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서비스유통노동조합 퀵서비스본부 위원장


퀵서비스 업종이 생긴 지도 어언17년이 지났습니다. 도로를 누빌 때면 누구나 한번 쯤 만나 봤음직한 사람, 오토바이로 도로를 누비며 온갖 것들을 전달하기 위해 위험한 질주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 퀵서비스 종사자들은 생존을 위해 위험한 질주를 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도 교통사고와 교통 혼잡의 주범으로, 도로의 불청객으로 취급될 뿐입니다.
그러나 당당히 물류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고 이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숫자만 하더라도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 사회적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퀵서비스노동자의 현실입니다.
현재 퀵서비스노동자들은 정상적인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며 수많은 고통과 불이익을 당하고 있습니다. 퀵서비스노동자에 대한 보호장비는 무릎보호대와 3만 원짜리 가죽점퍼뿐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현재 퀵서비스노동자가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몇 가지 열거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교통사고 시 보상의 부재입니다. 퀵서비스의 경쟁력은 속도입니다. 즉 건수는 수입과 직결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신호위반 등 무질서한 운행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잦은 교통사고의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가 나서 피해자가 될 경우 보험회사는 세금이나 소득관계 증빙자료가 없다고 하여 최저액 보상을 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그것은 다행입니다. 가해자가 되었을 경우는 대인 대물의 경우는 책임보험에서 일정액을 보상해주지만 정작 자신이 다친 것에 대하여는 본인이 다 해결해야하는 실정이다 보니 아픈 몸을 끌고 다시 일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에 처하게 됩니다. 만약 중상이나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가족의 생계보장은커녕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어 그야말로 심각한 가정파탄을 불러오게 됩니다.
둘째, IMF를 전후하여 기본 구간요금이 하락되고 사납금이 인상된 것입니다. 그 전에는 기본구간요금이 1만원이었는데 영세 업체의 과다난립으로 인한 출혈 경쟁으로 6-7천원까지 하락된 상태입니다. 30만원 하던 사납금은 45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랐고요. 심지어 일부업체에선 일을 많이 하는 기사에겐 100만원까지 내게 합니다. 우리가 무슨 1천만 원 2천만 원이라도 번다는 얘기입니까?
셋째, 노비문서나 다름없는 계약서입니다. 근로 계약서라 함은 갑과 을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계약서는 퀵서비스노동자들을 억압하고 갈취하기 위하여 만들어져 있는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1. 을은 물품 배송중 발생하는 파손 분실 운송지체로 인한 피해 보상액에 관하여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2. 을은 배송 중 일어나는 사고의 대인 대물 자체에 관하여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3. 을은 복무기간 중 불손한 언행으로 갑과 거래처에 피해를 주어 발생되는 피해 보상액을 전적으로 책임진다.
4. 현금 건은 건당 1000원의 사은권(쿠폰비)으로 하며 월정액(외상거래처)은 10%의 할인율을 을이 전액 부담한다.
5. 문자 송신료는 매월 15000원 선불로 지급한다.
6. 우천시 결근은 3만원 벌금이며 면책 사유 없다.
7. 3일간 무단결근 시 이유 없이 퇴사 처리한다.
8. 사납금(월비)은 매월15일 선불로 하며 환급은 불가하다.
9. 월정액(외상건) 정산은 월초기준 45일후 다음달 15일에 지급한다.
기타 등등……

계약서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퀵서비스노동자는 업체와의 일방적 계약관계에 있습니다. 모든 부대비용을 부담하고 배송지연이나 배송물파손 등 배송에 대한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합니다. 선불로 내는 알선료는 배송 물량에 관계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며 중간에 그만둔다 하더라도 반환해 주지 않고 외상거래시 D/C 부분을 10% 일률적으로 공제하여 노동자에게 이중부담을 지우며 교통사고를 당하여 입원해 있는 노동자에게 선불로 낸 알선료를 반환하여 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넷째, 이륜차에 불리한 도로교통 체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통체계는 오토바이에게는 절대 불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는 125cc이상 이륜차에 대해 자동차 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는커녕 일부 고가도 통행을 규제하고 있어 가까운 길을 놔두고 시간을 허비하고 기름 값을 낭비하며 우회 통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부순환로 오류IC-시흥IC구간 노들길 양재대로 한남고가 아현고가 화양고가 등등……. 자동차 전용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구간까지도 제한을 하고 단속을 하다 보니 정말 힘들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노동자성 인정을 못 받고 있다 보니 엄청난 피해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4월 24일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벼룩의 간을 빼먹지…’ 알바 1000여명 임금 꿀꺽

