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 채만수, ｢과학기술혁명과 상품의 가치 가격-이른바 ‘정보재’의 가격 문제를 중심으로｣, 󰡔진보평론󰡕20호.
* 2차 반론 - 강남훈, ｢정보상품의 가치와 잉여가치｣, 󰡔진보평론󰡕21호.
* 3차 반론 - 강남훈 선생 글에 대한 반론으로 이경천, ｢정보재 단위인 알고리즘, 그 가치 및 가격의 문제｣, 󰡔진보평론󰡕22호.
이 글은 이경천 글에 대한 반론입니다.


1.

맑스의 방법은 추상에서 구체로의 범주적 전개라고 말해진다. 너무 진부해서 무의미하게 여겨질 정도의 이 주장은 그렇지만 실제의 논의에서 그 적용을 만나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추상에서 구체로의 진행은 추상과 구체가 관련되는 진정한 방식을 의미한다. 그것은 원리적 논의가 현실의 적합성을 얻게 되는 과정일 뿐 아니라, 현실의 경험적 현상이 개념과 이론의 틀 안에서 새로운 지위를 얻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맑스의 형태 개념이다. 형태는 근본적인 개념과 범주가 사회적 과정을 반영하면서 논리적 연관성을 통해서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의 매개고리들에 해당한다. 그래서 맑스의 논의에서 가치형태, 화폐형태, 가격형태에서 시작해서 지대형태 등등의 형태개념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매개의 구체화를 담보하는 현실의 반영을 포착하는 경로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맑스는 경제의 영역에서 어떤 경험적 대상의 존재형태 그 자체를 바로 사회적인 형태규정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이다. 기본이론과 현실을 서로 만나게 하는 과정에서 이 형태범주는 필수적인 것이다. 중간고리가 없음으로써, 가치를 형태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리카도에 대해서 맑스는 이렇게 말했다.

“리카도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즉 그는 상품 가치의 크기가 노동시간에 의하여 규정된다는 데로부터 출발하고 있으며 그 다음에 기타의 경제적 관계(기타의 경제적 범주)가 이 가치규정과 모순되는가 안 되는가 또는 그것을 얼마나 변경시키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이어서 그런 방법에 대해 말하기를,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과학적으로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 결함이라는 것은 서술방식(형태적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또 이 방법이 필요한 중간고리를 뛰어 넘어 직접 경제적 범주들 상호간의 일치를 존중하려 하기 때문에 그릇된 결론으로 끌고 간다.” 칼 맑스, 󰡔잉여가치학설사󰡕제2부, 백의, 1989, pp. 150-151.


인용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잘 알려진 구절임에도 불구하고 이 구절이 함축하고 있는 것이 실제의 논의에서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맑스주의를 둘러 싼 논의에서 새로운 현상의 출현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현상이 출현하면 그것을 직접적으로 맑스주의의 기본원리와 대비시켜 그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때에 그것이 맑스주의를 옹호하는 것인지 비판하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식이든 결국은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즉 현상을 위해서 원리적인 이론을 포기하는 것이든, 현상 자체를 원리와 무관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든, 그래서 원리의 효력을 결국 부정해버리든 그것은 같은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모두 형태라는 중간고리를 결여함으로써 그릇된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현상하는 운동의 불일치 때문에 초조해져서 내린 잘못된 이러한 추론은 결국 경제적 관계의 형태구별에 대한 결함에 근거하게 된다. 물론 일반적 법칙을 그 자체로 파악하기 위해서 그 법칙이 관철되는 형태로부터 추상해버리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Projekgruppe Entwicklung des Marxschen Systems, Der 4. Band des “Kapital”?, Kommentar zu den “Theorien üben den Mehrwert”, VSA, 1975, p.242.

