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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도의 개발주의 관성에 관한 검토: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진보평론  제36호
황진태󰋯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객원연구원/고민경󰋯서울대 대학원 지리교육과 석사과정

문제제기: 대운하 담론지형의 중앙 집중성이 갖는 맹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쟁은 대선이 끝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금까지 대운하 담론지형의 윤곽을 정리하면, 찬성 측 논의는 정부를 대변하는 청와대 정무수석 추부길(2007a; 2007b)과 이명박이 조직한 한반도대운하연구회(2008) 등에서 주도하고 있다. 반대 입장은 박진섭·장지영(2007)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운하반대를 촉발시켰던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2008)의 토론회에서 경제적 타당성(홍종호), 토목공학적 타당성(박창근), 생태적 차원(김정욱), 문화적 차원(홍성태)으로 각각 제기되었고, 한국지형학회(2008a; 2008b)는 국내하천의 지형학적 접근을 통해 운하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으며, 신봉기(2007)는 운하건설의 문제를 법률적 차원에서, 조명래(2007)는 정치적 담론화의 차원에서 살폈고, 변창흠(2008)은 한반도대운하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였으며, 황진태(2008a)는 토건국가와 민주주의 측면에서 운하건설의 문제점을 비판하였다.
찬반을 떠나서 현재의 대운하 논의는 중앙정부와 관련 부처, 전문가에게로 쏠려있다. 이는 대운하 논의의 실재성(reality)이 지방에도 있음을 감안할 때 운하담론의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맹점으로 작용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글에서는 지역 차원의 과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지역의 개발주의 관성에 대한 가설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간적 차원의 과정과 그들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정치적 역동성에 주목하는 ‘스케일의 정치’라는 관점으로 운하건설과 관련된 사태를 접근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례연구지역은 첫째, 대운하의 시금석으로 간주되는 경인운하가 관통하는 경기 인천지역, 둘째 대선과 총선기간 한나라당의 운하공약에 대해 가장 강력한 비판을 했던 통합민주당의 정치적 지지 지역으로 영산강 운하 통과 지역인 전라도 광주, 셋째로 여당의 전통적 지지 지역으로 경부운하가 통과될 대구, 경상북도, 이 세 지역이다. 이 논문에서 결론적으로 주장하려는 바는 중앙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이 철회되더라도, 지역 차원에서 조직되는 개발주의 정치로 인해 변형된 형태의 운하건설 사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하여 지역-국가-글로벌을 넘나드는 다중스케일적 운동과 거버넌스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 지역의 개발주의 관성에 대한 가설모델 설정

과학기술사회학에서는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기술의 힘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술결정론 사고와 사회가 기술적 변화를 결정한다는 사회구성론 사고로 나누어진다. Thomas P. Hughes(1994)는 이 둘을 접목하여 사회발전이 기술을 형성하고, 기술에 의해 사회발전이 이루어지는 ‘기술적 관성(technological momentum)’을 주장한다. Hughes의 기술적 관성은 기술뿐만 아니라 기관, 이익단체, 사회구성원, 정치경제적 힘에 의해 구성되는 것을 일컫는데 이러한 기술적 관성에 합류하는 행위자들을 시스템 구성자(system builder)로 칭하며 시스템 구성자들은 현재의 기술적 관성이 관료주의의 확산과 함께 과거부터 이어온 통속적 성장에 지속성을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본 논문에서 제기하는 지역의 개발주의 관성에 대한 가설모델을 제시하기 위하여 Hughes의 ‘기술적 관성’ 개념을 차용하고자 한다. 이는 <그림 1>과 같이 도식화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환경부,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 그 외 관련 전문가들은 운하건설에 대한 반대(<그림 1>의 A국면)입장에서 찬성으로 바뀌고, 원활한 대운하 건설추진을 위해 건교부의 국토해양부로의 조직개편과 함께 건설업체, 정

