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맑스의 현재성’-
맑스는 ‘존재’한다.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전인류를 전쟁과 탐욕의 광기 아래 몰아넣는 현재, 맑스의 정신 또한 ‘현재적’이다. 하지만 ‘맑스의 현재성’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맑스의 현재성’은 그 자체가 하나의 논의 대상이다. 맑스의 죽음이 비록 맑스 자신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맑스는 언제나 그의 텍스트 안에서 ‘현재성’을 전유한다. 따라서 만일 ‘텍스트의 중심성’이 해체된다면 맑스의 ‘부재’는 우리에게 ‘현실’적인 것일 수 있다. 레닌 사후 70여 년의 소비에트 역사, 그리고 유럽 좌파의 역사는 그 ‘부재’의 현실화를 의미했다. 각기 다른 맑스의 등장과 분화! 우리에게 이 ‘부재함’은 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과 더불어 ‘도적처럼’ 왔다. 맑스는 항상 ‘존재’하면서도 ‘부재’한다. 그래서 ‘맑스주의’를 정의하는 어려움은 이와 같은 텍스트 주변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맑스 자신의 어려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맑스의 ‘현존’과 ‘부재’는 결국 맑스를 읽는 우리 자신의 몫이다. 맑스는 우리의 삶이 놓여져 있는 ‘현’(Da)이라는 시․공간에서만 ‘존재’한다. 맑스에게 생명과 활력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맑스의 현재성’을 정의하는 것은 맑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우리가 우리의 시대, 현재를 어떻게 그려내고 넘어서고자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그것은 맑스 안에 있으면서도 맑스를 ‘넘어서’는 ‘포스트’(post)적 작업이며 우리가 스스로 정의하는 ‘맑스의 현재성’ 자체의 문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맑스에게 ‘포스트’적 작업―해체와 재구성―즉, 맑스의 과거에 ‘현’(Da)이라는 시․공간을 부여하는 것은 ‘맑스’를 전유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의 작업에 내재적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포스트’적 의미는 그 의미를 너무나 일반적으로 확장시킨 것으로서 결국은 오늘날 특정한 형태의 ‘맑스’, ‘포스트’ 맑스 ‘포스트’ 맑스는 일반적인 개념으로서 ‘맑스’에 대비하여 특정한 ‘맑스’적 조류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특히, 맑스가 살았던 근대성을 넘어서 외부와의 접목을 통해서 맑스 텍스트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려는 이론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니체, 스피노자, 푸코나 들뢰즈를 경유하여 맑스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자본비판’적이면서 ‘꼬뮨’적 정신을 구현하려는 모든 이론들에 이 개념을 사용하였다.
의 고유한(unique) 특성을 무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맑스를 넘어서 현실을 전유한다는 것과 오늘날의 ‘포스트’ 맑스는 다르다. 분명 여기에는 다른 ‘맑스’, ‘맑스의 현재성’이 있다. ‘포스트 맑스’는 ‘맑스’의 이름으로 불리워졌던 ‘장’(field) 내부에서가 아니라 맑스의 ‘외부’로부터 쇄도해 들어왔다. 변증법과 휴머니즘에 대한 비판, 반인간주의와 주체의 해체, 그리고 노동가치론의 해체와 새로운 권력이론, 이데올로기론과 새로운 주체화 양식, 구성과 탈주 등등이 이어졌다. 물론 이 중에는 맑스와 공유하는 지점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그것이 외부로부터 주어졌다는 것이며 따라서 접합의 양식은 단순한 절충의 양식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맑스’에게 현재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함과 동시에 맑스의 이름으로 불리워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우리는 ‘현재성’과 ‘맑스’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현재성’을 취해야 할 것이지만, 그 때 이미 그것은 맑스가 아닌 것 또한 명백하다. 여기서 ‘맑스의 현재성’은 없다! 그것은 다른 ‘현재성’이다. 적어도 맑스의 현존이 그의 텍스트 안에서 이루어지는 현재와의 대화 속에 있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맑스의 현재성’을 말하고자 한다면 텍스트의 일정한 중심성, 고유한 특질을 지닌 ‘맑스’와 함께 ‘현’(Da)의 생명력을 제공해야 한다.


2. ‘포스트’ 맑스의 ‘현재성’

전통적으로 맑스가 맑스의 내재적 역사, 맑스 텍스트 안에서의 사유를 의미했다면 ‘포스트’ 맑스는 ‘현’(Da)을 사유한다. ‘현’(Da)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혁명성을 거세당한 채, 그 스스로 지배 권력의 한 축으로 포섭되어 들어간 서구 사민주의와 스탈린주의로 상징화되는 맑스주의의 지식-권력, 타자에 대한 억압과 배타성, ‘맑스주의’의 지배권력화라는 특정한 역사적 현실과 그 결과이다. 따라서 ‘포스트’ 맑스는 적어도 맑스를 사유하는데 있어서 스탈린주의와 맑스의 내재적 역사가 유발한 ‘맑스주의 위기’ 그 자체의 극복을 문제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맑스주의의 위기’가 무엇인가라는 문제 그 자체는 남는다. 포스트 맑스는 맑스의 내재적 역사의 장 안에 있는, 바로 그 맑스의 ‘텍스트’ 안에서 출발했고 그 이름으로 역사를 전유해 온 스탈린주의와 서구 사민주의의 역사가 그려낸 맑스의 ‘텍스트’ 그 자체를 문제 삼는다. 따라서 ‘맑스주의의 위기’를 돌파하는 작업은 단순히 맑스의 텍스트 안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맑스’가 ‘현재’하기 위해서는 ‘맑스’로 불리워지는 텍스트들 내부의 해체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들은 ‘맑스를 넘어서 맑스’를 구제하기 위해 ‘맑스’를 해체한다! 이런 의미에서 ‘포스트’ 맑스는 맑스의 한계와 경계를 극한적으로 사유하면서 맑스의 텍스트를 해체한다.
맑스에게서 해체되어야 할 것들은 철학적 차원에서 보면 휴머니즘 반휴머니즘적 관점에서 생태주의를 취하는 글로는 홍성태, ｢생태맑스주의로의 길｣, ꡔ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ꡕ1, 문화과학사, 2003. 있다. 이 글은 맑스를 ‘생산력주의자’(561쪽)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과 관련하여 맑스는 한편에서 기술결정론으로, 다른 한편에서 ‘기술=가치중립성’이라는 도구론적 관점으로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기술결정론과 도구론은 상호 일관된 논리가 될 수 없으며 상호 적대적이다. 왜냐하면 기술결정론은 엘루나 하이데거와 같은 ‘기술=실체’라는 관점에 근거한 것이며, ‘기술=도구’라는 관점은 사회결정론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비판은 한 측면에서만 본 편향된 시각에 근거해 있다. 사실, 맑스의 기술철학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겨둔 미완의 형태로서, 기술결정론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결정론’의 관점에 더욱 가까우며 이를 통해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과 모순의 변증법―목적론, 인과론, 결정론―이며,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최종심급에서의 경제결정이라는 경제결정론, 즉 ‘토대-상부구조론’과 노동 패러다임(회계적 관점으로서의 ‘잉여가치론’ 1차 맑스코뮤날레에서 이진경은 잉여가치론을 가장 반인간적 관점에서 급진화시켜 ‘기계적 잉여가치’를 주장하고 있다.(이진경, ｢노동의 기계적 포섭과 기계적 잉여가치 개념에 관하여｣, 같은 책) 기계적 잉여가치론은 맑스의 가치론을 ‘해체’한다. 맑스 또한 자동화와 기계화가 가치 법칙을 변경 또는 중단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가상적으로 설정되는 총체적인 기계화와 자동화의 완성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진경은 이 가상적 상태를 상정하고 이로부터 자신의 ‘반인간주의’적 관점을 더욱 급진화시켰다. 여기서의 핵심은 ‘반인간주의’이며 ‘노동에 의한 가치 생산’이다. 하지만 가치와 잉여가치의 개념에서 최종적으로 비판의 칼날이 근거하고 있는 지점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휴머니즘’을 틀을 넘어섰는가 하는 점은 남는다. 게다가 이와 같은 가상적인 상태의 가정을 통한 연역적 추론은 오늘날의 기계화와 자동화가 불러일으키는 기술에 대한 사회학적 문제, 즉 계급사회에서의 기술에 대한 채용의 문제, 계급투쟁의 관점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다. 아울러 권력이론의 차원에서는 이데올로기론의 부재에 근거하는 ‘경제→정치권력’으로 보는 관점의 해체이다. 따라서 ‘포스트’ 맑스가 지시하는 해체의 방향은 변증법적 유물론의 ‘물질-의식의 대당 설정에 의한 반영이론’과 반영이론에 따른 주체의 이성 중심적 사유, 그리고 과학-이성의 과잉 결정에 의한 토대-상부구조론과 역사의 법칙적 결정이라는 방법론을 해체하는 것이다. 이런 철학적 해체의 작업의 특징과 이에 대한 ‘맑스’적 재구성의 방향을 ‘철학의 실천과 실천의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한 작업으로는 졸고, ｢철학의 실천, 실천의 철학｣(같은 책)을 참조할 것.