디지털 현상에 대한 태도에서 이러한 혼란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가치론의 기본적인 규정들과 디지털 현상을 직접적으로 대비하면서, 탈물질성의 개념이나 새로운 시간성의 개념을 제시하는 경우가 그렇다. 탈물질의 개념이나 잡종적 시간성 등의 개념은 실제로 성립한다. 그러나 그것은 존재론적으로 토대의 층위에서 이야기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가장 근본적인 층위에서 나오는 규정들을 중간의 어떠한 매개도 없이 그대로 현실의 일상적 층위에 적용하는 논의들이 상당히 많다. 복수적 시간성의 잡종화 현상은 정보의 미시적 층위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그에 비해 훨씬 거시적인 개체적 현상, 더 나아가 사회적 현상에 바로 적용하는 일은 거의 망상적 추론에 가까운 것이다. 디지털의 전면화를 통해서 비 물질성의 지배가 근본적인 것이 된다는 식의 주장은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 소프트웨어 또는 네트워크가 전면화되고 물질적 실체성이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함축한다. 키틀러는 이러한 논의를 기괴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그 주장은 비물질적인 것 또는 정신이 물질에 대한 전면적인 대체와 지배를 얻게 되리라고 보는 것이다. 하드웨어 안에서 일어나는 전자들의 우연적 작동이 가지는 불투명성과 불가지성이 정신에 대한 최종적 이질성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드웨어는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어떤 중요성도 갖지 못한 존재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또는 네트워크라고 알려진, 자유의 새로운 왕국이 마침내 독일 관념론을 현실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Friedrich Kittler, Hardware, das unbekannte Wesen, Medien Computer Realität. Wirklichkeitsvorstellungen und Neuen Medien, Sybille Krämer 역음. Suhrkamp, Frankfurt, 1998, p. 124. 디지털은 단순한 기호체계나 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다. 맑스가 상품은 사물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라고 말했던 것과 같은 의미에서 그렇다. 그런 관계는 비 물질성으로 환원되지 못한다.
매개고리를 통한 논증의 과정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추상적 원리 또는 일반적 법칙과 구체적 현상들을 직접적으로 대비시켜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일은 오류의 근원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험에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듯이 여겨지는, 다시 말해서 이론의 개입이 없이도 너무나 자명해 보이는 현상들이 실제로는 수많은 규정들의 연관을 통해서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념적 구성 또는 형태의 전개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다. “경험적 현상은 언제나 이미 형태화된 것이다. 즉 그것들은 오직, 무매개적인 직관을 자연적 형태로 간주하는 특정한 사회적 형태들 내부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Michael Heinrich, Die Wissenschaft vom Wert, Die Marxsche Kritik der politischen Ökonomie zwischen wissenschaftlicher Revolution und klassischer Tradition, Westfälisches Dampfboot, 2003, p. 205.
그러므로 이론에 매개되지 않은 직접적인 경험적 사실을 너무나 명백한 자연적 형태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적 형태 그 자체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다.


2.

이 글은 정보재를 노동가치론의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하느냐의 문제에서 기본적으로 강남훈의 지대 개념 사용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의 논쟁에서 이야기된, 현대 자본주의에 일정한 역동성을 인정해 줄 것인가 아니면 부후한 형태로 보느냐에 관한 문제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정보재의 가치를 독점가격으로 보는 것과 지대개념의 적용대상으로 보는 것의 차이는 그런 도덕적 평가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만일 채만수 소장이나 이경천의 견해처럼, 정보재의 가격을 단순히 독점가격으로 처리해 버린다면, 그것은 정보재가 더 이상 정치경제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함축한다. 그러니까 가치법칙은 한편으로 법칙의 수준에서 온전히 남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정보재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 자본주의는 또 그대로 온전히 진행되는 것으로 남겨 두는 일이다. 앞에서 인용한 맑스의 말을 따른다면, 법칙 그 자체를 포착하기 위해서 경제적 관계가 취하는 형태들로부터 추상해 버리는 일이 된다. 채만수 소장은 정보재의 가격은 독점가격이며, 설령 이런 견해를 취한다고 해도 독점가격의 실체가 착취된 잉여노동임을 주장하는 한에서는 노동가치론으로부터 아무런 이탈도 없다고 말한다. 결국 잉여가치의 메커니즘은 그대로 작동하고 있지만, 정보재의 영역에서는 단순히 수탈이 작동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수탈을 설명하기 위해서 노동가치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강남훈의 주장에 대해 “그러한 인식 따로, 정보재의 가격에 대한 파악 따로”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실제로 ‘가치법칙 따로 정보재 가격 따로’가 바로 채만수 소장의 입장이다.