<그림 1> 지역의 개발주의 관성에 대한 추이 가설모델

치인들이 관료주의와 결합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기술적 관성이 형성되었다(<그림 1>의 B국면).
이러한 메커니즘은 일단 관성이 붙게 되면 다양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중단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설사 중앙정부에서 대운하 계획을 완전히 폐지하더라도 관성은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 가설모델이 강조하는 부분은 <그림 1>에서처럼 기술적 관성이 강해지면서 특정 임계치(가령, 정치적 국면이나 정부의 정치적 판단)를 넘어가면 중앙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그림 1>의 강행(a) 또는 철회(b)) 지역에서는 운하개발에 따른 1)직간접적 개입으로 개발이익을 획득하는 지역건설업체와 상공회의소, 지역언론 등의 민간개발연대 2)지역의 정치적 지지를 고려한 지역정치인 3)민간개발연대, 지역정치인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맺어지고, 중앙정부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고자 하는 지자체에 의하여 결국 지역은 시위, 성명 혹은 전략적 스케일 정치를 통하여 운하담론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것이다(<그림 1>의 C국면).
우리나라에서 지역개발과 관련되어 이전에 벌어졌던 몇 가지 정치적 과정이 본 가설을 잘 뒷받침한다. 첫째 사례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과 관련된 정치적 과정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화와 개방화의 압력 속에서 김대중 정부는 개방화와 세계화를 강력히 추진한다. 하지만 세계화를 위한 국가 프로젝트는 다양한 사회 세력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주춤하게 되고, 이런 상황 속에서 국가는 전면적 개방보다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선별된 공간에서의 규제완화와 개방을 우선적으로 허용하는 “공간선택적 세계화(spatially selective globalization)” 전략을 취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공간선택적 전략은 앞의 가설에서 제기한 것처럼, 세계화 과정에 대한 지방의 적극적 개입과 참여를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02년 경제특구 개발에 대한 정부의 원안이 나왔을 때는 수도권과 인접한 인천만을 경제특구로 지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는 인천이 경제지리적 여건 상 경제특구로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나름대로의 합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안은 수도권 바깥의 지역정치인과 지자체들의 강력한 반발 -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 을 야기하였다. 지역의 반발은 결국 중앙과 지방간의 타협을 유도하였고, 2003년 경제자유구역법이 입법되었을 때는 인천과 더불어, 부산과 광양을 경제자유구역에 포함하게 되었다. 경제자유구역 사업에 대한 지역의 개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법이 입법된 이후에도 여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경제자유구역 추가지정 요구가 지속되었고, 그 결과 2008년에는 황해(평택·당진),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등 세 곳을 추가 지정한다. 이는 애당초 국가 밖의 신자유주의적 개방조치와 국가 안으로는 발전주의적인 경로의존성의 절충이었던 경제자유구역 선정에 대해 경제자유구역 유치를 위한 지역정치가 능동적으로 작동하였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Park, 2005).
두 번째 사례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동서남해안발전특별법(연안권특별법)이다. 이 법의 구성은 본래 경남도지사가 제안한 남해안개발특별법에서 시작했다. 남해안개발특별법을 놓고 지난 2006년 12월 국회공청회가 개최됐는데, 개최 10일 만에 동해지역 출신의원들이 동해안 특별법안을 내놓았고, 곧이어 서해안까지 포함한 동서남해안발전특별법안으로 확대·발전되었다(박서진, 2007). 연안권 특별법은 기업도시법과 혁신도시법처럼 각종 일반법 인허가 등의 의제, 토지의 수용, 세제지원에서 각종 개발사업의 동원을 가능하게 해준다(이준호, 2008). 이 사례는 지역개발세력이 특별법을 통해서 중앙정부의 개발규제를 축소하여 지역개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구 정치인들을 통해서 연안권특별법이라는 무소불위의 법을 제정할 정도로 능동적인 개입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지방은 단순히 중앙정부의 정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능동적인 지대추구자로서 행동할 개연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지방의 능동적 행동은 운하건설의 과정에서도 조직적으로 표출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역의 개발주의 정치는 운하건설을 둘러싸고 개발주의적 기술관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다음 장부터는 운하건설과 관련된 지역정치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서 중앙정부에서 시작된 기술적 관성이 어떻게 지역의 개발주의 관성을 강화시키는가에 대한 가설모델의 타당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2. 운하건설의 지역정치와 운하 담론의 스케일 간 불일치
이 장에서는 운하건설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지역개발 정치의 과정을 인천, 광주/전남,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경험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국가적 차원에서 논란이 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달리, 지역적 차원의 개발주의 정치의 대상이 되는 경인운하, 영산강운하, 경부운하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축소된 사업들이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거대한 반대에 직면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는 달리 지역의 행위자들로부터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 등의 스케일 간 불일치의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하건설 사업의 향후 전개과정을 예측하는 것이, 앞에서 제시한 가설모델의 검토에 적합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1) 운하건설을 둘러싼 인천의 지역 정치: 경인운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국가적 논란이 되기 이전부터 운하건설은 인천의 지역정치에서 중요한 이슈였다. 이는 경인운하 건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된다. 경인운하사업의 진행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인천 부평, 경기 부천, 서울 강서지역에 접해 있는 굴포천 유역은 침수가 잦은 지역으로, 특히 지난 1987년 홍수로 인하여 16명이 사망하고, 5,427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게 되자 1988년 정부는 굴포천 종합 치수대책을 추진하였다(서왕진, 2002). 그런데 이 사업계획은 대형댐 건설 등이 줄면서 조직 축소의 위기에 놓인 건설교통부(현재 국토해양부) 수자원국, 건설회사 등의 토건세력에 의해 애초 2,710억 원 규모의 종합 치수사업에서 1995년 재경원이 경인운하를 민자유치 대상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정부 예산만 4,000억 원 이상 지원되는 총 1조8,429억 원이 투입되는 경인운하 시설사업으로 확대되게 된다(서왕진, 2002:196).
