 “연구성과물에 대한 보상이……부가가치의 일정부분을 수취하는 형태로 나타날 경우”(p.227)는 실제로 강남훈이 생각하는 지대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그는 이 “로열티”에 해당하는 부분은 “정보재부문이 수취하는 독점이윤이라기보다는 사회전체가 이 생산부문에 대해 지불하는 기여금”(p.227)이라고 주장한다. 한걸음 나아가 그는 정보상품은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공공재이기 때문에……인류공동체가 아직 단일한 사회로 출현하지 못한 현 단계에서는 실제 소비자들에게 직접 그 비용을 부담시키는 상품화 방식”(p.220)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보재상품의 가격 수준이 지나친 이유는 “본래부터 상품화가 불가능한 것을 상품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막대한 거래비용 때문”(p.220)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장하준(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 Anthem, 2003)이 지적하였듯이, 지적 재산권의 확립이 거래비용 자체를 과대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이는 지적 재산권의 소유자로 하여금, “기여”를 초과하는 이익을 얻게 만든다. 이것은 정보상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초과이윤을 얻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이다. 문제는 과연 이것을 마르크스적인 의미의 지대로 볼 수 있는가라는 것인데, 강남훈은 앞서 언급한 최근 논문에서 차액지대 및 독점지대 개념을 이용하여 이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강남훈이 제시한 지대의 기준(또는 그것이 특별잉여가치나 독점이윤과 구별되는 차이)은 초과이윤의 원천이 “자본이나 노동에 내재하지 않으면서 모든 자본이 공유할 수 없는 힘이라는 조건”(p.216)에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지대와 관련된 강남훈의 논지에 동의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그의 주장 중에서 다소 불명확하게 처리된 부분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논평하고자 한다.
먼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마르크스는 󰡔자본론󰡕제1권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착취를 노동의 사회적 생산력 또는 사회적 노동의 생산력이 자본의 생산력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본에 내재하는 것” 또는 “자본의 생산력”이라는 표현은 본질적으로는 사회적 노동의 생산력을 자본이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을 분명히 해 둔다면, 강남훈의 주장처럼, 자본의 생산력으로 전환되지 않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지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지적 재산권은 결국 자본의 생산력으로 전환되지 않는 요소들에 대해 법적·제도적으로 소유권을 부여함으로써, 모든 자본이 공유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의 차액지대 개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와 관련된 문제이다. 네트워크 효과 그 자체는 우연적 요인에 의해 소비자가 집중됨으로써 사용가치의 증대를 가져오는 경우이다. 그런데, 네트워크 효과의 경우에도 단순히 소비자의 숫자가 많아짐으로써 네트워크 자체의 유용성이 커지는 경우와 실제로 소비자 자신이 해당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정보상품의 생산에 기여하는 경우를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강남훈도 예를 들고 있는 지식검색 사이트 같은 경우이다. 즉,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것은 방대한 지식의 데이터베이스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그 사이트에 참가하는 소비자들의 협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정보의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소비자의 ‘노동’이 자본의 생산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른바 생산-소비자(prosumer) 효과이다. 최근 지식검색사이트의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은 이 문제가 지극히 현실적인 이슈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때 만약 A라는 지식검색사이트가 B라는 사이트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보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즉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게 된다면, 이는 차액지대라기보다는 일종의 특별잉여가치로 이해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잉여가치와 노동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게 될 것이므로, 여기에서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4. 결론

이상에서 정보상품논쟁과 관련된 두 가지 논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먼저, 정보상품의 가치측정단위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카피가 아닌 버전이라는 주장이 논리적 타당성을 가지려면 “카피당 가치”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설명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보상품에 대한 지대 개념의 적용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강남훈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정보상품 내부에서도 그룹별로 더욱 구체적인 수준에서 설명을 보완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특히 소비자가 단순히 어떤 상품에 주목하거나 집중함으로써 네트워크효과가 발휘되는 경우와, 소비자 자신이 직접 정보상품의 컨텐츠 생산에 참가함으로써 네트워크효과가 발휘되는 경우를 구분하여 다루어야 함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