“따라서 ‘정보재’만이 아니라 주요 상품의 가치가 모두 사실상 0을 향하여 접근해 가고 있다. 시장경제의 가치법칙은 당연히 (과학기술혁명의 결과로) 무가치하게 생산되는 재화는 무가치하게 분배될 것을 요구한다.” 채만수, ｢과학기술혁명과 상품의 가치·가격: 이른바 ‘정보재’ 가격 문제를 중심으로｣, 󰡔진보평론󰡕20호, 2004, p. 257.
이런 주장에서 볼 수 있듯이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실제로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의 주장이 귀결되는 쪽은 정치경제학의 무용함이며, 그가 주장하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극단적인 모순에서 그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준비하면 되거나 아니면 수탈에 대한 투쟁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면 된다. 이것은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의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많은 논의들이 공유하는 주장과 합치하게 된다. 디지털 신화의 또다른 신봉자로 오해될 가능성이 있다.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지만 여기서 형태의 문제를 다시 살펴보자. 채만수 소장은, 정보재의 단위를 버전으로 보는 입장에 대해서 카피의 판매량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사후적으로만 정보재의 가치가 확정된다고 강남훈을 비판한다. 무척 이상한 비판이다. 투하된 노동이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 그러나 그 가치는 사용가치를 매개로 해서 사회적 승인을 얻을 때에만 실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적인 무정부적 성격이 있는 것이다. 만일 투하노동이 미리, 즉 사전에 가치를 확정지을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자본주의가 아니다. 사후적으로 확정되기 때문에 사회적 필요노동의 추상적 성격이 존재한다. 그것은 추상화 과정의 산물이며, 상품의 지속적인 생산과 유통, 소비를 통해서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한 운동의 결과인 동시에 출발점으로서 사회적 필요노동의 개념이 가능한 것이다. 사회적 필요노동의 개념은 바로 가치법칙으로 직결된다. 가장 추상적인 층위에서 가치법칙은, 한 상품은 그것의 생산에 투하된 사회적으로 필요한 평균노동에 따라서 교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칙은 보다 구체화된 층위, 즉 상품생산 전체를 바라보는 층위에서 상품의 개별가치가 매개과정을 거쳐서 생산가격으로 전화될 때에는 다른 형태를 취하게 된다. 즉 사회적 욕망이라는 사용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수요와 공급을 매개로 해서 일종의 분배의 규범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치법칙이 관철되는 형태다. Alain Bihr, La Reproduction du capital, Prolélgomèna à une théorie générale du capitalisme Tome Ⅱ, Editions Page deux, 2001, p. 38. 여기서 “상품의 발전은, 이 모순들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 이 모순들이 운동할 수 있는 형태를 제공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현실적 모순이 해결되는 방법이다.”(칼 맑스, 󰡔자본론󰡕Ⅰ(상), 김수행 옮김, 비봉출판사, 2001, p. 133)라는 맑스의 진술은 파생적인 방식으로 정치경제학비판에 적용되는 설명방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사용가치와 가치의 모순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전개되는 층위는 일정한 현실적 수준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형태로 간주된다. 그러한 현실과 개념화의 불일치는 다시 새로운 형태 개념의 도입을 통해서 새로운 층위에 맞는 새로운 개념화를 가능하게 하고, 보다 진전되고 구체화된 형태의 설명방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에, 강남훈의 입장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가 정보재의 가격을 설명하기 위해서 도입한 지대 범주 자체가 바로 정보재가 노동가치론에 야기시킨 문제와 거의 같은 성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맑스는 리카도의 문제의식을 진술하면서 지대가 가치법칙과 연관되는 측면을 밝히고 있다. 