현시기 ‘맑스주의의 위기’는 이론(이데올로기)․정치․조직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측면에서 총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현존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실제적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다 ‘현재’적이다. 하지만 이런 외적 조건은 내적 조건에 근거한다는 측면에서 남한 맑스주의와 계급투쟁의 현재 상황을 통해서 관철되고 있다는 것 또한 명백하다. 이런 내적 조건은 ‘노동자 계급투쟁의 진전과 확장’에도 불구하고 ‘계급정치 자체는 지연, 지체’되고 있다는 상황 졸고, ｢현 단계 노동운동과 노동자계급 정치의 임무｣, ꡔ현장에서 미래를ꡕ80호,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2002.
에 근거한다. 1980-90년대 당건설 투쟁의 실패와 위로부터의 민주화, 노동자계급에 대한 실질적 포섭과 계급분할 포섭 전략의 진전은 이와 같은 노동운동의 진전에 대응하는 지배의 포섭전략이 전면적으로 작동한 결과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보면 ‘위기’는 ‘계급정치의 지연’에 근거한다.
하지만 ‘포스트’ 맑스는 이와 같은 ‘계급정치의 지연’에서 ‘위기’를 보지 않는다. 그들은 ‘위기’를 ‘맑스의 근대성’ 안에서 사유한다. 이런 측면에서 ‘포스트’ 맑스는 ‘맑스주의의 위기’에 대한 정신적․지적 방향에서의 총체적인 대응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의 정신사적 기반은 ‘위기’를 넘어선 와해와 ‘와해’의 공백에서 자라나는 억압적이었던 욕망의 ‘표출’이었으며 ‘억압적 기표’들(노동자계급, 전위당, 당파성 등등)에 대한 강박적인 거부였다. 1991년 소연방의 해체를 비롯한 현존사회주의권의 붕괴와 1987년 6월 민중항쟁 이후 지속적으로 수행된 반혁명적 수동혁명, 게다가 1980년대 맑스주의 운동의 ‘전위적 질서’의 와해와 붕괴가 풀어놓은 ‘욕망’의 반란은 ‘지식-권력으로 작동했던 맑스’를 ‘탈근대성’ 안에서 적극적으로 사유하도록 했다. 이성 중심적 사유와 주체-인간중심적 사유에 대한 해체는 ‘욕망’의 풀어짐에 기반하여 적극적으로 수용되었으며, 이와 같은 풀어짐은 ‘일상’과 ‘자유’, ‘개별’과 ‘차이’, ‘욕망’과 ‘감성’을 더욱 선호하도록 했다. 1990년대에 유행했던 ‘해체’는 노동운동 내에 결합되어 있었던 혁명적 인텔리의 탈현장화와 생활로의 회귀 명분으로 작동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해체’의 시기를 넘어 대중적인 에네르기를 통한 이론적 모색을 추구하고 있으며 새로운 재구성, 변혁 동력을 구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전과 다르다. 이런 ‘해체’를 경유한 대표적인 재구성 작업은 이진경, 문화과학, 네그리 등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포스트’ 맑스는 ①맑스주의 철학(?), 또는 철학으로의 회귀(철학의 실천과 이데올로기적 ‘해체’와 ‘비판’으로의 회귀), ②맑스주의 자체의 실천적 작업(노동자계급 정치의 실천적 성과)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탈’계급적 대중운동으로 회귀, ③계급정치의 지연에 대한 집단적 실천과 조직화의 모색이 아니라 ‘탈’계급정치적 저항과 개별화-개인 철학적으로는 ‘차이’에 근거한 개별성, 개인성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이런 조류는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더불어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아이러니한 점은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철학적 기반인 로직에서부터 급진적 ‘포스트’ 조류까지 광범위하게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다. 보비오의 자유주의에서부터 라클라우-무페, 그리고 사회권력과 국가권력간의 은밀한 공조에 저항하는 개인주의적 탈주와 윤리의 모색(미시권력: 생활정치, 개인의 윤리-푸코, 욕망의 배치와 탈주의 정치-들뢰즈, 인권의 정치와 민주주의적 에토스의 과잉 결정-발리바르)까지 ‘개별’, ‘개인’은 핵심 코드를 형성하고 있다.
으로의 회귀라는 ‘맑스주의 해체’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위기’의 ‘해체’적 특징은 이론(이데올로기)으로의 회귀라는 지반을 공유하고 있다. ‘맑스주의의 위기’를 텍스트 내적인 이론적 측면에 둔다는 측면에서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맑스주의의 위기’를 텍스트 내적인 것이 아니라 조직-실천적인 측면에 두고 있다. 우리는 맑스주의의 위기를 이론과 실천 내부에 있는 항상적인 긴장 관계가 봉쇄될 때 발생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론과 실천의 환류는 조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는 ‘이론 내적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 실천’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 내적 차원에서만 보자면 현시기 ‘맑스주의 위기’는 다음의 세 가지 변화된 현실에의 대응을 요구한다.
첫째, ‘위기’의 현실성을 입증했던 현존 사회주의의 몰락과 관련하여 스탈린주의 또는 맑스주의 자체의 ‘혁신’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부재와 공백에 대응하는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실천적 작업과 현존사회주의를 ‘넘어서는post’ 작업) 이하 이 단락에 있는 괄호 안의 내용은 ‘포스트’ 맑스가 던진 문제의식과 그것의 수용적 관점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포스트’ 맑스의 관점이 아니며 수용해야 할 관점들에 대한 표현이다.

둘째, ‘위기’와 ‘해체’에 이어 나온 개인주의의 근원적 기반인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더불어 나타난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개에 대응하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이론적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의해 펼쳐진 저항의 공간에서 탈계급적 정치의 모색은 다음의 두 가지 경향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의 핵심은 철학적으로 ‘에토스’와 ‘파토스’에 대한 입장의 차이로 드러난다. 하나는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펼쳐 놓은 지구적 보편성을 투쟁의 핵심적 에토스로 수용하는 관점(보비오의 자유주의와 하버마스의 공론 영역의 고수라는 민주적 합의 구조 창출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공격하는 ‘공공성’을 고수하는 보수적 입장에서부터 지구적 보편성을 보다 더 확장하여 여성과 인종에 적용하는 민주적 가치들의 접합; 라클라우-무페와 자유-평등 테제; 발리바르까지의 입장들, 네그리의 ‘전지구적 시민권’)에서 다른 하나는 사회권력화한 정치권력을 핵심으로 하는 푸코적 전통에 따르는 것으로 ‘주체’의 권력 수행 역할에 집중하는 입장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제공하는 보편성에 투쟁의 핵심을 놓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보편성에 저항하는 대중의 역능성, 지배 권력으로 조직화하는 권력에 대항하는 개인들의 탈주와 저항을 중심으로 하는 유목적 정치, 횡단의 정치를 주장한다. 들뢰즈, 까타리, 푸코, ꡔ성의 역사ꡕ이전. 등등이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
(사회권력과 국가권력의 관계, 국가적․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에 대응하는 노동자국제주의의 실천적 정립)
셋째, ‘위기’의 내적 근원인 노동자 계급정치의 조직적 실천의 방향과 조직론의 새로운 정립(당파적 정치의 총화로서 조직 운동의 건설) 조직운동에 대한 모색에 있어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은 ‘지도정당’ 또는 ‘전위정당’에 대한 거부이다. 정치세력화를 기존 정당 체제 내에서의 정치세력화로 보는 의회주의적 경향에서부터 ‘당형태 위기론’을 주장하는 알뛰세르-발리바르까지 체제 밖의 정당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핵심은 정당운동이냐 아니면 대중운동이냐이다. 그런데 정당운동에서도 기존의 의회주의 정당과 다른 정당운동의 가능성은 사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사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글은 김세균, ｢사회변혁과 국가변혁｣, ꡔ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ꡕ2, 문화과학사, 2003; 송석현, ｢비제도적투쟁정당과 노동자계급정치｣, 같은 책 참조.