사업의 성격을 치수에서 운하 건설로 확대했던 만큼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경제적 타당성을 점검하기 위한 비용편익분석에서, 건교부는 2.2를 주장했지만 환경정의시민연대는 0.95를 주장해, 경제적 효과는 없고 비용은 축소되었으며 편익은 과대포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을 낳았다. 이러한 경제적 타당성 논란 속에서, KDI에 다시 평가 용역을 맡기게 되었다. 이 평가에서 건교부가 조작된 데이터를 제공했음에도 비용편익분석 결과가 0.9206로 나타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비용편익분석에서 경제적 타당성 결여가 밝혀졌고, 이와 함께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서해안 생태계 파괴, 천연기념물의 피해, 인근 주민들이 사용할 지하수 오염 가능성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건교부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는 한편 환경부에 압력을 행사하여 밀어붙이기식으로 경인운하 공사를 추진하려 하였다(서왕진, 2003:197-200). 하지만 경인운하 사업이 경제적, 환경적 타당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되면서, 이 사업은 취소도 추진도 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지지부진하게 남아있다.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경부운하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공사 현장을 답사하고, 경인운하의 성패를 경부운하 계획의 시금석으로 삼는다는 이후보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잠잠했던 경인운하의 재공사 논의가 활성화되었다. 또한 최근 국토해양부의 비밀문건에서도 밝혀졌듯이 경인운하의 연내 공사계획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는 중앙정부가 여전히 경인운하 건설사업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1980년대 경인운하 추진과정에서 지역의 행위자들이 단순히 중앙정부의 동원 대상자 역할에 그쳤다면, 이번의 경인운하 재공사 추진은 지역개발연대에 의해서 능동적으로 추진되는 차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인운하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인천의 지역개발연대는 지역정치인과 지자체, 지역건설업체, 지역언론 등으로 구성된다.
첫째, 지역정치인의 활동에 대해 살펴보자. 통합민주당은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판을 통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서 중앙당 총선공약에서 대운하에 대한 비판적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통합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 반대와 비판 입장과는 달리 경인운하가 통과될 지역구의 통합민주당 출신 후보들은 경인운하 건설사업에 대해서 적극적인 찬성을 표시하고, 추진을 공약하였다. 예를 들어, 통합민주당 인천시 계양을의 송영길 의원은 총선 공약에 경인운하 건설계획을 포함했으며, 마찬가지로 인천시 계양구갑의 신학용 의원은 공약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경인운하 건설사업에 대해 찬성을 표명했다. 반면에 이 두 명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는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즉 운하건설 사업에 대한 통합민주당 출신 지역구 후보들의 입장에서 스케일간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남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이러한 스케일간의 불일치 경향이 뚜렷한데, 총선기간 동안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국민적 반대여론 때문에 중앙당 총선공약에는 관련 내용을 삭제하였지만, 인천지역의 시도공약에는 경인운하 조기건설을 포함시켰다. 인천지역 지역구 후보들도 경인운하 건설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사실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사업에 대해 정당 및 정치 집단들 사이에 찬반이 첨예하지만, 경인운하처럼 상대적으로 소규모이면서 지역 차원의 개발주의적 이해관계가 직접적인 사업은 여야 지역 정치인 구분 없이 모두 지지의 태도를 보인다. 즉 지역에 기반한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상관없이 지역 차원의 개발주의적 이해에 깊이 포섭되어 있고, 이러한 경향은 운하건설에서 국가 스케일과 지역 스케일 사이의 불일치로 드러나고 있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을 살펴보면, 고양시 비밀문건 유출사건에서 잘 드러나듯이, 지역 의 개발주의적 이해에 도움이 된다면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행보와 상관없이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안상수 인천시장(한나라당 소속)의 경인운하 지지 발표 아래 인천시의회는 경인운하 개발을 조속히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경인운하가 통과될 김포시, 부천시, 서울 강서구 등과도 연계할 계획을 밝혔고(경인일보 2007.05.16), 시의원들도 언론을 통해서 경인운하 찬성 주장을 적극 유포했다.
셋째로 경인운하 건설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로 예상되는 인천 지역 건설업체, 그리고 관련 기업단체들의 활동을 살펴보자. 인천 지역 건설업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인개발주식회사, 대한건설협회 인천지회, 인천상공회의소가 경인운하 재공사 주장을 적극 유포하였다. 예를 들어, 경인운하개발주식회사 송황근 대표이사는 “경인운하개발 사업은 ‘단군 이래 최초의 운하사업’이라는 자부심을 담고 있다”며 “정부가 일관되고 확고하게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바람에 지역주민과 기업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경인일보 2007.05.14). 또한 황규철 대한건설협회 인천지회장도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의원들이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송도신항과 경인운하를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정기국회에서 도와 달라”고 했다(연합뉴스 2008.04.10). 이인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인천상의는 경인운하 조기 건설을 이번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달할 인천지역 경제 10대 현안과제로 선정할 만큼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며 “도시엑스포와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는 인천 입장에서 경인운하 조기 건설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전기로 기대된다”고 밝혔다(경인일보 2007.05.31).
마지막으로 인천지역 개발연대에서 지역언론의 역할을 살펴보자. 인천 지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화된 시장에 기반하고, 지역의 건설업체들이 주요 광고주인 지역언론은 지역의 토건적 개발주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하여 경인운하건설의 합리성을 널리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예를 들어, 경기도의 대표적 지역언론인 <경기일보>는 총선 당시 경인운하를 반대하는 단체의 보도기사를 실어 객관적인 보도자세를 견지한 듯 보이나, 칼럼 등의 의견란을 통하여 경인운하 공사의 합리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였다. 가령 김은환 경기일보 편집제작국장은 “대선에 ‘유탄’맞는 경인운하”라는 제목 하에 “지난주의 인천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특정 후보의 공약인 경부운하의 유탄이 엉뚱하게 경인운하로 튀었다.……경인운하는 이미 전문기관의 2차례 용역에서 경제적 평가를 받은 상태이고, 10년 전부터 시작한 굴포천 치수사업으로 인해 총 연장 18㎞중 4㎞만 남아있어 많은 예산을 안들이고도 환경문제만 보완한다면 세계적 관광명소 및 물류기지가 될 보고(寶庫)라는 평가다.……정부도 대선을 의식하지 말고, 당장 결단을 내려야한다”(2007.10.30)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역의 정치인, 지방자치단체, 건설업체, 언론 등을 중심으로 경인운하건설의 타당성이 지속적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운하 건설을 촉구하는 지역주민 단체인 경인운하지역협의회가 결성되어, 인터뷰, 토론회 등의 활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경인운하 개발에 대한 지역주민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지역이벤트를 개최하여, 지역의 개발주의적 연대를 공고히 하려하고 있다. 가령 “경인운하사업추진기업 걷기”라는 행사를 개최하여 “인천시 서구·계양구를 비롯해 김포시 등 경인운하지역 주민과 송영길(인천 계양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김교흥(서구·강화군) 국회의원, 이익진 계양구청장, 이학재 서구청장, 김대승 김포시청 건설교통국장, 박승희 인천시의회 의원, 황규철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장 등 2천500여명”이 참여했고, “경인운하의 조속한 개발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경기일보 2007.06.11).
정리하면, 경인운하 사업추진을 위한 인천 지역 행위자들의 다양한 활동에서 드러나듯이, 운하건설 사업이 단순히 중앙정부 주도하에 지역이 수동적으로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에 의해서 시발된 기술적 관성이 증대되고 지역 차원의 개발주의적 이해당사자들이 이러한 기술적 관성을 통해 활성화되면서, 지역개발연대가 조직되고 경인운하의 건설을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2) 운하건설을 둘러싼 광주/전라 지역의 지역정치: 영산강운하