즉 지대가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초과분이 농산물의 가격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농산물의 가격이 그 비용가격을 초과한다면, 만일 그것이 필연적으로 추가적 이윤을 낳는다면 농산물의 가격은……그 가치를 초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농산물은 항상 그 가치 이상으로 판매된다고 가정하는 외에 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다른 모든 생산물은 그 가치 이하로 판매된다는 것 또는 가치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론상 필연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동일한 양의 노동이 각이한 자본들 간에서 유통과정으로부터 발생하는 그 차이들로 인하여 있게 되는 균등화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농업에서는 공업에서보다 더 큰 가치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상품의 가치는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에 의하여 규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학의 전체 기초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칼 맑스, 󰡔잉여가치학설사󰡕제2부, p. 225. 물론 리카도의 잘못된 개념화를 설명하는 맥락이지만, 지대의 문제 자체는 바로 가치법칙에 종속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품(농업생산물)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중요한 것은 맑스가 지대를 가치법칙과는 무관한 토지소유자들의 수탈로 개념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탈로 처리하는 일은 간편한 방식이다. 그렇지만 상품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농업생산물이 가치법칙과는 무관하게 “따로” 존재한다는 간편한 해결방식은 가치법칙의 토대를 무너뜨린다. 정보재가 제기하는 문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것을 단순히 다른 상품의 생산부분들에서 형성된 잉여가치의 수탈로 본다면, 맑스의 말에 따라 다른 상품들은 자신의 가치 이하로 판매된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정보재의 문제가 지대 범주와 긴밀한 문제연관을 형성하는 배경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대 자본주의를 생산적인지 기생적인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재를 가치법칙에 따라 설명함으로써 인식의 가능성을 확보하는가 아니면 현재 힘을 얻고 있는 수탈의 논리를 인정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래서 “노동가치론의 영역에서 정보재의 문제를 해명할 수 있는 논리적으로 정교한 도구가 개발될 때까지는 정보재의 가격은 독점가격일 수밖에 없다” 이경천, ｢정보재 단위인 알고리즘, 그 가치 및 가격의 문제｣, 󰡔진보평론󰡕22호, 2004, p. 267.
는 이경천의 말을 되돌려 표현한다면, 정보재의 가격을 노동가치론으로 설명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대 범주에 근거한 논리적 정교화 이외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3.

강남훈에 대한 이경천의 비판은 개념을 더욱 세부화시키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그의 논지는 크게 나누어서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정보재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알고리즘을 새로운 단위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리즘을 가치론의 논의를 위한 단위로 도입하자는 주장은 일단 제안의 성격에 머문다. 왜냐하면 그가 도입한 알고리즘의 개념은 실제로 정보재 논의에서 전개되지 않고 강남훈이 말하는 버전과 동의어로 채택되기 때문이다. 실상 그가 도입한 알고리즘의 문제는 앞으로 구체화시켜 나가야 할 중요한 결절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것은 도입되었을 뿐 전개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여기서 논의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그는 “정보재의 재생산 과정은 일반상품의 그것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차이가 어떤 식으로 개념화되어야 할 것인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만일 그가 “각각의 경쟁기업들은 일반상품의 경우 그것의 재생산에 항상 일정량의 사회적 필요노동을 요구하지만, 정보재의 경우, 그것은 최초의 생산과 달리 재생산에는 전혀 사회적 필요노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같은 글, p. 261.
는 말로 그 차이를 주장한 것이라면 그것은 강남훈의 논지를 오해한 것이다. 이경천이 말하는 재생산은 실제로는 한 기업내부에서 복제 즉 카피의 재생산을 지적하는 것인데 반해서 강남훈이 말하는 재생산은 분명히 “처음 그 상품을 만들어낸 기업 이외에도 몇 개의 경쟁하는 기업들이 평균적인 숙련을 가진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동일한 사용가치를 가진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남훈, ｢정보상품의 가치와 잉여가치｣, 󰡔진보평론󰡕21호, 2004, p. 243.