등이다.
그러므로 맑스주의의 위기와 해체를 경유한 ‘포스트’ 맑스는 적어도 이 세 가지 ‘현’(Da)이라는 문제의식을 통해서 맑스에게 현재적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포스트’ 맑스는 일반적으로 위의 세 가지 ‘현’(Da)‘에 대응하여 다음과 같은 방향을 모색한다.
① 스탈린주의의 극복과 맑스주의의 ‘해체’ 작업으로서 ‘과학’의 과잉 결정 비판과 이데올로기(욕망)-정치의 접합 모색→‘탈’변증법적 유물론, ‘탈’역사유물론(‘탈’과학과 다원주의, 중심 없는 저항정치/이데올로기적 재규정과 주체의 생산으로서의 정치)
② 자본의 ‘과학’, 자본운동의 한계 규정(목적론적 문제 설정) 폐기와 정치경제학의 학적․법칙적 이론화의 폐기→계급투쟁, 대중운동의 자생적 저항정치로의 전화
③ 노동자계급 중심성(존재론적 규정)의 폐기와 새로운 ‘탈’계급적 저항정치 모색(생활정치, 문화정치, 욕망정치 등)→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 프롤레타리아 독재 폐기(개인의 차이에 근거한 접합과 연대의 방식으로서 꼬뮨)
물론 ‘포스트’ 맑스의 출발을 이루었던 맑스주의의 ‘해체’란 이론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맑스주의 이론 자체의 위기’의 산물로, 맑스주의가 더 이상 현실을 읽어내지 못하는 공백의 지점(국가론과 조직론, 변혁론→이데올로기론의 부재와 철학에서의 ‘과학’의 과잉 결정 또는 이데올로기와 과학의 불분명한 연계성)에서 ‘해체’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포스트’ 맑스는 특히 ‘사회권력의 문제와 이데올로기론의 정립’→‘주체형성과 근본변혁에서 사회권력의 문제 설정’이라는 장을 열어 놓았다. 이런 측면에서 ‘포스트’ 맑스의 작업은 분명 한편으로 ‘맑스주의의 확장’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포스트’ 맑스의 작업은 결국 노동패러다임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는 노동자계급 중심성과 계급⋅계급투쟁의 관점으로부터의 탈피라는 ‘탈노동패러다임’을 공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맑스’ 외부를 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포스트’ 맑스가 추구해 왔던 실천적 지향의 지점은 현재적 시점에서는 매우 다른 지반 변경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과학’ 없는 ‘맑스’, ‘비판’적인 ‘맑스’로서 ‘노동자계급’ 없는 ‘맑스’, ‘대중의 자발적 역능성’을 기반한 ‘맑스’로서 ‘현’(Da)을 전유한다. ‘맑스’는 더 이상 ‘꼬뮨’을 ‘생산자 대중의 자율적인 연대체’로서 꿈꾸지 않는다. 또한, ‘노동자 국가’를 경유하는 현실적인 정치가 국가의 불가피성과 국가를 경유한 이행전략을 제시한 최근의 글로, 최형익, ｢이행과 국가: 해방의 정치, 해방의 조직｣(같은 책)을 볼 것.
로서의 ‘맑스’를 꿈꾸지 않는다.
‘포스트’ 맑스는 오히려 ‘현실을 과학적으로 전유하는 자’가 아니라 ‘현실을 비판적으로, 미학적으로 그려내고, 끊임없는 차이의 역능성’에 기반하는 ‘오늘날의 맑스’로서 ‘포스트’를 꿈꾼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맑스’가 아니다. ‘포스트’ 맑스는 ‘자본-노동’의 계급적 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국가권력’의 전복을 꿈꾸는 맑스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적인 장 전체’ 안에서, ‘국가’ 외부에서의 ‘차이’와 ‘대중의 역능성’에 기반한 ‘탈주’를 추구하는 ‘탈근대인’이다. 따라서 우리가 굳이 그것을 ‘맑스’ 안에서 전유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국가’의 아웃사이더로서 ‘맑스’이지만 이미 ‘계급투쟁’, ‘노동자계급’을 상실한, ‘현대문명 비판자로서의 맑스’일 뿐이다.


3. ‘포스트’ 맑스의 ‘해체’와 ‘탈’ 계급적 전략

‘문화사회’, ‘탈주’와 ‘노동거부’ 등등은 맑스가 ꡔ자본ꡕ에서 규정한 계급투쟁과 다른, 탈계급적 사회 영역에서의 대중적 역능성에 착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탈’ 맑스적이다. 게다가 이 ‘착목’의 출발점도 맑스의 텍스트 내부가 아니다. 그것은 맑스의 이론적 장 내부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니체’로부터 연원한다. 이 중에서도 핵심적인 쟁점은 지식-권력의 연계 효과 차원에서 맑스주의를 보았을 때 드러나는 것으로서 ‘이성의 화신=당’이라는 스탈린주의가 과연 맑스의 텍스트 어디로부터 연유하는가이다.
‘포스트’ 맑스는 이 연원을 헤겔-맑스로 이어지는 동일성의 변증법,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모순의 변증법과 인간 중심주의에서 찾는다. 전통적인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유물론은 이런 궤적을 따라 점차 해체된다. 대신에 ‘포스트’ 맑스는 ‘부정의 변증법’=노예의 사유 대신에 ‘차이’의 논리=긍정의 철학을 제시한다. 질 들뢰즈, ꡔ니체, 철학의 주사위ꡕ, 인간사랑, 1993, 33-36, 324-327쪽. 아울러 알뛰세르도 ꡔ맑스를 위하여ꡕ에서 이와 같은 변증법의 해체를 시도하였다. 그는 각각의 요소들이 독립적인 질을 유지하며 이런 요소들간의 중층결정이라는 관점에서 변증법을 해체한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으로 모순의 변증법과는 아예 다른 것이다.
하지만 ‘변증법’을 ‘동일성의 폭력’으로 간주하고 비판하는 논의는 변증법에 대한 일면적 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이들의 논의는 특히 헤겔의 변증법을 단순 명쾌하게 동일성의 변증법이란 틀로 일괴암적으로 해석할 경우에만 타당한 논의이다.”(김경수, ｢리좀변증법의 구상: 맑스와 들뢰즈｣, ꡔ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ꡕ1, 178쪽) “……도달해야 할 궁극적 동일성과 과정 가운데 일시적으로 등장하는 잠정적 동일성을 구분하지 않고”(같은 글, 180쪽)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중요하게 맑스는 “ꡔ자본ꡕ제2판 후기에서 헤겔적인 변증법과는 전적으로 구별되는 변증법적 사유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이처럼 오래되고도, 사소한 지적이 다시 환기될 필요가 있는 것은 변증법을 동일성과 재현의 극치라고 치부해버리는 ‘차이’를 가장한 일부의 논의들이 천편일률적인 선정성만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박성수, ｢상품개념과 재현의 문제｣, 같은 책, 201쪽)
따라서 맑스의 변증법을 동일성의 변증법으로 환원하여 비판하는 것은 ‘텍스트 내적 맥락’으로 보았을 때도 적절하지 못하다.