경인운하 사례를 통해 나타났듯이, 국가 스케일에서 중앙당이 내놓은 총선공약과 지역에서의 개발주의적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지역 스케일 사이에서 지역정치인이 상반되는 입장과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대선 초반만 하더라도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 계획을 집중 홍보하여 경상도 지방의 정치적 지지를 구하는데 주력하였으나, 대선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타지역의 정치적 지지를 의식하여 충청도의 금강과 전라도의 영산강 운하계획을 급조하게 된다. 이로써 경부운하에서 한반도 대운하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본 장에서는 전라도 지역에서 운하건설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한 스케일간의 불일치 경향을 탐색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통합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국가 스케일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강력한 반대 전략을 펴는 것과는 달리, 지역 스케일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영산강 운하건설 사업에 대해 찬성 태도를 보여, 운하건설에 대한 입장과 태도에서 스케일간의 불일치를 보여주었다.
경부운하가 통과될 지역인 경상도는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의 특성상 산지가 많아 운하건설이 어려운 반면, 전라도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나타날 정도로 평탄한 지형이라, 경부운하 반대 측 일부에서는 경부운하는 어렵지만 전라도를 통과하는 영산강 운하건설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전라도 지역이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 반대가 우세한 지역임에도, 영산강 운하 계획이 지역개발이란 미명하에 주민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매력적인 구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영산강 운하는 박승필(한국지형학회, 2008b:80-81)이 밝히듯이 경부운하만큼이나 건설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 박승필은 영산강 운하 건설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영산강 주변의 범람원이나 하도에는 습지를 비롯한 하천생태계가 있고, 둘째, 영산강과 인접한 지역은 거주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춰 고대로부터 역사적 문화유산이 많이 있으며, 셋째, 강수량의 계절적, 연도별 변동폭이 크고, 유수량이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하천주변부가 대부분 개발된 상태여서 지표 노출이 많아 홍수로 인한 재해 위험이 크고, 넷째, 하천주변의 연약지반(범람원 충적층)에 충격을 주어 운하 구조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다섯째, 하나의 생태계로서 운하건설이 영산강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다. 이러한 영산강 운하건설의 문제점을 볼 때 국가 스케일의 중앙당 공약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강력하게 비판했던 통합민주당은 자신의 논리적 일관성을 지키려고 한다면 지역 스케일에서도 영산강 운하의 건설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지역적으로 호남의 전통적인 정치중심지인 광주는 이번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당선될 정도로 통합민주당의 ‘정치적 고향’으로, 중앙당 총선공약에 대한 지역구의 조응수준이 타지역에 비해 높았고, 이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중앙당 방침이 광주의 지역구 정치인들의 발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스케일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는 달리, 지역 스케일의 영산강 운하 건설 사업에 대한 지역 행위자들의 활동을 살펴보면, 매우 뚜렷한 차별성이 있다.
먼저 지역 정치인의 활동을 살펴보자. 아래 인용은 광주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후보들의 총선기간의 발언 중 일부이다.