즉 한 기업내의 카피 재생산이 아니라, 경쟁하는 기업끼리의 자체적 버전 재생산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경쟁을 통해서 사회적 필요노동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점은 이경천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그가 제기한 문제 중에 정보재의 특별잉여가치 부분이 어떤 원천에서 기인하는 것인가라는 것은 오히려 프로그래밍 전문가인 이경천 자신에 의해서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근거제시가 세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둘째는 정치경제학에서 사용가치 범주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이다. 이것은 실제로 방법론적으로 엄청난 중요성을 가진 부분이다. “……사용가치는 가치법칙에 대해서는 외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이 법칙은 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로서의 상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가치를 언급하지 않은 가치법칙에서는 정확히 말해서 아무것도 이끌어 낼 수 없다.” 이경천, 앞의 글, p. 258.
이는 우리가 접하는 정치경제학적 논의에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앞에서 형태 개념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했다. 그런데 일반적 법칙 또는 기본적 원리에서 출발해서 구체적인 현실로 접근해 가는 과정의 연결고리로서의 이 형태 개념은 언제나 사용가치의 범주를 끌어 들인다. 맑스의 경우에 사용가치는 그가 자본주의 경제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치와 사용가치의 모순적 통일체인 상품의 개념은 단순히 철학적 사변의 산물이거나 자본주의를 휴머니즘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모티브 정도로 생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품에서 시작해서 화폐의 범주로 가는 과정에서,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의 모순은 바로 모든 사회구성원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화폐상품의 도입을 통해서 잠정적으로 해결된다. 맑스 자신이 말하고 있듯이 자본주의 모순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아니면 일시에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모순이 운동할 수 있는 형태를 찾아내면서 진행된다. 그리고 이 형태의 문제에, 앞서 말한 것처럼 사용가치의 범주가 언제나 개입된다. 화폐가 자본형태로 전화되는 것 역시 그 사용가치 자체가 잉여가치를 생산해내는 노동력 상품을 발견함으로써 진행된다. 앞서 가치법칙의 형태전환에서도 사회적 욕망충족의 대상으로서의 사용가치가 소비되는 수요와 공급이 개입됨을 지적했다. 이점에 대해서는 맑스 자신이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바를 보자.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의 구별을 말하면서 그는 사용가치의 형태규정적 측면을 보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진술하고 있다.

“가치가 실존하고 있는, 또는 지금은 자본의 신체로 나타나는 사용가치의 특수한 본성은 여기에서 스스로 형태규정적이고 자본의 행동을 규정하는 것……우리는 경제적 관계들의 개진의 상이한 단계들에서 교환 가치와 사용 가치가 상이한 관계들 속에서 규정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 규정성 자체가 가치 자체의 상이한 규정으로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사용 가치 자체가 경제적 범주로서 역할을 한다. 그것이 어디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가는 개진 자체에서 드러난다……수요와 공급의 관계 등에서도 마찬가지. 동일한 규정이 한 번은 사용 가치의 규정에서 나타나고, 다른 한번은 교환 가치의 규정에서 나타나지만, 상이한 차원들에서 상이한 의미를 가지고 나타난다.” 칼 맑스,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Ⅱ, 김호균 옮김, 백의, 2000, p. 311.


