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점상을 하고 싶어 하는 노점상이 있을까?

얼마 전 어떤 분으로부터 도대체 노점상 문제를 어떻게 봐야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답변은 ‘노점상은 실업, 불안정한 고용구조, 빈곤 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였다. 그러자 그분은 ‘그러면 노점상들을 무조건 받아 줘야하나?’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이 지면을 통해 해야 될 얘기는 이 대화의 연장일 듯싶다. ‘노점상을 무조건 받아줘야 하나’라는 질문은 몇 년간 노점상단체에서 일해 온 나에게는 다소 황당하게 들렸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이 갖는 질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노점상을 하고 싶어서 하는 노점상은 거의 없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다. 이것은 2005년에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전국노점상총연합(이하 전노련)에서 소속 노점상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설문항목 중 노점상을 계속하려는 이유 중 첫째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가 42.8%, 다음으로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자본금, 기술이 부족해서’가 35.6%로 나타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남한에 있는 노점상의 수는 그 유동적인 성격으로 인해 정확한 집계가 쉽지 않다. 하지만 노점상이 없는 지역이 드물 정도로 노점상의 숫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단체에서 선전물이나 집회 때 흔히 쓰던 ‘백만’노점상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단체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 중 노점상을 하겠다는 전화가 매일 3-4통 씩 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는 노점자리를 알선하는 곳이 아닙니다.”라는 말 뿐이다.
한국에서 노점상은 ‘불법’이다. 국가는 그 이유를 국가의 땅을 허가받지 않은 채 점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세금도 안내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세금도 안내는 노점상들이 국가에 납부하는 각종 과태료, 벌금액수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합법노점상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불법’노점상들은 과태료 등 벌과금을 일종의 ‘세금’처럼 생각한다.
‘불법’노점상이 대규모로 양산되는 원인이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에 있음에도 국가는 교묘하게 근본원인을 회피한 채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한 해에 1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 부어 ‘불법적’으로 용역을 고용해서 ‘불법적’인 단속을 벌인다. 부르주아국가의 속성 상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적인 차원에서 벌이는 각종 불법행위는 아주 가볍게 감춰진다.
세금도 안내면서 도로를 무단 점유하여 보행에 지장을 주고, 도시미관 및 환경위생을 해치는 노점상들은 없어져야한다고 너무나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취업, 전업도 사실상 가능하지 않고, 다른 생계방편을 마련할 수도 없는 ‘불법’노점상은 생존권을 포기해야하는 것인가?


2. 노점상은 왜 생기고,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나나?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노점상의 모습은 굳이 노점상의 발생원인을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생계수단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노점상의 숫자가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지다보니 여기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또한 노점상은 ‘불법’이니까 설사 노점상을 용인한다 하더라도 항상 가난한 상태로 존재하지 않으면 왠지 떳떳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은 노점상 단속을 정당화하는 요인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노점상이 발생하고 재생산되는 요인을 사회구조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 1960-70년대에는 농촌경제의 파탄에 따른 이농민들 및 도시 안의 빈곤층이 노점상의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이후 급속히 진행된 산업구조 재조정과정을 거치며 실업자가 대거 양산되고 불안정한 고용구조가 형성됨에 따라 불안정한 노동층이 급증하면서 도시 안에서 노점상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독점자본의 유통시장 전면재편에 따른 영세자영업자의 급격한 몰락 역시 노점상의 증가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김지민, ｢노점상운동의 평가와 전망｣, 전노련 정책지 󰡔해방수레를 끌며󰡕제4호, 1999.
특히 IMF 사태 이후 구조조정 및 사업실패에 따른 실업자들이 대거 노점상으로 유입되고 있다. 남한자본주의의 노동유연성이 강화될수록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노동층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공식경제부문의 외곽에 존재하는 노점상 등 비공식부문 노동층은 결코 줄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한편 자본과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노점상은 실업 및 반실업 노동자와 함께 잉여노동인구의 저장소 역할로써 매우 유용한 존재로 작용하였으며, 김지민, 위의 글.
낮은기술･저학력･저소득층 실업자에게는 일종의 자구적 실업대책이 되고 있다. 홍인옥, ｢노점상문제 현황 및 갈등구조 분석｣, 󰡔도시연구󰡕제5호, 한국도시연구소, 1999.

전노련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항목 중 노점상을 시작한 이유(<표 1>)를 살펴보면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실업과 빈곤의 문제가 여전히 노점상 발생의 주요원인임을 알 수 있다.