“광주, 전남이 추진하고 있는 영산강 운하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서 영산강 뱃길의 옛 모습 복원과 수질개선 등 친환경적 사업으로 이는 국가 재정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 “영산강 복원은 미래지향적이고 문화 복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이용섭 前장관, 데일리안 2008.03.24).

“영산강 유역을 개발해 지역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영산강 뱃길 정비와 강변도로 및 생태공원조성 등이 골자(이다). 광주, 전남의 도서해양 및 관광자원들과 상호 연계해 산업 및 관광자원벨트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김영진 의원, 광주드림 2008.04.01)

한나라당이 금강대운하의 명칭을 ‘금강 뱃길 복원사업’으로 바꾼 것에 대한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의 비판처럼 뱃길복원사업의 내용을 보면 금강운하와 명칭만 다를 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비슷한 논리로 영산강 뱃길사업도 본질적인 내용에서 운하건설 사업과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의 지역정치인들은 위의 발언에서처럼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비판(<각주 16>참조)하면서 영산강 ‘뱃길복원사업’은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즉 경인지역에서 발견되었던 지역 정치인 발언과 행위에서의 스케일간의 불일치가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것인데, 국가 스케일에서의 반대와는 달리 지역 스케일에서는 개발주의 정치에 포섭되어 통합민주당의 지역 정치인들이 영산강 운하개발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 차원의 개발주의 정치에는 한나라당 후보들도 예외 없이 포섭된 것으로 보인다. 광주 서구갑에 출마했던 한나라당 전용화 후보의 공약을 보더라도 전 후보는 광주와 전남지역 발전비전으로 영산강 뱃길 복원사업과 광주천 전용댐 건설을 제시했는데 이는 통합민주당 의원들의 영산강 뱃길 복원사업과 차이가 없는 대운하 공약이다. 한나라당은 중앙당 총선 공약에서 경부운하는 제외시켰던 반면 중앙당이 작성한 전라남도 지역공약에는 ‘영산강 뱃길복원과 영산강유역개발’ 공약을 제안했다. 내용을 보면 “목포 나주 광주를 잇는 내륙항을 통해 양 시·도의 공동발전 전략을 모색하고 공동혁신도시 조기활성화, 주변지역의 생태환경 복원 등 운하건설과 연계한 영산강프로젝트 사업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영산강 시대를 만들”(한나라당 홈페이지)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총선과 맞물려 국가스케일에서는 경부운하공약을 뺐던 반면에 전라도 지역공약에는 경인운하가 통과하는 인천지역에서와 같이 운하공약을 넣는 스케일간의 차별화 전략을 시도했다.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을 살펴보자. 전남도청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직후 “공약 과제별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 공약이 전남도의 실정에 맞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인수위원회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연합뉴스 2008.01.16), 또한 김동화 전남도 건설재난관리국장이 “친환경 운하를 토대로 각종 문화관광시설을 구축해 광주, 전남의 관광자원을 활용할 계획”(광주일보 2008.03.20)이라고 말하는 등 새로이 구성된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빠르게 조응하였다. 그리고 전남도지사 박준영(통합민주당 소속)은 “새 정부의 영산강 운하계획과 현재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영산강 관련 문화관광 사업이 이명박 당선인의 생각과 맞는 것이 많다”(광주일보 2008.01.21)는 호의적인 발언을 언론에 노출하는 등 자신의 통합민주당 당적보다는 지역 차원의 개발주의 이해를 더 고려하였다.
이와 더불어, 광주/전남 지역의 건설업체들은 영산강 ‘뱃길복원’ 사업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였는데, 여기에서 지역의 대표적 건설업체인 보성건설과 금호건설이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이와 함께 지역의 20여개 업체가 참여의사를 밝히거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한국일보 2008.04.01). 또한 지역기업을 대변하는 광주상공회의소는 “재계 입장에서는 운하 사업이 추진되는 게 좋다”(연합뉴스 2008.04.10)면서 운하에 반대하는 통합민주당에게 입장을 바꾸기를 요구하였고, 주로 지역 토호들로 구성된 ‘지역경제와 영산강을 살리기 위한 협의회’는 전남도청에서 영산강운하개설사업의 착공이 늦어지거나 축소되어서는 안된다는 성명을 냈다. 또한 시민단체 성격을 띤 영산강뱃길연구소는 위의 ‘협의회’에서 활동하면서 영산강 운하 개발을 찬성하는 주장을 지역언론에 유포하였다. 그 외 일부 지역 지식인들은 물류, 관광, 생태적 관점에서 영산강 운하를 찬성하는 단행본을 출간하였고, 또한 지역언론을 통해서 운하개발을 주장했다.
인천 지역에서처럼 광주/전남 지역의 지역언론들도 운하건설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지역언론은 앞서 조망한 지역개발연대의 주요 인사의 칼럼, 인터뷰등을 지속적으로 기사화하였고, 이들 개발연대의 주요성명 등을 보도하는 한편, 사설을 통해서 지역언론 스스로 운하 건설을 당연한 기조로 잡아놓는 등 지역개발연대의 선전역할을 담당하였다. 이처럼 광주/전남지역의 사례도 인천지역과 비슷한 양상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지역 차원의 운하건설을 지지하는 개발연대가 작동하고, 이 와중에서 국가 차원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찬반과는 달리, 지역 차원에서 운하 건설을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스케일간의 불일치가 드러났다.