물론 헤겔의 변증법과의 관련 속에서 맑스의 변증법, 특히 스탈린식으로 정형화된, 그러나 종종 엥겔스-레닌에게도 등장하는 변증법, 특히 양질전화, 부정의 부정과 같은 변증법의 법칙들은 진화론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부정의 부정은 정과 반의 지양으로서 종합이라는 계기로 성립될 수 있으며, 양질전화는 양의 질로의 전화와 더불어 연속적인 운동으로 상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외에 보다 더 중요한 모순의 법칙이 있다. 그것은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 법칙은 레닌이 변증법의 제일법칙으로 삼았던 법칙이다. 하지만 이 법칙의 운명은 스탈린주의의 역사와 더불어 우여곡절을 겪는다. 스탈린은 변증법으로부터 이 법칙을 부차화하고 배제해 버렸는데, 이것은 근본적으로 이 법칙이 생산력 발전을 근간으로 하는 진화론적 사고에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SMP론=생산력주의=진화론적 사유)
이다.
만일 우리가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이라는 모순의 본질적인 규정으로부터 이를 본다면 부정의 부정, 양질전화는 동일한 질을 갖는 운동, 즉 내적 모순이 동일한 사물의 질 내부 안에서 일어나는 투쟁과 운동의 양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것들은 다른 사물로의 이행-질적인 이행 안에서 자신의 특정한 질을 보존하는 운동, 즉 ‘지양’으로서의 운동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동일성의 변증법이라는 틀 안에서 맑스의 변증법을 ‘원한과 가책’의 원인으로 규정하거나, 아니면 동일성의 폭력, 노예의 사유 이런 식의 변증법적 규정은 현장의 운동세력 내부에서도 자주 사용되는데 주로 알뛰세르-발리바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즉, ‘부정’, 안티테제로서의 운동에 대한 비판이 그러한데, 대신에 그들이 찾아내는 것은 ‘보편화’이다. 물론 이것은 한 측면에서 올바른 비판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정’이 지닌 이데올로기적 측면-자기 동일성을 창출해 내는 도그마적 측면만을 보는 것은 사물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경로를 애써 무시하는 관념적인 인텔리의 관점에 불과하다. 문제는 ‘부정’ 자체가 아니며 ‘부정’의 에네르기를 ‘정치적 수준의 보편화’로 조직화해 가는 운동의 새로운 질을 구축해 가는 것이다. ‘보편화’를 부르짖음으로써 현실의 운동을 혁파해 갈 수는 없다. 문제는 ‘관점’이나 ‘사유의 양식’이 아니라 현실운동의 객관적인 장의 형성과 세력의 충돌을 읽어냄으로써 그 운동을 담는 새로운 질적 사물-조직-을 구축하는 것이다.
를 찾아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특히 궁극적인 체계 안에서 헤겔의 변증법은 ‘정/반→합’을 산출하는 과정으로서 동일성 안에서 모순이 해소되는 변증법인데 반해, 맑스의 변증법은 ‘정/반→파괴’, 대체의 본질적인 동력으로서의 모순이다. 이런 의미에서 맑스의 변증법은 파괴와 대체의 변증법이다.
맑스는 자본과 임노동의 통일과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자본주의를 규정한다. 이 통일은 본질적으로 자본과 임노동이라는 대립물의 투쟁 속에 성립하는 통일이다. 갈등과 투쟁은 본질적이다. 그러나 이 모순의 해소는, 자본-임노동간의 모순을 지양함으로써 수립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는 그것이 사회주의인 한에 있어서 자본과 임노동의 모순으로 규정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다른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명백히 그 이전 모순의 파괴와 대체, 단절이라는 관점이 놓여져 있다. 따라서 맑스가 사용하는 모순의 변증법은 동일성을 통해서 해소되는 변증법이 아니라 모순을 통해서 형성된 운동과 그것의 파괴와 해체, 그리고 대체를 설정하는 변증법이다. 게다가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에서 본질적인 것은 투쟁이며 통일은 우연적이다. 따라서 궁극적인 통일성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맑스의 관점에서 이것은 ‘텍스트’ 내적인 해석상의 문제일 뿐, 본질적인 비판의 핵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에게 핵심은 맑스 ‘텍스트’의 해석이 아니라 ‘존재론적 차이’를 열어 놓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존재론적 차이’는 ‘맑스’에게서 두 가지를 ‘해체’한다. 하나는 ‘차이의 영원한 반복’을 통해서, 이행의 필연적 계기를 찾고자 하는 ‘맑스’를 ‘해체’한다. 이행은 필연적으로 정해져 있는 모순의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주사위 놀이’처럼 다음에 나올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우연 그 자체일 뿐이다. 예측 또는 선파악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서 ‘과학’의 폐기! 다른 하나는 ‘차이의 긍정’을 통해서 ‘존재의 일의성’을 적극 옹호하고 그것에 절대적인 자립성을 부여한다. 전체는 더 이상 ‘지배적 전체’, ‘통일적 전체’가 아니라 부분들과 같은 자격을 지니며 부분과 동일한 존재 가치를 지닌 그런 ‘전체’이다. 이런 경향은 ‘포스트 모던’ 비판을 경유하는 ‘맑스’뿐만 아니라 알뛰세르-발리바르에게도 동일하다. 이는 구조주의와의 관계에서 ‘탈’ 구조주의적 작업이라는 프랑스 지성의 흐름에서 나오는 일관된 흐름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측면에서 이런 ‘전체’는 맑스 변증법의 ‘총체성’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유명론(=개체들의 합)에 근거한다면 후자의 총체성은 개체들의 합+α이기 때문에 단순한 유명론의 관점을 탈피해 있다.
따라서 개별자들의 존재 가치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존재 의미를 획득한다. 실재론의 해체와 유명론의 도입! ‘노마드’, ‘대중의 역능성’, ‘다중’의 철학적 기반이 제시된 셈이다.
따라서 둘째, ‘포스트’ 맑스는 자본/임노동의 모순에서 해방의 주체로 세웠던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해체한다. 오히려 노동자계급은 지배권력 내로 체제 내화되었으며 이런 체제 내화는 이데올로기적 내재화, 욕망의 코드화의 결과로 상정된다. ‘과학적 사회주의’라는 ‘과학’의 특권화, ‘과학의 과잉결정’은 ‘지배권력으로서의 맑스’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론’의 부재와 더불어 경제결정론으로의 퇴화를 낳는다. 따라서 이들은 ‘경제→정치권력’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또는 ‘욕망’의 영역에서 수용과 ‘역능’의 메카니즘을 찾고자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 네그리는 계급투쟁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노동계급의 허구적 통일성과 선차성에 다양한 정치적 집단을 종속시키는 ‘중심’과 ‘주변’의 구분을 거부한다. 가타리와 들뢰즈, ꡔ자유의 새로운 공간ꡕ, 갈무리, 1995. 참조할 것.

들뢰즈는 ‘욕망’을 토대로 하여 코드화와 탈코드화-‘탈주’를, 네그리는 사회적 자본에 의한 사회적 착취-사회적 노동-사회적 임금론에 기반하여 자율주의 운동을 제시한다. 여기서 이데올로기론은 ‘경제’와 ‘노동’에 기반한 ‘과학’으로서의 정치가 아니라, ‘과학’ 없는 ‘우연’으로서 ‘주체’ 역능성을 ‘구성’하는 정치라는 성격을 가진다. 계급이 아니라 대중들이 권력의 장 안에서 권력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서 ‘역능성’을 발휘한다. 그것을 분절하고 접합하는 권력의 장에서 대중들은 권력 게임 국가권력의 중심성이 해체된 이후 나타난 특징 중에 하나는 권력을 존재 상호간의 세력관계로 규정하는 경향이다. 국가권력을 그런 세력관계의 응축으로 보는 입장은 후기 풀란챠스의 ‘계급투쟁의 응축장으로서 국가’라는 테제-사민주의화와 ‘자유주의적’ 조류들(보비오)-자유주의적 우익화가 그러하다. 반면 ‘포스트’ 조류 또한 그러한데 이것은 ‘국가권력’이 아니라 이와 반대로 국가권력 밖의 사회권력의 장에서 형성되는 권력관계를 이렇게 본다. 이것은 푸코 이래로 일반화된 관점이다. 여기서 핵심은 ‘권력장’에서 형성되는 세력관계의 항상적인 전복이다. 어쨌든 양자에게서 탈각되어 있는 관점은 ‘거시적 관점에서의 지배권력의 파괴와 대체로서의 혁명적 권력을 구성하는 관점’이다.