사용가치의 범주와 형태규정의 관계는 별도의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사용가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이경천의 견해에 대한 동의 정도로 그친다. 그러나 이경천은 사용가치의 중요성을 말하는 동시에 그 사용가치라는 것이 형태규정적인 것으로서 “개진”의 층위에서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잊고 있다. 정보재의 버전과 카피의 관계를 강에 놓인 다리와 그 다리의 비경합적 사용을 통해서 설명하려는 강남훈에 대해서 이경천은 그것이 “치명적인 논리적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리와 정보재가 동일한 성격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리는 내구연한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그 사용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반면에 “정보재는 각 경쟁기업이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천 수백 번, 아니 이 세상이 종말할 그 때까지 복제하더라도 사용가치의 그 어느 부분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언뜻 보기에 타당한 지적인 듯이 보이지만, 여기서 그의 생각은 사용가치 범주를 오해하고 있다. 그는 다리와 정보재를 단순한 사물(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소재적 대상)로서 서로 비교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경제학에서 사용가치 범주의 사용은 그런 식으로 일의적인 수준을 갖는 것이 아니다. 사용가치는 형태의 전개과정에서 각 층위마다 다른 규정을 받게 된다. 이미 다리와 정보재를 상품으로 간주해서 비교하는 것이라면, 상품은 사물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라는 맑스의 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 바로 형태의 개진과정에서 매 단계 다르게 규정되어야 함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다리이건 정보재이건 그것이 일정한 상품의 층위로 들어오게 되면, 그것들이 사물 자체의 속성으로서 서로 어떤 다른 성격을 갖는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킨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용가치 개념은 자본주의적 생산과 무관하게 모든 사회에 공통된 것이다. 그것이 정치경제학적 고찰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형태규정을 받게 될 경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서 소재적 규정 또는 욕망충족의 측면은 정치경제학적 범주의 전개과정에서 매번 다르게 형태화된다. 그런데 이경천이 말하는 사용가치의 구별은 실제로 󰡔자본론󰡕1권의 가장 앞부분에서는 타당성을 갖는 규정이다. 2권의 재생산과정에 들어서면 이미 그러한 형태규정은 층위를 바꾸게 된다. 예를 들어서 고정자본은 그것이 지속적인 생산과정에서 그것의 가치를 미처 다 이전하기도 전에 폐기될 수 있다. 아니 자본주의적 생산에서는 잉여가치 생산의 증대를 위해서 내구연한 이전에 폐기되는 것이 상품 일반의 특성이다. 고정자본에 묶여 있는 가치를 더 빨리 회전시키기 위해서 그러한 폐기는 일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리는 그것의 사용가치가 아직 유지되고 있음에도 다른 다리로 교체되거나 아니면 인근의 새로운 다리 건설로 사용가치를 상실할 수 있으며, 세상이 종말을 맞이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재 역시 새로운 버전의 출시로 무용한 것으로 바뀔 수 있다. 이것은 자본운동의 내적 규정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형태규정 내부에서의 사용가치와 그 외부에 있는 사용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4.

이경천의 세 번째 논의는 지대범주의 적용에 관한 것이다. 그 논의를 굳이 나누어 이야기한다면, 지대 범주를 확장 적용하는 문제가 하나이고 지대형태와 지대크기의 개념화와 관련된 구체화 문제가 다른 하나이다. 당연히 이 두 문제는 지대를 정보재에 적용하기 위해서라면 연관되어 있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일단 분리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지대는 자본의 운동에 대해서 장애가 되는 토지독점이 그 조건을 이루게 된다. 그렇지만 토지독점 자체는 지대의 조건이지 맑스의 말대로 지대의 “원인”은 아니다. 이 조건으로서의 토지독점은 자본 자체에 의해서 재생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일정한 기간 동안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의 운동에 대해서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도시에서의 지대는 사람들의 발(사람들이 특정한 장소에 많이 모임)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정보재에서의 지대는 사람들의 눈(사람들이 특정한 사이트에 많이 접속함)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강남훈, 같은 글, p. 248.
이러한 조건 자체가 일정 기간 동안은 자본에 의해서 재생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지대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지대 범주의 적용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맑스 자신이 말한 것처럼, 지대의 발생에서 그 조건과 원인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대의 원인은 차액지대의 경우에 초과이윤이다. 그것은 가치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지대의 조건은 토지독점이라는 소유형태에 있다. 정보재의 경우에 분명한 독점현상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이지 정치경제학적인 설명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는 지대의 형태와 크기에 관련된 구체화 문제다. 일단 여기서는 형태의 문제만을 보기로 하자. 이경천은 절대지대, 차액지대1, 차액지대2의 형태구별을 말하고 있는데 이점은 강남훈이 약간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절대지대는 포함되지 않음을 지적한 바 있다. 강남훈, 󰡔정보혁명의 정치경제학󰡕, 문화과학사, 2002, p. 162. 각주 21 참조.