3) 운하건설을 둘러싼 대구/경북 지역의 지역정치: 경부운하

한반도 대운하의 출발점은 경부운하다. 대구와 경상도 일부지역에 국한된 지방 스케일 수준의 논의였던 경부운하는 대선을 거치면서 지방 스케일에서 ‘한반도 대운하’라는 국가적 스케일로 확대(upscaled)되었다.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경부운하 혹은 한반도 대운하가 갖는 의미는 실로 크다. 섬유산업 쇠퇴로 지역의 성장동력을 상실한 이 지역의 운하 건설은 제2의 전성기를 가져 오는 장밋빛 미래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경부운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운하건설을 지지하는 단체가 생길 정도로 지역 차원의 능동적인 모습이 적극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으로 대구, 경북 지역이 한나라당의 정치적 고향이며 경부운하가 한나라당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타 지역에 비해서 훨씬 폭 넓고 다양한 행위자들이 역동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동성은 총선과 맞물리면서, 타지역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던 스케일간 불일치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1997년 세종대 부설 세종연구원은 ‘경부, 경인 운하와 물류혁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운하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1998년 국토개발연구원(현 국토연구원)은 수자원공사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지역 간 용수 수급 불균형 해소방안 조사’에서 운하건설에 따른 편익은 4조 2,125억 원인 반면에,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8조 1,179억 원이기 때문에, 경부운하 건설이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한다. 국토개발연구원의 이와 같은 예측으로 인해 경부운하는 더 이상 국가적 담론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잠잠해졌다.
그런데 세간에서 잊혀져가던 경부운하를 국가적 담론으로 부상시킨 것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었다. 2005년 9월 23일,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 준공식을 앞두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부운하 건설계획은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일자리도 만드는 종합 계획이다. 지도자는 국민에게 끊임없이 비전과 희망을 줘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부운하가 국가를 위해 만들어져야 하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청계천에 이어 경부운하 건설사업을 주도적으로 펼칠 것임을 시사하였다(박종찬, 2005; 조명래, 2007).
이처럼 경부운하 사업은 차기 대권주자인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주요 정치적 공약이 됨과 동시에 국가적 담론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특히 경부운하가 관통하게 될 일부 지역에서 경부운하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며, 이와 함께 이들 지역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다. 한 예로 이명박 후보는 2006년 8월 영남 지역을 순회하면서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최대이익은 대구, 경북에 있을 것이라고 선전했는데, 이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박근혜 후보보다 8.5%포인트나 앞서게 되었다(조명래, 2007).
이 후보의 발언 약 한달 후인 2006년 9월 경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만들어졌다. 대구지역의 교수, 전문직, 일반 시민 등 30여명으로 이루어진 ‘대구, 경북 경제살리기 경부운하 추진 운동본부(가칭)’는 9월에 발기인 대회를 갖고 11월에 창립총회를 할 것이며 발기인 선언문을 통해 “국가경제와 대구, 경북 경제발전의 성장동력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대구, 경북 경제살리기를 위해 경부운하 추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8월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의 공식적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그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이 지역에서 경부운하를 둘러싼 담론은 더욱 확산된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 이전의 경부운하에 대한 기대가 공상에 가까웠다면 이 후보의 당선과 함께 경부운하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경인운하나 영산강 운하 사업과 마찬가지로 경부운하 사업 역시 지역개발연대(정치인, 지자체, 지역건설업체 등)의 조직구성과 활동을 야기하였다. 특히, 운하에 반대하는 시민연대의 활동에도, 경부운하를 지지하는 단체가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4월 총선과 더불어 경부운하의 추진여부는 총선의 핵심화제 중 하나가 될 정도로 이슈화되었다. 중앙당에서는 운하반대여론에 부딪혀 경부운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음에도, 지역정치인들은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지역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대운하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이처럼 경부운하는 한 연구소의 사장된 연구에 불과했지만 이것이 지역 차원의 토건적 개발이익과 관련되면서 국가적 담론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경부운하의 건설이 지역개발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은 대구, 경북지역 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지역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했으며, 이는 결국 금강운하, 영산강 운하로 연결되며 ‘한반도 대운하’라는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담론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담론화에 탄력을 받고, 여당의 전통적인 정치적 기반이며 진작부터 경부운하 건설논의가 활성화되었던 대구, 경북지역은 경인운하와 영산강 운하를 둘러싼 개발주의 지역정치의 지형보다 훨씬 다양한 행위자가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경부운하 건설이 국민적 담론으로 부상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한 행위자는 대구/경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이었다. 지자체는 경부운하가 낙후된 지역의 개발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운하건설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부터 가속화되기 시작했는데 한 예로 문경시는 2007년 12월 지자체로서는 최초로 경부운하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했고, 이는 대구, 달성군, 상주, 구미, 고령 등의 인근지역으로 이어져 대구 및 경북지역에 경부운하 TF팀이 만들어 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 각 지자체는 TF팀 및 대운하전담부서의 설치를 통해서 운하 건설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고, 낙동강유역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동시는 2008년 1월 24일 “대운하 계획에 안동이 포함돼야 한다”는 서한문을 경북도지사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발송했다. 대구시는 더 나아가 2008년 1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재래시장 상품권’에 대운하 도안을 삽입하는 등 운하건설을 향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또한 대구시는 낙동강 운하 및 연안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키로 하고, 2008년 2월 말 낙동강 및 금호강 수계 개발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했으며 향후 운하 포럼과 자문회의를 운영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운하 건설과 관련하여 대구/경북 지역의 지자체들은 ‘운하건설=지역개발’이라는 인식하에 자발적으로 운하건설을 지지,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해오고 있다.
지자체의 이러한 행보와 함께, 각 지역의 지방의회 의원들도 운하건설을 위한 개발주의 정치에 앞장섰다. 예로, 2008년 2월 16일 경북도내 시군의장단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 조속한 경부운하 건설을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시·군의회 의장들은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문에서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는 국민들에게 새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이라며 “국민의 결집된 힘을 모아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대구매일신문 2008.02.16).
총선이 다가오면서 경부운하를 둘러싼 논의는 더욱 복잡해지는데, 총선 초기 각 정당의 공천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 비유력 후보들은 지역경제발전을 위해서 경부운하가 반드시 착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천을 통해 여당의 후보들이 확정된 이후에는 한나라당이 중앙당의 공약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지침때문에 대부분의 여당 후보들은 대운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반면, 대구/경북 지역의 일부 무소속 후보들은 지역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하여, 여전히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였다.
그런데, 지역 표심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여당 후보들은 인천, 광주/전남 지역의 여당 후보들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데, 운하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 자제를 요구한 중앙당의 지시로 인해, 한반도 대운하는 어렵겠지만 ‘경부운하’만큼은 가능하다며 운하건설의 담론을 국가 전체 차원에서 지역 차원으로 축소시키면서, 개발주의적 이해에 동원된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요컨대 운하반대여론이 거세지면서 중앙당에서는 운하와 관련된 지역의 개입을 막기 위해 총선 공약에 대운하를 제외했지만, 지역 표심을 의식한 지역정치인들은 국가스케일의 한반도 대운하가 아닌 ‘낙동강 지역의 경부운하’라는 식으로 “스케일의 축소 (down-scaling)”를 꾀한 것이다. 결국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인천이나 광주/전남지역과 마찬가지로 운하건설과 관련된 담론과 태도에서 국가와 지역 스케일간의 불일치가 발생하였다.
지역 민간개발연대들은 경부운하 담론이 국가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2006년 ‘대구, 경북 경제살리기 경부운하 추진 운동본부’의 설립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대운하가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전에 운하와 관련된 개발이익을 강조하면서 운하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특히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지역건설업체와 상공회의소, 시민단체들이 활발하게 선전활동을 했다.
지역건설업체는 지역의 주택건설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경부운하를 비롯한 대형공공사업이 발주되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인중(화성산업 회장·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회사 차원에서 대운하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대운하 건설은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높고 지역 입장에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홍중(화성산업 대표·건설협회 대구지회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대구·경북 건설업계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며 “지역 건설업계가 이제는 희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역건설업체들의 주요 인사들이 운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고, 이와 더불어 대구 상공회의소는 지역경제포럼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언론에 대운하 찬성 칼럼을 싣기도 하였다.
이렇게 지역건설업체의 자발적인 지지뿐만 아니라 운하 건설을 위한 지역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지지도 나타났다. 포항의 시민단체인 ‘포항 뿌리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건설을 경부운하사업컨소시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을 일으켰고, 지역건설업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을 볼 때, 일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빨리 대운하가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루 빨리 대운하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경부운하 건설을 지지하는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고령군은 2008년 1월 29일 대운하 건설 지지·운하도시 유치를 위한 결의대회를 고령군 이장협의회에서 열었고, 대부분의 대구, 경북지역에서 대운하 추진을 위한 시민연대가 출범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각종 지역발전포럼, 지역발전전략 토론회 등에서 운하의 가능성과 당위성, 정당성에 대한 토론 및 발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지역언론은 개발연대의 주축으로 운하건설의 선전 담당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언론은 경부운하가 논란이 되기 이전부터 지역의 다른 개발주의적 행위자들과 마찬가지로 운하건설이 대구, 경북지역의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소개하는 등, 운하 지지 기사를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지역의 주요인사 및 고위급 공무원들의 운하 지지글을 끊임없이 게재하는 등 운하의 합리성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과 홍보를 담당하여, 대운하 건설이 논란이 될 때에는 대운하의 당위성을 널리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운하건설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연설에 한반도 대운하 언급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지방이 제외되어 있음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하였다.
끝으로 지역정치인과 지자체, 지역개발연대 뿐만 아니라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들도 경부운하의 건설을 둘러싼 개발주의적 이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경북대와 계명대는 대운하의 합리성을 주장하고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연구소를 발주했으며, 운하가 빨리 건설될 수 있도록 촉구하고 나섰고, 지역의 교수들은 각각 자신의 전공 분야와 경부운하를 관련시켜 운하건설을 통해 학문분야의 육성을 제안했으며 더 나아가 운하사업이 학문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었음을 강조했다. '즉 대구/경북의 지역 스케일에서 경부운하 건설은 ‘산-학-연-민-관’에 걸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대구/경북지역에서 나타나는 운하건설을 둘러싼 지역개발연대의 적극적인 활동은 총선을 거치면서 중앙당이나 중앙정부와는 상관없이 지역이 독자적으로 운하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역 차원의 개발주의 정치가 반영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경인운하와 영산강 운하처럼,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운하건설을 둘러싼 담론의 형성과 행위자들의 태도에서 지역 스케일과 국가 스케일 사이에 불일치가 나타났으며, 지역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지역의 개발주의적 이해가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운하 건설에 대한 효과적인 반대를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의사결정을 둘러싼 국가 스케일의 해결뿐만 아니라, 지역 스케일에서 개발주의 정치의 동원과 발현을 저지할 수 있는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3. 스케일의 정치를 통한 대안 모색