을 진행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탈’맑스와 맑스의 부재를 니이체, 하이데거, 스피노자, 프로이드, 칸트와 접합하거나 아니면 수행적 언어 이론과 담론구성체에 대한 이론들(소쉬르와 라캉, 그리고 오스틴 등)을 통해서 ‘개인들’을 ‘주체’로 조직화하는, 지배 권력에 대항하는 탈주체적 ‘주체’ 형성 이론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주체’는 물질적 생산과 결합된 물질적 생산양식에 의해 주어지는 실천의 주체라기보다는, 권력의 장 안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자기의 욕망과 윤리를 대항적으로 형성해 내는 무의식적 실천 주체이다.
반면 네그리의 사회적 자본에 의한 사회적 착취 이론은 맑스 가치론에 대한 ‘정정’을 수반하는 ‘사회적 착취’ 이론으로까지 발전한다. 네그리는 ‘생산’이 아니라 ‘유통’에서 잉여가치의 이윤으로의 확장 구조를 파악한다. 즉, 이윤은 사회적 생산력을 자본이 무상으로 전유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사회적 노동’에 대한 전지구적인 잉여가치의 착취에 근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은 이윤의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사회적 노동에 대한 착취의 강화를 유발한다. 특히 그는 1960년대 이후의 현대 자본주의는 공장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회적 공장’의 ‘사회적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시켜 왔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제국’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이다. 게다가 그가 보는 제국적 권력은 푸코와 들뢰즈-가타리의 미시정치, 생체정치적 권력을 본격적으로 작동시킴으로써 ‘차이’를 용인하고 이를 제국 영역 안에 수용한다고 본다. 따라서 네그리는 ‘탈계급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오히려 실업자, 여성, 학생 등과 같은 사회적 노동자들에 주목할 뿐만 아니라, 자본 생산에 필수적인 모든 활동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사회적 임금’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포스트’ 맑스에게 ‘정치’는 당파적 활동이 아니면 ‘주체’를 자본 권력의 실현 주체로 조직화하는 의식 주체로부터의 탈주를 의미하는 욕구하는 개인들(‘분자’적, 또는 다중으로서의 주체들)에 의한 문화․이데올로기적인 의미를 가지는 ‘정치’이다. 이런 주체는 우연과 차이에 의해 분절되고 접합되기 때문에 경제→정치권력의 지형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대중의 역능성을 동일성의 사유 안에 폭력적으로 해소해 버릴 뿐이다. 따라서 ‘주체형성’은 이런 주체의 대중적 역동성, 역능성을 형성하고 만들어 가는 탈중심적 횡단과 종단의 작업이어야 한다. ‘권력’ 개념은 푸코의 미시권력을 따라 무한히 확장되는 반면, ‘거시 권력’은 다소간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자본과 국가를 중심으로 배치되는 권력의 장에서 보다 핵심적인 축은 노동에 대비되는 자본 또는 국가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장되는 일상, 몸을 중심으로 배치되는 미시권력들이다. 따라서 ‘포스트’ 맑스에게 계급은 더 이상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실천의 사회적 담지체가 아니다.
비록 ‘포스트’ 맑스가 ‘권력의 확장’과 사회적 장에서의 권력에 집중함으로써 ‘탈’ 계급적 저항 정치, ‘탈’ 거시적 대항 정치를 사고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맑스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맑스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국가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선(善)도 될 수 있고 악(惡)도 될 수 있다는 도구론적 관점에 대한 비판과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른 하나는 이데올로기와 욕망을 분절적으로 접합시키는 현대 권력의 내밀한 권력의 장(생체권력 또는 미시권력)과 그에 대항하는 대중들의 감성적 저항의 가능성(자발적 역능성)을 보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전자는 결국 국가권력과 자본 권력 체제 밖의 저항 정치를 사유하도록 하며, 후자는 ‘외부로부터 도입’이라는 엘리트적 사고로부터 저항 주체 자신을 ‘대체권력의 주체’이자 새로운 사회의 ‘주체’로서 ‘주체형성’의 문제를 사유하도록 한다.
하지만 ‘포스트’ 맑스는 변증법과 ‘차이’를 너무나 대비적으로 사고하듯이 ‘정치변혁’과 ‘사회변혁’을 너무나 대립적으로 사고한다. 아울러 과학과 이데올로기 또한 너무 대립적으로 사고한다. 그래서 ‘포스트’ 맑스는 맑스의 경계 밖에서 ‘맑스’에게 ‘현재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것의 귀착점은 ‘탈’ 계급, ‘탈’ 노동자계급 중심성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자본의 한계를 자본의 운동 내부에서 사고하지 않는다면, ‘자본을 넘어선 사회’를 사유할 수 없다. 맑스의 ꡔ자본ꡕ이 꿈꾸는 초극 지점은 바로 이것이며, 그 이후 사회가 ‘꼬뮨’인 것도 또한 자본의 한계가 그려내는 극한적 사유의 산물이다. 따라서 결정된 미래는 없을 지라도 존재-논리적으로 결정된 ‘한계’(limit)는 있다. 맑스의 변증법은 이것을 그려낸다.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증법 - 생산의 사회화와 사적 소유의 모순 -, 자본과 임노동의 투쟁은 바로 이 극한을 사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차이’는 개별자의 존재론적 가치를 구제할 수 있을 지라도 이 극한을 ‘존재-논리적’으로 사유할 수는 없다.
아울러 맑스의 변증법은 비록 자본-임노동의 관계 안에서 노동자계급의 ‘해방 정치’를 기획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의 확장 가능성 또한 가지고 있다. 네그리가 ‘민중’이 아니라 ‘다중’을 이야기하는 것은 ‘민중’을 주권 주체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측면에서 ‘민중’은 근대적 시민권의 일부로 존재하며 주어진 체제를 초월하는 능동적 존재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차이화된 집합체’, ‘자유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주체성’을 지닌, 체제 밖의 ‘다중’을 ‘민중’에 대비적으로 제시한다고 해서 ‘자본을 초월하는 운동’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운동의 동력을 현실적인 존재 조건으로부터 발견해 내는 것이다. 물론 ‘포스트’ 맑스는 존재론적으로 발견해 내지 않는다. 다만, ‘우연’적인 운동 속에서 ‘구성’할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도 ‘존재론적인 가정’은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생성하는 것으로서 욕망’, ‘사회적 노동자’와 같은 존재론적인 특권화가 있는 것이다. 또한, 푸코, 들뢰즈 등은 유명론이라는 존재적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존재론적 가정이 있느냐 없느냐는 논쟁의 핵심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문제는 그것이 과연 적절한가이다. 즉, 변혁의 주체를 어디에서 찾고 설정하느냐와 그에 따른 존재론적인 규정이 적절한가가 문제의 논점인 것이다.
여기서 보다 핵심적인 것은 ‘발견’이 아니라 새로운 양식을 갖는 ‘주체의 형성’에 있다. 그러나 변혁의 새로운 양식을 창출하기 위해 먼저 사고되어야 할 것은 ‘자본-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역능’의 가능성을 가지는 존재들이다. 맑스의 ‘모순’은 이것을 ‘존재-논리’적으로 제시한다. 이런 의미에서 들뢰즈가 말하는 ‘정신 분열자’는 ‘노동자계급’이다. 노동자계급을 주체로 설정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이 첫째, 자본/임노동의 등가교환과 실질적 부등가교환이라는 모순, 둘째, 생산의 사회화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간의 모순, 셋째, 사회화된 생산력을 몸으로 체현하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앞의 두 개는 ‘동력’(해방운동)을, 세 번째는 꼬뮨의 물질적 기반을 의미한다.(졸고, ｢철학의 실천, 실천의 철학｣, ꡔ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ꡕ2, 문화과학사, 2003.)