<표 1> 노점상 발생 원인
2005년

1998년

해고에 따른 실업
10.3%
해고에 따른 실업
22.3%
생계유지가 어려워서
18.1%
이농
21.9%
직장을 구할 수 없어서
19.6%


사업 실패
20.5%
사업실패
37.3%
질병
11.4%
질병
18.3%
생계보조
14.3%


기타
5.6%
기타
0.2%
합 계
100%

100%


자료 : 자료: 전노련 자체 조사


3. 노점상의 사회․경제적 상태 및 노동조건

이 글을 쓰기 전에 회원 한 분과 약간의 언쟁을 벌였다. 그분은 노점상은 어느 노동계층보다도 열악한 상태에 있다고 주장했고 나는 노점상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가장 열악한 지는 좀 더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점상은 일단 도시의 오염된 공기에 그 어떤 노동층보다 많이 노출되어있다. 그리고 추위와 더위를 무릅써야 한다. 노동시간이나 노동 강도도 노점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은 기본적으로 단속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조건이 전제될 때의 얘기다. 급작스런 폭력단속으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 피해는 당한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알 수 없다. 그리고 비공식경제영역이라는 점에서 정확한 숫자파악이 힘든 만큼 정확한 평균소득의 파악도 쉽지 않다. 다만 2001년 3월 한국도시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노점상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차상위 계층(최저생계비의 120% 이내)에 속한다는 보고가 있다.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저생계비의 정의인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것에 걸맞지 않게 정부는 저개발국에서 사용하는 절대빈곤선을 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하고 있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최저생계비이하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과 마찬가지로 차상위 계층 또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은 기대하기 힘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빈곤’을 정의할 때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OECD분석(2001년)이 상대적 빈곤개념을 사용하여 빈곤을 정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OECD가입국인 한국이 여전히 절대적 빈곤 개념으로 빈곤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은 빈곤해결의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면은 노점상문제 또한 폭력적인 방식의 단속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 뚜렷한 정책이 없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전노련의 2005년 자체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점상의 소득을 비롯한 노동조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하루 순수입이 3만 원 이하인 경우가 48.1%(<표 2>)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한 달 30일을 꼬박 장사한다고 했을 경우 월 순수입이 최대 90만 원 이하인 노점상이 절반 가까이나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표 3>에서 보듯이 월평균 노동일수는 날씨, 단속, 질병 등 변동요인에 의해 24일 미만 일하는 경우가 70%나 되기 때문에 월수입은 더욱 낮을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본인 이외의 수입이 없는 경우가 약 80%에 달해 이 경우 개인의 소득이 가계 총수입에 해당하게 되므로 노점상은 우리 사회 주요 빈곤층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2> 노점상의 수입 (단위 : 만원)
하루 순수입

노점상 이전
과의 수입 비교

본인 이외의 수입원 유무

본인 외 수입원의 월수입

3만 이하
48.1%
나아졌다
12.7%
있다
20.1%
50만 이하
83.9%
4-5만
21.4%
나빠졌다
48.9%
없다
79.9%
51-70만
3.0%
6-10만
20.2%
별 차이 없다
38.4%


71-99만
3.9%
11-15만
1.8%




100-150만
6.5%
16-20만
1.1%




151만 이상
2.7%
21만 이상
7.4%






합 계
100%

100%

100%

100%

자료: 전노련 자체 조사

그러나 수입에 비해 대부분의 노점상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80% 이상이 하루 8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12시간 이상도 40% 이상이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이런 장시간 노동은 질병을 불러왔고 응답자의 60% 이상이 질병을 앓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노점상의 불안정한 조건상 제대로 건강검진을 받았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실질적인 유병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표 3> 노점상의 노동시간과 질병
하루 총 장사시간

월 평균 장사하는 일수

지병 유무

지병의 종류

6시간 미만
15.6%
10일 이하
5.1%
있다
60.0%
고혈압
28.4%
6-8 미만
1.6%
11-15일
5.1%
없다
40.0%
당뇨
12.8%
8-12 미만
41.9%
16-20일
23.5%


신경통
26.4%
12-15 미만
34.7%
21-24일
36.1%


관절염
24.4%
15시간 이상
6.2%
25일 이상
30.1%


호흡기질환
1.0%






위장장애
3.0%






정신장애
1.5%






기타
2.5%
합 계
100%

100%

100%

100%

자료: 전노련 자체 조사

아래 <표 4>에 의하면 노점상의 연령대는 50대가 절반 이상이다. 50대는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연령대로 어쩌면 노점은 직업의 마지막 선택일 지도 모른다.