한국의 국가 수준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운하의 확장,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대단위 개발사업은 단지 그 개발사업이 행해지는 국가 차원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국가의 하부 지역이나, 또는 그 국가를 넘어선 인접 국가나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한 이슈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베이징과 항저우 간 내륙수로를 확보하고자 건설된 중국 싼샤(三峽)댐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 한국이 인접한 황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 또한 “하상퇴적물(모래, 자갈 등)의 준설로 하류로 운반되는 퇴적물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하도 지형은 물론이고 하구 인근의 해안 지형마저 달라질 수 있다. 심할 경우 해안 관광이나 수산업 등 해양 생태계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개연성(<그림 2>에서 <그림 3>으로의 현상의 심화)이 매우 높다”(한국지형학회, 2008b:8)는 점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서남해안이 타국가와 해양생태계로 연결되기 때문에 대운하의 환경영향은 글로벌 스케일에서도 작동됨을 알 수 있다. '즉 운하건설과 같은 대단위 토목사업은 국가, 지역, 글로벌 등과 같은 다양한 지리적 스케일에서 조직되거나 일어나는 과정, 사건들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거나 받는 “다중 스케일적(multi-scalar)” 사건이다.
이러한 다중 스케일적 사건이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정치-생태적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 글은 지역-국가-글로벌과 같은 다양한 공간적 스케일을 가로지르는 다중 스케일적인 거버넌스 구조의 제도적 조직화와 이러한 거버넌스의 구조에 직접민주정치의 다중 스케일적 접합을 동시적으로 추구해가는 이중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림 2> 황사문제의 다중 스케일 (박수진, 2008)
<그림 3> 다중 스케일의 역동성
(박수진, 2008)