4. 이행 전략의 난점과 전략의 분화

‘국가권력에 대한 장악’이라는 전통적 관념은 정치권력을 수행한 다음 국유화를 함으로써 사회혁명을 수행한다는 ‘도구’적 관점을 내장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맑스’의 전략은 경제→정치권력의 관점에서 국가의 변혁을 계급동맹에 근거한 프롤타리아 헤게모니 구축의 문제로 사고해왔다. 이것은 자본주의체제를 자본/임노동의 모순 관계로 파악하여 이 축으로 끊임없는 중간 계급들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이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두 계급의 투쟁을 본질적인 전장터로 파악하는 관점에 근거해 있다. 따라서 이 때 헤게모니라는 것은 계급동맹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계급동맹은 계급을 대표하는 정치조직체로서 당과 이 당에 의한 국가권력의 분점이라는 ‘국가권력 장악’을 중심으로 하는 변혁의 상에 근거하고 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혁명이 노농동맹-사회혁명당 좌파와 볼셰비키의 동맹에 의한 혁명이었듯이, 동유럽의 반파시즘 인민민주주의 혁명은 국가권력의 분할을 중심으로 하는 계급동맹 전략이었다. 이런 점에서 계급동맹론은 본질적으로 계급-당이라는 대의제적인 측면과 권력 분점이라는 ‘수권 지향적’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도구’적 관점과 계급동맹론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요청된다.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의 지닌 역사적 의미는 이런 사고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국가권력의 수임체는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당이었다. 이런 점에서 국유화에 기반한 계획경제는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당에 의해 장악된 국가권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당=국유화=계획경제=국가화’라는 전일적인 지배 체제가 형성되었다. 국가권력은 국유화를 통해서 사회권력으로 직접적으로 등치되었지만 그것은 사회화를 통해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권력이 사회권력을 ‘리바이어던’처럼 잡아먹음으로써 그렇게 되었다. 사회권력은 생산자대중의 자유로운 연대체로 발전하지 못했고 오히려 계급을 대표하는 당에 의해 흡수되는 경로를 밟았던 것이다. 이것은 곧 국가의 사멸이 아니라 국가에 의한 사회의 전체적 지배, 국가권력의 무한 확장을 의미했다.
그러므로 현실사회주의권의 붕괴는 두 가지의 ‘곤란’ 지점을 보여준다. 하나는 국유화는 필연적으로 그 성격상 계획경제를 요구하고 이것은 전국적인 회계와 통제에 기반한 ‘통제경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계획경제를 운영하는 운영주체, 권력주체가 누구이어야 하며 그 권력주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런데 현실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더불어 전자는 ‘시장이냐 계획경제냐’의 양자택일적 문제설정으로 나아갔다. 반면 후자는 사회권력과 정치권력간의 관계에서 ‘사회권력’의 위치를 설정해 주는 문제로 발전해왔다. 이것은 곧 대의제적인 부르주아 국가장치를 통한 이행이냐 아니면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사회권력의 독자성을 통해서 이행하느냐의 문제로 등장하였다. 이를 다소간 일면화하여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장+(계획)과 사회권력을 결합시켜 보는 ‘포스트’ 맑스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괄호 안에 처리했다. 이들은 논자마다 입장의 차이가 있으며 다소간 통일된 의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그들이 국가권력에 대비적으로 사회운동을 본다는 점에서 계획에 우호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계획은 국가수준에서의 권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료하지는 않지만 괄호를 넣어 처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맑스는 시장+(계획)과 계획+(시장)보다는 사회권력에 주목하기 때문에 이 양자 사이에 광범위하게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계획, 국가권력/사회권력을 대당적으로 설정하는 문제틀은 문제의 핵심 논점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사실, 시장이냐 계획이냐의 문제설정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전제하에 있다. ‘시장’ 없는 계획은 개인의 창의력과 생산능력의 감퇴를 수반할 것이라는 관점과 ‘계획’ 없는 ‘시장’은 필연적으로 자본으로의 회귀와 ‘부의 집중’을 수반할 것이라는 관점은 동일하게 인간이 ‘이기적 동물’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따라서 전자는 시장사회주의를, 후자는 스탈린이 그랬듯이 공산주의 도덕에 기반하는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관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인간을 생산력의 중심축으로 설정한 것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일반적이었다. 다만 스탈린 시기에는 공산주의적 도덕을 중심으로 했으며 후루시초프 이후 브레즈네프 시기에는 인간 노동력의 조직화→조직사회주의를 중심으로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후 브레즈네프 시기에 입각한 테크노크라트들을 중심으로 ‘시장(민주)사회주의’가 80년대 이후 본격화되었다. 북의 주체사상은 공산주의적 도덕(주체의 의식성, 창조성, 자주성)에 근거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측면에서 현실 사회주의에서의 인간은 생산의 도구로 존재했으며, 이와 같은 인간의 이기성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의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대자본주의의 사회화된 생산력 수준으로 볼 때, 전사회적 수준에서의 계획과 통제 없는 경제체제는 불가능하다. 공장 단위의 자율적인 생산체계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전국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수준에서의 사회적 분업 없는 생산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국가 수준에서의 계획과 통제 없이 생산-소비의 통일적 메카니즘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유화는 불가피하다! 이런 측면에서 국유화를 사회화로 전화시키는 데 있어서 문제의 핵심은 다른 무엇이 아닌, 국가권력이다. 혁명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국가권력의 문제라고 한 레닌의 말은 옳다. 그러므로 핵심은 ‘국가권력’ 그 자체, 즉 어떤 권력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국가권력은 계급의 대리적 수임주체(당)에 의해 구성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왜냐하면 국가권력의 대리적 수임주체는 어디까지나 위임의 주체일 뿐이며, 그 권력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로부터 국가권력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의 관점이 나올 수 있다. 하나는 국가권력은 본질적으로 억압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국가권력 장악의 문제는 수임주체의 당파성 문제, 즉 어떤 계급에 대해 독재를 행하는가의 정치적 지향성의 문제로 보는 관점이며, 다른 하나는 국가권력에 대항하여 이를 통제하는 독자적인 권력체계로서 사회권력을 형성하는 문제라고 보는 관점이다. 전자는 스탈린적 ‘맑스’의 관점이며 후자는 ‘포스트’ 맑스의 관점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권력에 대한 도구적 관점은 폐기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국가권력=지배로 볼 문제는 아니다. ‘포스트’ 맑스는 전통적인 노동자계급 중심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장된 운동, ‘탈코드화와 탈주’, ‘대중의 역능에 기초한 자율적 운동’, ‘국가-시장-시민사회’의 3중 변증법 이것은 문화과학, ｢문화사회론: 좌파의 사회운동 혁신과 그 쟁점들｣, ꡔ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ꡕ2, 문화과학사, 2003.에서의 핵심 테제이다. 아울러 이에 대한 방법론적, 철학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글은 심광현, ｢칸트와 들뢰즈를 경유한 맑스 : 문화사회의 인식적 지도 그리기｣, ꡔ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ꡕ1, 문화과학사, 2003. 참조.할 것.