<표 4> 노점형태 및 직업경력
연령

노점형태

노점경력

노점 이전 직업

20대
3.0%
포장마차
26.5%
1년 미만
8.4%
제조업
회사원
25.2%
30대
14.4%
손수레
27.8%
1년-3년
미만
16.9%
공공부문 회사원
8.6%
40대
27.0%
좌판
33.3%
3년-5년
미만
21.7%
농림어업
6.8%
50대
51.3%
차량
7.1%
5년-10년
미만
23.8%
금융부문
회사원
0.6%
60세 이상
4.3%
보따리
1.6%
10년 이상
29.2%
판매/
영업사원
16.6%


기타
3.7%


음식
숙박시설 종사
10.9%






공무원
2.0%






기타
29.3%
합 계
100%

100%

100%

100%

자료: 전노련 자체 조사

이상 전노련 자체 조사를 종합해 볼 때, 한달 수입이 90만원 이하인 경우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표 1>참조), 하루 총 장사시간이 12시간 이상인 노점상이 40%가 넘게 나타나고 있는 점(<표 3>), 주거형태의 경우 월세인 노점상이 43.6%(전세 33.1%, 자가 23.3%)로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대다수의 노점상은 장시간 노동과 저소득, 고령, 불안정한 노동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5. 노점상 단속실태 및 문제점

1990년대 이전에는 노점상 단속이 정부의 전담부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단일하게 집행되어 왔다. 1990년대 이후 노점상단속에 대한 권한과 역할이 각 지방자치단체로 위임되면서 중앙정부의 책임소재가 은폐되었고, 중앙정부의 책임문제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는 각 지방자치단체나 용역반의 문제로 외화되어 왔다. 즉 국가차원의 책임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겨왔던 것이다. 이것은 ‘작지만 강한 정부’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공무원사회에 도입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 중 ‘성과급제도’가 현실화됨에 따라 노점상 단속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산하 각 구청을 상대로 불법노점 정비 우수기관을 선정하여 포상금을 주고 있다. 2003년의 경우 서울시내 25개 구청의 단속 실적과 사후관리 및 홍보실적, 과태료 부과 징수 실적 등 총10여 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종로구청 등 15개 자치구가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서울시의회가 포상금으로 20억원을 책정했다는 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점상 단속과 관련하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용역발주를 통한 단속의 문제이다. 막대한 용역발주비용문제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폭력성의 문제는 인권유린을 넘어 자칫 인명살상으로까지 나아갈 우려가 크다. 용역고용과 관련한 법규에 의하면 담당공무원의 지휘, 감독에 따라야하고, 적정시간의 교육을 받아야하며, 관할경찰서에 신분을 신고해야하고, 해머와 방패, 곤봉 등 무기가 될 수 있는 도구들의 지참은 금지되어있으며, 업무수행(단속)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고, 단속대상인 물건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이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폭력을 행사한 용역 및 용역회사에 대해서도 신원파악이 안되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6. 노점상문제 어떻게 풀어야하나

결론적으로, 노점상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노점상으로 인한 부정적인 요인들을 최소화하면서 도시공간의 활용과 도시계획, 도로행정 등 당면한 과제에 부합하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한 ‘노점상 대책기구’를 구성하여 노점상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다양한 역기능을 극복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인기, 󰡔해방수레를 끌며󰡕제7호, 2004, 84-85쪽.

그동안 정부가 노점상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취업, 전업 등의 대책은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 이러한 대책들은 노점상 단속을 실시하기 직전에 여론 조성용, 언론플레이용으로 급조된 것들이어서 애초에 실효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전노련에서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외쳐온 얘기는 단속중심의 정책을 중단하고, 노점상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노점상이 발생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빈곤해결, 안정적인 고용구조 형성, 복지의 확대 등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노점상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계형노점상은 묵인할 수도 있다는 그동안의 태도에서, 올 해부터는 생계형노점상이라 할지라도 시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면 단속하겠다는 의지마저 밝히고 있다.
정부가 노점상을 인정하든 안하든, 앞에서 언급한 ‘노점상은 저소득, 저학력, 저기술 실업자의 자구적 실업대책’이라는 말은 현재 노점상의 숫자가 1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의미심장하다. 이는 국가가 국가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구축해야하는 사회안전망을 방기하고 있는 사이에 사회의 한편에서 ‘노점상’이라는 형태로 구축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