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세계적인 장기불황은 1974-75년의 공황이 신자유주의적 불황극복정책 때문에 아직도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공황과 장기불황을 자본주의 내부의 요인들에 의해 설명하는 방법으로서 가장 유효한 것이 마르크스의 공황론이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공황론은 이윤율 저하 경향(Tendency of the Rate of Profit to Fall; TRPF로 약칭)의 법칙에 의거하고 있다.
“자본의 가치증식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유일한 목적이므로, 총자본의 가치증식률(즉 이윤율)은 자본주의적 생산에 대한 박차(拍車)”(󰡔자본론󰡕 Ⅲ(상): 290)라고 마르크스는 말하면서, “이윤율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자극제이며 축적의 조건이고 추진력이다”(같은 책: 311)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잠시 이윤율, 자본축적률, 자본증식률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자. 자본축적은 잉여가치를 다시 자본으로 추가하는 것이므로 자본축적률은 (sc +sv) / s 이다(s는 잉여가치고, sc와 sv는 잉여가치 중에서 각각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에 추가되는 것을 가리킨다). 만약 잉여가치 모두가 자본으로 축적된다면, 축적률은 100%이고, 이윤율[= s/(c+v)]은 자본증식률[(sc+sv) / (c+v)]과 같게 된다. 다시 말해 이윤율은 자본증식률의 최대값이므로, 자본주의에서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은 󰡔자본론󰡕 제Ⅲ권 제3편에서 서술되고 있는데, 이 제3편은 세 개의 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13장은 이윤율의 저하를 설명하고 있으며, 제14장은 이윤율의 저하를 상쇄하는 요인들을 지적하고 있고, 제15장은 이윤율의 저하(제13장)와 상쇄요인들(제14장)이라는 대립물의 통일(“법칙의 내적 모순들의 전개”)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TRPF법칙의 이해나 공황론의 재구성에서 제15장은 별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TRPF법칙을 이윤율의 현실적인 저하를 예측하는 법칙으로 파악하여 이윤율의 저하와 상쇄요인들의 ‘상대적 크기’에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며, 또한 마르크스 공황론을 TRPF법칙 이외의 법칙으로부터 재구성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제15장을 기초로 TRPF법칙의 내적 모순들을 지적하며, 이 모순들의 전개과정에서 공황의 발생을 설명하려고 시도했는데, 이런 시도가 마르크스 공황론의 다양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글에서는 첫째로 TRPF법칙이 이윤율의 현실적인 저하를 예측한다고 주장하는 논자들은 이윤율의 저하가 어떻게 공황을 일으킨다고 보는가를 추적할 것이다. 둘째로는 제15장이 제시하는 TRPF법칙의 내적 모순들이 어떻게 자본축적 또는 자본의 재생산과정을 혼란에 빠뜨려 경제위기(economic crisis)와 공황(crash)을 일으키는가를 고찰할 것이다. 끝으로 공황이 자본주의체제의 장래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마르크스의 공황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21세기의 장기불황과 공황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리라고 믿는다.


2. 이윤율의 현실적 저하와 공황

근본주의자들은 TRPF법칙이 이윤율의 저하와 상쇄요인들을 통해 이윤율의 현실적인 저하를 예측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윤율의 현실적인 저하가 어떻게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정을 갑자기 격렬하게 중단시키게 되는가를 연구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설명을 제시했다.
첫째는 야페(David Yaffe 1973b)의 설명인데, “축적의 증가가 잉여가치 또는 이윤의 양을 증가시키지 못할 때, 자본의 절대적 과잉생산이 일어나고 자본축적과정은 중단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윤율과 이윤량이 동시에 감소해야 공황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윤량의 감소가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만 축적과정의 점진적인 축소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중단을 야기하게 되는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윤량이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최소규모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축적과정은 갑작스럽게 중단할 것이다.
둘째는 야페와 블록(Yaffe & Paul Bullock 1975)의 설명인데, 이윤율의 저하가 이윤량을 ‘충분히’ 증가시키지 못할 때 공황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충분히’라는 단어가 무엇을 가리키는가는 분명하지 않다. 만약 ‘충분히’라는 단어가, 이윤율의 저하가 자본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규모의 잉여가치를 낳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들의 주장은 현실적 이윤율의 저하와 경제위기의 발생을 이론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글에서 야페와 블록은 이윤율의 저하가 어떻게 공황을 일으키는가를 해명하기보다는 오히려 자본주의적 공황의 기본성격을 강조하는 데 열중했기 때문에 ‘충분히’라는 애매한 단어를 쓴 것 같다.
셋째는 로손(Bob Rowthorn 1997)의 설명인데, 이윤율이 “자본가들이 축적을 거부하는 수준”까지 저하하면 공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파인과 해리스가 다음과 같이 올바르게 비판했다.