이 필요하다고 역설함으로써 시민운동에 대한 과도한 편향과 부르주아 국가권력에 대한 개입, 그리고 사회주의의 문제를 정책적 문제로 떨어뜨린다. ‘붉은 악마 현상’과 ‘촛불시위’, 그리고 ‘국가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강조하면서 좌파의 ‘정책적 무능력’을 문제삼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그들의 입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계급이 없으며 자신의 욕망과 자기 가치화된 자율적 운동들에서 비롯되는 자율적 저항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대중의 ‘욕망’과 ‘문화적 가치들’, 그리고 ‘차이화된 자율적 운동’들이 본질적으로 ‘탈자본적’, ‘탈체제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보드리야르는 이런 측면에서 ‘시물라시옹’을 통해서 현대 대중들의 몸 내부로 체화된 ‘내파화’의 의미를 포착하고 있다. ‘내파화’의 관점에서 보면 다중의 운동, 다양화하고 복수화한 대중의 운동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 있을 뿐이다. 스피노자와 니체(주체화양식)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다중, 대중의 운동이 지닌 한계는 명확하다. 따라서 ‘포스트’ 맑스는 그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근본적인 변혁의 전망, 자본과 지배권력으로부터의 근본적 단절이라는 변혁의 지점을 제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기에 변혁의 동력과 전망에 관한 문제는 결코 이데올로기, 욕망 자체에 기반해서 제기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자본과 미디어 권력, 사회적 이데올로기 장치들에 의해 ‘체화된’ 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적 가치들, ‘보편성’에 근거한 ‘에토스’적 투쟁들이 지닌 문제들과 동일하다. 따라서 ‘근본적인 변혁’을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단절의 욕망과 감성을 지닌 ‘파토스’적 토양, 동력을 지닌 존재-집단이 무엇인가가 사고되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을 ‘주체’로 설정할 때의 의미에 대한 논의는 졸고, ｢맑스주의의 ‘주체’와 포스트적 전화의 담론들｣, ꡔ문예미학ꡕ10, 문예미학회, 2002. 참조. 파토스와 에토스에 대한 규정과 이와 관련된 노동자계급중심성 논의는 ｢철학의 실천, 실천의 철학｣, ꡔ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ꡕ, 문화과학사, 2003, 143-147쪽을 참조할 것.
이런 의미에서 ꡔ자본ꡕ의 저자, ‘맑스’는 본질적으로 파토스적 욕망과 감성을 체현하고 있는 집단을 ‘사회-경제체제’를 통해서 해명하고자 한 사람이다. ‘과학’은 바로 이와 같은 그의 존재론적 규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정보화와 자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배제되고 ‘생산’으로부터 축출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동자계급 중심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이 사회적 영역으로 이전되고 있으며 ‘사회적 자본’에 의한 ‘사회적 노동’에 대한 착취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맑스식으로 표현해서 ‘죽은 노동’이 ‘산노동’을 축출하고 있으며 ‘죽은 노동’에 의한 착취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이 탈정치화, 탈경제화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이것은 자본/임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의 모순이 ‘한계의 극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나타나는 ‘전민중에 대한 착취’가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것은 오히려 ‘변혁전략’이 ‘반자본전략’으로의 성격을 강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구심적 운동이 형성되고 있음 졸고, ｢한국 진보주의의 최근 논의와 방향-노동자계급 정치운동의 모색이라는 관점에서｣, 학술단체협의회, 2002년 가을 발표논문 참조.
을 의미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자계급의 중심성’ 없는 투쟁은 근본적인 단절의 계기를 상실한 ‘자본권력 내적 운동’, ‘국가권력 비판적 운동’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이 맑스의 내부냐 외부냐를 떠나서 보다 근본적인 이 논쟁의 핵심이다.


5. ‘맑스의 현재성’과 주체형성 전략

‘포스트’ 맑스는 ‘맑스의 현재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① 탈스탈린주의와 관련하여 ‘국가화’하지 않는 이행 전략을 사고하는 것이며 ② 정치변혁에 대하여 사회변혁의 중요성을 제시한 것이며 ③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함께 형성된 ‘보편성’과 ‘복수화한 다중의 접합’, 그리고 ‘시민․사회운동’을 어떻게 ‘적색화’시키는가 하는 ‘주체형성의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맑스에게서 해체되어야 할 것은 ① 시장/계획경제의 문제설정, ② ‘선정치변혁 후사회변혁’이라는 문제 설정과 더불어 국가에 대한 도구적 관점, ③ 노-농동맹과 같은 계급동맹만으로 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를 사고하는 관점이다.
반면 ‘포스트’ 맑스에게서 기각되어야 할 것은 ① 맑스의 변증법을 ‘차이’의 철학으로 대체하는 관점이며 ② 국가권력을 본질적으로 억압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당적으로 반국가적 사회변혁 전략만을 취하는 관점이며 ③ ‘탈’계급적, 노동자계급 중심성 없는, 그래서 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의 관점 없는 ‘대중운동’과 ‘보편성’만을 중심으로 변혁을 사고하는 관점이다. 이와 같은 관점은 ‘포스트’일 수는 있지만 ‘맑스’는 아니다. 또한 이것은 실천적으로도 ‘자본권력 안에 구조화된 대중으로의 투항’과 지배권력에 의해 생산된 에토스적 이데올로기로의 회귀를 생산할 뿐이다. 물론 ‘포스트’의 관점에서 ‘영원회귀’하듯이 지속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한계지워진 현실일 뿐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자본의 한계’를 극한적으로 사유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하며 ‘실천의 담지자’를 구축해내지 못한다는 점도 명백하다.
따라서 전통적 ‘맑스’의 기각이 맑스의 ‘노동자계급 중심성’의 기각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은 노동자계급 중심성의 관점 위에서 새로운 ‘국가론’과 ‘이데올로기론’, ‘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와 ‘변혁론’, 그리고 ‘프롤레타리아독재’와 ‘꼬뮨’을 재해석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포스트’ 맑스가 ‘맑스’ 안에서 ‘현’(Da)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그래서 본질적으로 ‘맑스의 현재성’을 정립해고자 한다면 그것은 ‘차이’의 철학을 모순의 변증법에 기반한 새로운 재구성 작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철학=미학화’의 관점으로부터 벗어나 자본의 한계를 규명하는 ‘과학’으로서 정치경제학과 ‘노동자계급 중심성’에 근거한 ‘사회권력과 정치권력’의 횡적․종적 구축을 보다 철저하게, 극한적으로 사유해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질적으로 ① 국유화를 사회화시키는 핵심적인 결절점은 국가권력이라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 이것은 한편으로 국가권력/사회권력을 대비적으로 보는 관점의 기각과 더불어 ‘노동자계급독재’라는 본래적 관점에서 ‘생산자대중의 자유로운 연합체’를 사고하는 것이다.
국가권력과 사회권력을 대비적으로 보는 입장은 정치와 경제를 나누고 국가권력 밖에서의 사회권력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적 참여를 의미할 뿐, 직접적인 대중권력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사회권력은 국가권력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권력 그 자체가 국가권력으로 전화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레닌은 사회주의를 도입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주의-꼬뮨권력은 국가 밖에서 도입되고 구성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 때, 사회주의 권력은 근본적으로 억압적 장치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정치’의 본질적 내용을 ‘경제’로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는 ‘경제’로 전화하며 통일된다! 정치의 본질적인 내용은 전국적인 생산과 소비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노동자계급독재’는 이미 ‘자본가계급독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체제와 권력장치를 가져야 한다. 그것은 노동자계급 대중 자신에 의한 통치체제이어야 하며 그런 국가장치가 구성되어야 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노동자계급독재국가는 단지 이전의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민주제-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직접민주제-실질적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직접민주제-실질적 민주주의’는 기존의 국가장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노동자대중의 정치권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런 ‘구성’은 현실운동의 동력 없이 ‘물리적’인 것이 될 수 없다. 즉, 국가권력에 대한 선장악이 ‘혁명’의 핵심이 아니라 이미 ‘혁명’ 자체가 이런 권력을 생산하는 과정, 그것이 ‘본질적인 내용’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치변혁과 사회변혁은 동시적으로 상호교차하면서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포스트’ 맑스가 제기하는 사회권력과 대중의 자율적 운동의 의미는 여기서 접목 가능하다.