1000명이 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을 상습적으로 가로채온 퀵서비스사 대표가 덜미를 잡혔다. ‘벼룩의 간을 빼먹은’ 이 대표는 피해자들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오히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4일 퀵서비스 아르바이트생 1000여명의 임금을 상습적으로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ㅅ퀵서비스사 대표 임모씨(35)를 긴급체포,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지하철을 이용한 택배회사를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수익금의 70%를 주기로 계약했으나 이를 주지 않고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아르바이트생 1166명으로부터 1억9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피해자 중 328명은 2년간 임금이 체불됐다며 서울지방노동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퀵서비스 아르바이트생은 특수고용직 종사자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1인당 피해액이 4만-10만원으로 소액이라서 민사소송도 제기하기 어려웠다. 임씨는 피해자들이 연대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에 임씨 업체에 대한 안티 카페를 개설하자 운영자 윤모씨(38)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가 수사 과정에서 범행 사실이 드러나 사기혐의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임씨는 “적은 돈으로 회사를 만들었는데 회사를 위해 돈을 쓰다 보니 부득이하게 임금이 밀렸다”면서 “사업이 잘 되면 밀린 임금을 지급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임씨가 아직 사회생활에 익숙지 못한 대학생 피해자들이 밀린 아르바이트비를 쉽게 포기하는 것을 악용한 점으로 미뤄 피해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얼마나 황당한 내용입니까?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다보니 일을 해놓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해프닝이 일어나는 게 현실입니다. 암울할 뿐입니다.
여섯째, 퀵서비스업의 제도화 논의입니다. 화물운송 수단으로서의 이륜차(오토바이)에 대한 법제 정비가 필요합니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와 동법 시행규칙 제3조에 의한 화물 자동차의 범위에는 이륜차(오토바이)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운송 사업수단으로 이용되는 오토바이에 대한 별도의 규제 법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퀵서비스 배달에 이용되는 오토바이는 안전과 관련하여 승용차, 승합차 등 일반 자동차에 적용되는 도로통법의 규제를 받을 뿐입니다. 건설교통부는 퀵서비스 배달업무중 발생하는 교통안전사고 등의 문제는 도로교통법의 일반적 준수 사항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륜차는 일반 화물차와 달리 차량구조상 규격 면에서 소화물만을 취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운송사업에 이륜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운송을 위해 적절한 소화물의 크기와 안전운행을 위한 운송 규모를 정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3조에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종류로 일반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개별화물자동차 운수사업, 용달화물자동차 운수사업 3종류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퀵서비스 배달업을 화물 운수사업법의 일종으로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동시행령 제3조의 사업의 종류에 이륜자동차 화물운송사업법을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할 경우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등록기준(일정대 이상)을 충족시켜야 하므로 영세 업체의 난립을 방지할 수 있으며 기타 사업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준을 보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퀵서비스 업계의 문제점은 전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과 정부의 무관심 뿐 아니라 업주들의 교묘한 압력과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퀵서비스노동의 특수성이 그 요인이 되고 있겠지요. 또한 지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 오토바이 한 대와 면허증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 또한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퀵서비스 노동자는 아래 사항을 요구합니다.
1. 산재보험을 비롯한 4대보험 적용이 절박한 실정입니다.
2. 표준 요율제를 실시하여 가격경쟁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3. 갑과 을이 평등하게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게 해야 합니다.
4. 이륜차 통행금지 구간을 대폭 완화하여야 합니다.
5.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6. 퀵서비스업의 법적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종 업종, 퀵서비스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이 이 땅에서 실현되길 간절히 원하면서 그 실현을 위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물론 퀵서비스 노동자들도 열심히 전진, 또 전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