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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과 생활정치의 본격적 전개

진보평론  제36호
홍성태󰋯상지대/ 사회학

2008년 4월 18일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로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결정했다. 다음 날인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자기가 운전하는 골프차에 태우고 신나게 놀았다. 두 사람은 친구 사이를 넘어서 거의 애인 사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은 이명박이 부시에게 바친 최고의 선물이며, 한미회담은 일방적인 ‘조공외교’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대다수 국민이 이 비판에 동의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결정한 것은 단순한 미국 쇠고기의 수입이 아니라 ‘전면수입’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첫째, 광우병 위험이 큰 30개월 이상된 소를 도축해서 생산한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다. 30개월 이상된 소는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변형 프리온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불과 0.01g의 변형 프리온만 섭취하더라도 광우병에 걸려서 죽을 수 있다. 30개월 이상된 소를 도축해서 생산한 쇠고기는 가능한 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미국 소는 더욱 더 그렇다. 미국에서는 1억 마리 정도의 소를 기르고 있고, 매년 4,000만 마리 정도를 도축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불과 0.05% 정도만 광우병 검사를 한다. 미국은 이미 광우병이 발생했던 나라이지만 그 예방책은 전혀 믿을 수 없는 실정이다.
둘째, 광우병 위험이 큰 부위를 사실상 모두 수입하게 되었다. 기존에는 ‘30개월 미만 살코기’로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규제했다. 월령과 부위의 규제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4월 18일의 ‘협상’에 따라 이제 이 규제는 완전히 무너졌다. ‘30개월 미만 소’는 광우병 위험이 큰 편도와 소장 끝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수입할 수 있으며, ‘30개월 이상 소’는 광우병 우려가 큰 7개 특정위험물질(SRM) 부위(편도, 소장 끝, 뇌, 눈, 머리뼈, 등뼈, 등뼈 속 신경)를 제거하고 수입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합리화하지만 일본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정부조차 OIE의 기준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소 이력제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30개월 미만 소라고 하는 것도 사실 30개월 이상 소일 수 있다. 미국 축산업자가 그렇다고 하면 그냥 그런 줄 알아야 한다. 결국 미국 축산업자의 ‘양심’에 우리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것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30개월 이상 소를 도축해서 생산한 쇠고기의 수입이다. 미국 축산업계는 이것을 관철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강력한 로비를 펼쳐왔다. 사육되는 전체 소의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의 30개월 이상 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24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소비된다. 송아지를 두 번 이상 생산한 30개월 이상 소는 폐기해야 하는데, 만일 고기로 팔 수 있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물론 막대한 폐기비용도 들지 않는다. 미국 축산업계는 소의 모든 부위를 고루 잘 먹는 한국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미국 축산업계는 한국을 미국 축산업의 발판이자 ‘폐기물 처리장’으로 선택했다.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이 결정되자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문화방송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이 우려에 불을 붙였다. 국민들은 광우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를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곧 이어 인터넷을 통해 활발히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는 계속 국민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강변을 일삼았다. 급기야 10대를 중심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모여 우리의 뜻을 밝히고 재협상을 촉구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5월 2일,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규탄하고 재협상을 촉구하는 첫 번째 ‘촛불문화제’가 서울의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이로써 건강과 생명의 위협에 맞서는 ‘생활정치’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되었다.
왜 10대들이 나섰는가?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는 10대들은 가장 커다란 잠재적 피해자이다. 학교 급식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형편없는 식자재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업자들이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 가능한 값싼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업자들은 당연히 이것을 쓰려고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는 심각한 광우병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리고 이 위험에 대해 미국 정부는 미국 축산업계를 위해 강력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은 광우병의 발병과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0대들은 이런 문제를 인터넷을 통해 잘 알게 되었다. 이미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은 바로 자신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아니, 광우병은 치사율 100%의 병이므로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은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이런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10대들은 인터넷을 통한 토론에 익숙하고, 또 2002년 겨울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에도 익숙하다. 자신들의 의견을 정부가 무시할 뿐만 아니라 조중동문-매경-한경 등의 보수언론들이 왜곡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루 고려한 결과 10대들은 촛불을 들고 도심에 모여서 자신들의 뜻을 세상에 밝히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아닌 게 아니라 공부에 전념해야 할 10대들마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했다. 사실 10대들은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여행, 놀이도 즐기고, 여러 봉사활동도 활발히 벌여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10대들을 오로지 입시기계로 만드는 정책을 전례 없이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아예 10대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듯 절박한 상황에 맞선 10대들의 촛불집회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어이없게도 세 가지 주장을 제시해서 자신의 문제를 다시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남탓론, 괴담론, 선동론이 그것이다.
‘남탓론’은 늘 하던 대로 노무현 정부를 탓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30개월 미만의 원칙을 고수했다. 세계 최초의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은 어디까지나 이명박 대통령의 ‘작품’이다. 이 잘못된 정책이 결국 실행된다면, 머지않아 광우병 환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 책임은 어디까지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괴담론’은 광우병 위험에 관한 여러 설명들이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고안된 괴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사 먹지 않으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나, 심지어 광우병 걸린 소도 안전하다는 심재철 의원의 말이야말로 괴담이다. 과학을 괴담으로 매도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와 무능을 드러내 보여줄 뿐이다. 최악의 것은 ‘선동론’이다. 이것은 ‘유사 색깔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세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미국 쇠고기의 위험을 유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대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거리로 나섰다. 그들의 절박한 주장을 이렇게 한심한 주장으로 무시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자, 10대들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의 뜻을 강력히 천명하게 되었다. ‘생활정치’에 대한 무지가 문제를 더욱 키운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찰들을 동원해서 10대들을 감시하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교육청은 교사들을 동원해서 같은 짓을 벌였다. 전교조를 비롯해서 시민단체에 대한 비난과 매도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재오의 말대로 구름이 짙게 드리웠다고 해서 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재오야말로 구름 위의 해를 생각하며 반성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학부모들이 동참하며 10대의 촛불은 곧 시민의 촛불이 되었다. 그것은 거리의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드리운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서 자기 탓이라며 ‘반성’의 말을 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허울일 뿐이었다. 그는 ‘반성’한다면서 여전히 비판을 ‘괴담’이라고 부르고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실행하겠다고 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에 대해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이명박 정부의 해명은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기어이 ‘광우병 정부’가 되고자 하고 있다. 국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재계, 보수언론, 그리고 뉴라이트가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이를테면 ‘광우병 위험 강요 연대’가 형성된 것이다. ‘고소영’ 세력 또는 ‘강부자’ 세력의 문제가 이렇듯 ‘생활정치’의 영역에서 다시금 확인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광우병 위험에 전면적으로 노출시킨 대통령이다. 여기서 이명박 대통령이 역시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운하건설계획을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광우병 위험으로 몰아넣고 국토를 대파괴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10대들의 촛불은 건강과 생명의 보호를 추구하는 ‘생활정치’의 촛불이었다. 거대한 위험의 생산을 통해 풍요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위험사회의 현실 속에서 곧 대다수 시민이 ‘생활정치’의 촛불을 함께 들게 되었다. 한국은 서구보다 훨씬 더 위험한 위험사회, 곧 커다란 사고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사고사회’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더욱 더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생활정치’는 더욱 더 활발히 펼쳐지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개인의 이익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지만, 그것을 위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적이다. 우리는 기존의 정치적 분리선을 뛰어넘어서 현대 문명의 한계를 겨냥하는 ‘생활정치’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 진정한 선진화와 진보의 싹이 있다.
 

2008-06-20 16: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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