② 대중의 자율적 권력의 수립은 ‘국가권력’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국가권력을 ‘대체’하는 ‘이행권력’이 되어야 한다. 대중의 자율적인 운동이 수행하는 기능은 ‘국가’ 밖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강제해 들어가는데 놓여져 있는 아니다. 오히려 대중의 자율적인 운동은 ‘비판’을 자신의 자율적 권력으로 전화시키는 운동을 수행해야 한다. 대중들 스스로가 이전과 다른 국가권력을 구성하는 국가권력의 구성주체라는 점을 승인하고 이와 같은 ‘권력구성’을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운동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권력 밖의 대중운동’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치적 수준’에서 조직되는, 기존의 국가장치를 파괴하고 대체하는 ‘대체권력의 주체’들의 운동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자율적 권력이 ‘탈’계급적인 것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가권력의 물질적 기반은 ‘생산’이며 ‘꼬뮨’의 실질적인 경제적 주체는 ‘생산자대중’이기 때문이다. 국유화된 생산부문을 실질적으로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이다. 게다가 아직도 계급은 존재하며 ‘유통’과 ‘소비’ 안에 자본적 관습은 남아있다. 따라서 그것은 ‘노동자계급독재’이어야 한다. ‘노동자계급독재’는 노동자계급 자신의 통치 행위라는 점에서 ‘생산자대중의 자유로운 연합체’로서 ‘꼬뮨’의 맹아이며 ‘꼬뮨’의 출발점이다. 국가의 억압성은 바로 이와 같은 ‘노동자계급’에게 형식적으로 등가적인 권리를 주지 않고 반자본적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남아 있다. 또한, 사회변혁운동은 생산-소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체권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의 축을 담당하는 노동자계급이 소비-생산 양자를 포괄한다는 측면에서 비등가적이다.
따라서 ‘포스트’ 맑스가 주장하듯이 중심 없는 운동, ‘탈’계급적 사회운동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운동을 중심으로 배치되면서 지역과 생활 현장에서 조직되는 자율적인 대체권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양자의 ‘대체권력화’는 노동자대중의 현장권력과 사회운동의 ‘지역-생활운동’의 질적 수준 속에서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체형성’은 다른 질적 운동의 문제를 함축한다.
③ 노조운동과 사회운동은 모두다 ‘자본의 장’ 안에서 형성되고 발전되는 자생적 운동으로서 ‘자본에 의해 형성된 에토스’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보편성’이 지닌 이데올로기적 함정은 바로 이것이다. 따라서 자본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파토스’적 운동은 다른 질적 운동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지역과 공장을 넘어서 있는 다른 질적 운동, 즉 전국가적․세계적 차원에서의 운동인 정치운동으로 전화되어야 한다. ‘포스트’ 맑스의 슬로건인 ‘탈’노동화는 ‘탈’노동자계급이 아니라 바로 이와 같은 노동자계급의 정치화를 의미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사회운동’ 또한 ‘생산자계급’으로의 접합, ‘반자본’적 운동으로서의 ‘적색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주체형성’은 단순히 에토스나 윤리화의 양식을 통해서 획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관점은 여전히 ‘실천’, 대상을 전유하는 활동 방식으로서의 투쟁이 아닌 ‘이데올로기’ 내적 장 안에 놓여져 있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반자본’의 극한을 전유하는 실천적 활동 그 자체를 조직적으로 전유하려는, 전혀 다른 질적 수준에서의 조직운동으로 사유되어야 한다. ‘당’이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이다. 물론 레닌의 전위정당론은 ‘외부’를 ‘의식성’=이데올로기적 지도부로서 편집국의 지도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이 로자의 비판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로자의 관점은 ‘내부’를 여전히 ‘대중의 무의식적 혁명성’에 두고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레닌의 ‘외부’는 전혀 다른 질적 운동으로서의 조직운동이라는 관점으로, 로자의 ‘내부’는 이런 정치조직 자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조직적 실천의 반성적 환류 메카니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분량상 이 문제는 여기서 더 이상 논의를 진행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간략한 관점만을 소개하고 더 상세한 논의는 다음을 기약한다. 다만, 이와 같은 관점은 새로운 당조직론에 대한 혁신과 재구성을 요구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것은 실천을 대중 밖의 이론에 의해 조직화하는 이데올로기적 지도조직, 외부로부터의 도입이라는 관점의 폐기를 함축한다. 대신에 실천하는 자가 스스로 자신의 실천을 집단적으로 반성하는 정치적 조직 체계의 구성을 의미한다. 비제도적 투쟁정당론이 이와 같은 관점들을 함축하고 있다.

사실, ‘포스트’ 맑스이든, 알뛰세르-발리바르의 당형태 위기론이든간에 그것이 제기하는 ‘주체화양식’의 문제는 매우 긴급하고 중요한 맑스의 확장을 포함한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이 문제를 ‘이데올로기론’의 틀 안에 사유할 뿐이다. 이런 주체화양식은 윤리적인 틀 또는 보편화 양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감성적 활동은 ‘이론적으로 객관화되고 보편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감성적 활동 그 자체가 주어지는 실천적 환경은 이보다 더 중요하다. 그것은 감성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장소가 체제의 경계, 극한, 체제 밖을 사유할 수 있는 ‘파토스’적 영역을 전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레닌의 ‘외부’는 분명 그 한계 너머를 지시한다. 하지만 ‘포스트’ 맑스는 이 외부를 ‘당’이 아니라 ‘당’ 밖에서 사유한다. 그것은 ‘자율’을 조직과 대립되는 ‘당=권력’이라는 편집증적 거부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체화양식이 자본 내의 역동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 밖을 사유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단순히 이론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리고 대중의 자생적인 운동 속에서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 모두는 자본의 틀 안에서 형성되고 기초가 되며 자양분이 제공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화의 양식’을 넘어서는 ‘체제 밖’을 지향하는 운동, 실천이 조직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그것은 파토스적 감성의 영역을 조직 운동으로 전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체제 밖’을 끊임없이 지향하는 ‘주체’의 양식을 형성해 내는 새로운 질의 조직운동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체제 밖을 지향하는 ‘주체화양식’은 새로운 조직운동, 즉 새로운 투쟁의 양식과 윤리를 형성해내는 조직운동, 대체권력으로서 자신을 조직하는 운동 없이 불가능하다. 물론 이와 같은 운동이 대중 밖의 ‘이데올로기적 지도조직’의 운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대중권력으로서의 대체권력에 대한 관점의 기각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체화양식의 핵심은 혁명의 과정 그 자체가 대중 스스로, 노동자계급 스스로 권력체로서의 ‘꼬뮨’의 양식을 창출하는데 있다. ‘포스트’ 맑스는 분명 이 장을 열어 놓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아울러 대중 자신의 자율성을 형성해 내는 운동을 지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생산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중 밖에서 권력체로서의 당’, ‘수임권력체로서의 당’ 개념은 기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한계, 경계, 밖’을 사유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실천’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대체권력으로서 정치변혁과 새로운 권력 수립을 실천하는 ‘당’의 조직적 실천이 공간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이 당은 ‘대중 밖’의 지도권력이 아니라 ‘새로운 대체권력’을 형성하는 정치적인 계급대중들의 실천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전유하는 체계이자, 사회변혁과 정치변혁을 ‘대체권력’으로 조직하는 정치체로서의 당이다.
실천 없이 대중의 주체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천만으로 대중의 주체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천’을 끊임없이 새로운 주체의 의식과 이데올로기로 구성하고 형성해내는 조직화과정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조직화의 과정은 그것이 어떤 장에서 어떻게 구성되어 가느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노조의 조직화가 근본적으로 ‘자본 내적’인 것은 이와 같은 구성의 양식이 조직의 성격상 자본 내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체화양식은 탈자본, 자본의 극점을 넘어서는 ‘변혁’적 주체를 형성해 내는 새로운 조직화, 조직체계의 문제 안에서 사고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본이 생산해 내는 ‘계급의 장’을 넘어서 ‘자본의 한계’를 돌파하는 정치적 권력, ‘대중 스스로의 대체권력’을 형성해는 조직 운동으로서의 당을 사유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여전히 핵심 문제는 ‘노동자계급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당’ 조직의 건설과 사회변혁과 정치변혁을 양자를 교차시키는, 계급대중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조직해 가는 새로운 정치조직운동이다.


박영균 • 충북대 강사/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