먼저 지역 스케일에서는 지역주민들이 대운하의 경제적, 생태적 타당성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사회적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역 차원에서 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성공적으로 확산되어, 대운하가 통과하는 지역들 중 최소 한 지역에서만이라도 주민들이 직접행동을 통한 운하 건설 저지가 이루어지면, 대운하 착공에 상당한 저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황진태, 2008a). 운하가 통과될 유력 후보지 중 하나인 문경에서 총선기간 중 지역주민들의 운하반대운동이 있었고,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지식인들의 운하반대성명운동의 확산, 그리고 지역환경단체의 지속적인 운하반대운동 등은 지역에서 직접행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직접민주정치와 함께 지역 거버넌스로서 민주화된 지역발전협의회의 상설기구화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이분법적 운동으로서의 반대를 넘어서 개발연대의 토건사업추진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기적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 국가 스케일의 거버넌스 영역에서는 환경부가 중심이 되는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 현재 국토해양부 등의 개발부서 중심체제에서는 토건국가의 개발주의적 행정을 중지시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위원회와는 상반되는 성격인 대운하 등의 대형 토건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만들었으며, 국토해양부를 견제해야할 환경부는 오히려 개발주의의 합리화를 돕는 기능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유럽에서와 같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위원회의 설립이 시급하다. 이러한 국가 스케일에서 형성되는 거버넌스의 작동은 국가 스케일의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을 통한 반대운동과 운하 건설에 대한 국민투표등과 같이 국민들이 직접민주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가는 이중적 전략을 병행하는 것을 통해야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글로벌 스케일을 살펴본다. 동아시아는 최근 중국의 사막화로 인한 황사 피해가 일본, 한국 등지에서 본격화되면서, 동아시아 차원의 환경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활동이 정부, NGO 등의 다양한 행위자들 사이의 접합을 통해서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비정부단체들의 영향력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결정적인 정책결정에서 정부에 의해 무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따라서 지역과 국가스케일에서 언급했듯이 시애틀 투쟁과 같은 전지구적 직접운동 전략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는 댐과 운하건설로 발생될 환경난민들에 의한 저항운동과 NGO의 연계 등의 다양한 비제도적 모색을 통해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ICPP수준의 동북아시아 거버넌스의 제도적 틀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된다.
본장에서는 지역, 국가, 지구적 스케일로 나누어서 각 스케일에서의 대응전략을 모색했다. 그런데 각각의 스케일은 상호간에 단절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연동되어 있다. '즉 <그림 2>로부터 <그림 3>으로의 환경재해 스케일의 역동성은 대응전략에서도 스케일의 역동성이 반영되어야만 효과적인 대응동력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지역-국가 스케일의 거버넌스 성공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반면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국가(중앙정부) 간에 체결된 환경 거버넌스가 무산되는 것과는 달리 CCP프로그램은 국가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인 도시정부에 의해서 성공적으로 추진됨으로써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회의적 주장이 반박된다. 또한 시애틀 투쟁 등의 전지구적 직접행동이 선진국 정부 요인들의 의사판단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거버넌스의 향방에 영향을 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요컨대 지역-국가 스케일의 성공은 지역-국가-글로벌 등과 같은 다양한 지리적 스케일 사이의 “스케일 건너뛰기(jumping of scales)”를 통해서 그 성공에 장기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논의한 지역-국가-글로벌 스케일에서의 거버넌스와 직접민주정치의 이중전략을 도식화하면 <그림 4>와 같다.
정리하면 스케일의 정치는 첫째, 사례연구에서 밝혔듯이 스케일의 구분을 통한 사태의 조망은 지역-국가 스케일에서의 불일치(국가스케일에서의 운하반대와는 상반되는 지역스케일에서의 운하찬성)를 드러냈다는 점, 둘째, 지역-국가-글로벌 스케일 각각의 거버넌스와 직접민주정치의 이중전략을 통하여 지역-국가 스케일의 불일치가 내재된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한 지역-국가-글로벌 스케일에서의 불일치가 동반되는 동아시아 환경문제의 대응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관점이다.



<그림 4> 지역-국가-지구적, 거버넌스-직접민주정치의 이중전략


(황진태, 2008c)


결론

지금까지 한반도 대운하를 중심으로 지역의 개발주의 관성을 검토하였다. 필자들이 설정한 가설모델을 사례연구에 적용해본 결과, 중앙정부가 운하계획을 철회하든 강행하든, 운하 담론이 성숙되어 일정 수준의 임계치를 넘어서면 지역주도의 개발정치가 가동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능동적 개입을 모든 지역에 일반화시키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 분석한 세 지역만 하더라도 실제 각 지역 내부의 맥락에 따라 담론형성기제는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차후 한반도 대운하 건설 논쟁에서 국가 차원의 중앙적 과정으로의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지역적 과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과 지역의 담론형성기제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본고에서 미진했던 스케일의 정치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보강이 필요하고, 개발주의 지역정치 과정 속에서 지역개발연대의 활동과 이들의 영역화 전략에 대한 세밀한 분석,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지 못한 다른 지역의 사례연구도 이후의 연구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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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신문기사와 홈페이지 등의 출처는 각주에 명시했다.
 

2008-06-20 16: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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