절대지대가 정보재의 가치논의에 적용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차액지대와는 다른 층위 즉 다른 형태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최열등지에서 지대의 발생은 차액지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농업부문에서의 차액지대는 그 부문 내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상품의 가치와 생산가격 사이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시장지배적인 일반적인 생산가격과 개별적인 생산가격 사이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초과이윤―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든―을 허용하는 것이 자본들의 경향이다. 따라서 이 초과이윤은 두 개의 상이한 생산분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생산분야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초과이윤은 다른 분야들의 일반적인 생산가격(즉 일반적 이윤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치의 생산가격으로의 전형과 일반적 이윤율을 전제하고 있다” 칼 맑스, 󰡔자본론󰡕Ⅲ(하), 김수행 옮김, 비봉출판사, pp. 925-926.
이것이 차액지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간단히 말해서 차액지대는 동일 생산분야 내부에서의 규정이며 그것은 초과이윤의 재분배과정인 동시에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 이윤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윤율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지대, 즉 최열등지가 받게 되는 조세는 같은 생산분야 내부의 운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절대지대는 자본이 여러 생산분야 사이를 이동할 수 없도록 하는 근본적인 장애로부터 발생한다. 그리고 이 장애 때문에 서로 다른 생산분야 사이에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도의 차이가 상존하게 된다. 절대지대는 상이한 생산분야 사이의 유기적 구성도의 차이로부터 설명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의 운동이 서로 다른 생산분야 간에 자유롭게 일어난다면 절대지대는 사라진다. “만약 농업자본의 평균구성이 사회적 평균자본의 구성과 동등하든가 더 높다면, 위에서 전개된 의미의 절대지대―즉 차액지대와도 다르며 진정한 독점가격에 입각한 지대와도 다른 지대―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같은 책, p. 930.
정보재 산업이 자본의 운동을 어떤 식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상정하건 간에, 그 산업이 특별히 유기적 구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는 이상 절대지대의 범주를 정보재에 적용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절대지대는 높은 자본구성 때문에 더 높은 잉여노동을 실현하여 더 많은 잉여가치를 얻는 것인데, 이 잉여가치가 평균이윤율의 형성과정 이전에 공제되는 것으로 개념화되는(그렇기 때문에 차액지대가 일반이윤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것을 전제하는 데 반해서 절대지대는 결과적으로 이윤율의 조정과정에 일정한 변형적 결과를 낳는다) 이상, 정보재 생산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다. 차액지대도 마찬가지로 토지독점(토지의 사적소유)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같은 생산분야 내부에서 생산조건(토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개별가격이 시장가격으로의 전화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윤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자본가에게 귀속된다. 그렇지만 농업분야에서는 토지소유의 제한 때문에 초과분이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정보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수 없는 조건을 유지한다면, 다시 말해서 일반적인 자본이 단기간 내에 재생산해낼 수 없는 조건을 갖고 있다면 그로부터 발생하는 초과이윤은 지대의 형태로 수취된다. 강남훈이 특별잉여가치와 다른 지대를 말할 때에 그것은 분명히 차액지대를 말한다. 차액지대1, 차액지대2를 정보재에 적용하는 문제는 물론 남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보다 구체화된 연구에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 구별이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해서 강남훈의 논의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대는 독점을 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그것은 독점가격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5.

정보재의 가치를 지대범주를 사용해서 논의하려는 강남훈의 논의를 방법론적으로 변호해봤다. 그러나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 강남훈의 논의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채만수 소장, 이경천 모두가 지적하고 있듯이 그의 논의가 절충주의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일 정보재가 일반잉여가치, 독점가격, 특별잉여가치, 지대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거나 또는 어떤 때는 이 구성요소중 하나가 지배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가치론적인 설명이 될 수가 없다. 현실의 지대를 보더라도, 실제로 지급되고 수령되는 지대는 맑스가 말하는 지대의 부분과 그와는 다른 독점가격,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적 수탈 등등을 다 포함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대가 이런 구성요소들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면, 지대이론은 왜 필요할까? 현실의 구체적인 현상을 남김없이 설명하려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들이댄다면, 그것은 설명이 아니다. 적어도 가치론의 영역에서 지대범주가 논의되는 층위를 유지하려면, 강남훈은 현실에서 정보재의 가격이 여러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대 범주를 통해서 어떻게 규정되는가를 보다 세부적으로 밝혀야 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의 논의는 추상수준의 여러 층위를 오락가락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요소개념들의 분류표로 귀결된다. 그러한 분류표가 여러 범주들의 차이와 공통점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층위의 구별에는 쓸모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구별을 간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독점가격과 지대는 현상적으로 그렇게 쉽사리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맑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독점가격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가격―즉 생산물의 가격이 생산가격이나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의 욕망과 지불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가리킨다. (아주 예외적인 품질이면서 비교적 소량만이 생산되는)포도주를 생산하는 포도밭은 독점가격을 낳는다. 이 독점가격(생산물의 가치를 넘는 그 초과분은 순전히 상류사회의 포도주 애호가의 부와 기호에 의해 결정된다)의 덕택으로 포도재배자는 거대한 초과이윤을 실현할 것이다. 이 초과이윤……은 지대로 전화되어 토지소유자의 것으로 되는데……이 경우에는 독점가격이 지대를 창조한다. 이와는 반대로 지대가 독점가격을 창조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즉 토지소유가 미경작지에 대한 지대 없는 투자를 제한함으로써 곡물이 그 생산가격보다 높게 판매될 뿐 아니라 그 가치보다 높게 판매되는 경우―이다.” 같은 책, p. 942.


맑스는 현실에서 이 두 가지 과정을 모두 인정한다.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는 말 그대로 생산가격 또는 가치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그런 이상 가치문제를 다루는 정치경제학 자체가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 아니다(물론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그것은 “부와 기호”를 통해 결정된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는 자본의 운동에 대한 제한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다시 말해서 제한을 포함하는 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법칙의 현실적 관철형태로 탐구된다. 현실에서는 모두 인정할 수 있는 요소들이지만 방법론적으로는 성질이 전혀 다른 것이며 같은 층위에서 탐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맑스는 다른 곳에서 독점가격과 지대의 관계와 관련하여, 이 둘 중 노동가치론과 관련하여 어느 것이 범주적 우선성이 있는 것인지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독점가격을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입하는 데 동의하는 가장 높은 가격”이라고 할 때, “곡물은 그것이 그 비용가격 이상으로, 그 가치대로 판매되는 한에서만 독점가격으로 판매된다.” 칼 맑스, 󰡔잉여가치학설사󰡕제2부, p. 373. 비록 절대지대에 한정시켜서 말한 것이기는 하지만 방법론적으로 노동가치론에서 어떤 식의 전개가 이루어져야 하는 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아담 스미스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스미스는 토지소유, 소유자로서의 토지소유자가 ‘지대를 요구한다’는 것을 대단히 강조한다. 이처럼 지대를 토지소유의 단순한 결과로 간주하면서 스미스는 지대를 독점가격으로 인정하는데 이것은 완전히 옳다. 왜냐하면 생산물은 오직 토지소유의 간섭에 의해서만 비용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즉 자체의 가치대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같은 책, p. 329. 토지독점은 지대의 원인이 아니다. 그것은 간섭을 일으키는 조건이며 그에 따라서 가치론에 입각한 독점가격이 이해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대는 가치법칙과 무관한 독점가격으로서 가치론 자체를 붕괴시킬 범주였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재의 가격문제는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해독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재가 노동가치론으로 여전히 설명할 수 있는 대상임을 밝히려면, 그 전개과정은 현실의 여러 병행적 요소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범주의 형태적 연역과정을 보다 구체화시키는 쪽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다른 요소들은 서술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사후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 상품은 노동가치론으로 설명될 수 있음에도, 일상의 현실에서는 가치론의 범주와 무관한 특성을 얼마든지 보여준다. 그렇다고 가치론적 층위의 설명과 현실의 인상을 함께 섞어 놓는 것은 방법적 혼란을 보여주게 된다.
정보재를 둘러 싼 가치론 논쟁은 결국 대개의 맑스주의 논쟁들이 그러했듯이 주요개념 모두를 환기시키게 만든다. 방법론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대 개념에 대한 새로운 천착, 가상공간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범주의 적용가능성, 정보재의 소유형태가 보여주는 복잡성 등등이 함께 고려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정보재에 대한 가치론적 접근이라는 것이 모호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