이 견해가 틀린 것은 마르크스가 잉여가치량(이윤량과 동일함)을 이윤율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즉 축적능력(이윤량)은 축적에 대한 자극(또는 유인)―이윤율―을 지배한다. 사실상 이윤율의 저하가 공황을 일으키는 데 미치는 영향은 잉여가치량 또는 이윤량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이윤율이 자극제로서 축적과 (+)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이윤율의 점진적 하락은 축적의 갑작스런 중단이 아니라 점진적 감퇴를 가져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잉여가치량이 축적의 능력을 결정하는 데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게 불연속성을 띤다. 그 이유는 축적의 능력이 오직 잉여가치량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화할 수 있는 최소규모의 잉여가치량에도 달려있기 때문이다. 고정자본의 중요성과 각 생산과정에서 고정자본의 규모가 확대되는 경향을 고려할 때, 축적이 진행되려면 일정량 이상의 잉여가치가 필요하게 된다. 이윤율이 떨어져도 잉여가치량이 충분히 크다면 축적은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잉여가치량이 증가 추세를 유지하면서도 결정적인 크기 이하로 떨어지면, 축적은 갑자기 중단될 수밖에 없다(파인과 해리스 1985: 98-99).

결국 TRPF법칙을 이윤율의 현실적 저하를 증명하는 법칙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 공황의 발생을 가장 잘 해명할 수 있는 길은 이윤율의 저하가 이윤량을 자본화할 수 있는 최소규모 이하로 감소시키는 상황일 것이다.


3. TRPF법칙의 내적 모순들의 전개

마르크스는 TRPF법칙의 내적 모순들의 전개에서, “어떤 특정한 지점에서는 서로 반대되는 요인들의 충돌은 공황에서 출구를 찾는다”(󰡔자본론󰡕 Ⅲ(상): 299)고 말한다. 이 언급은 다음과 같은 몇 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i) TRPF법칙에 내재하는 모순된 경향들은 축적에 대해 대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미친다. ii) 자본의 끊임없는 자기증식운동은 이 경향들을 강화하면서 변형시킨다. iii) 모순적인 경향들은 형성․전개․해소(解消)의 과정에서 충돌을 내포한다. iv) 이 충돌이 공황으로 표출된다 등등. 다시 말해 모순적인 경향들은 축적과정에서 비(非)적대적․적대적․폭발적 형태들을 취하는데, 공황론은 TRPF법칙이 품고 있는 모순적 경향들이 왜 폭발적으로 되어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정을 중단시키게 되는가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1) 잉여가치의 생산과 실현 사이의 모순

TRPF법칙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로부터 착취한 잉여가치가 그대로 “화폐로 전환된다”(즉 실현된다)는 것을 전제로 잉여가치의 ‘생산’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러나 잉여가치를 품은 상품들이 생산되더라도, 이 상품들이 “판매되지 않든가 오직 일부만 판매되든가 생산가격(生産價格 price of production, 비용가격에 평균이윤을 첨가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면, 노동자는 분명히 착취당했지만 이 착취는 자본가를 위하여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으며, 착취된 잉여가치가 전혀 실현되지 않든가 부분적으로만 실현되며, 심하게는 자본가의 자본이 부분적으로 또는 전부 상실될 수도 있다”(󰡔자본론󰡕 Ⅲ(상): 293). 따라서 이제 마르크스는 생산된 잉여가치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노동생산성의 상승과 생산규모의 확대로 생산된 잉여가치량이 증가하면 할수록 잉여가치의 실현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시장의 확대 필요성이 더욱 긴급하게 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리하여 시장을 공간적으로 확대하거나, 다양하고 값싼 상품들을 생산해 내부시장을 확대하지만, 잉여가치의 실현은 산업부문들 사이의 균형을 사전적으로 확보하거나, 대중들의 소비능력을 생산력의 확대에 비례해서 증가시키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고 마르크스는 말한다.

직접적 착취의 조건들과 이 착취의 실현의 조건들은 동일하지 않다. 두 조건들은 시간과 공간에서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념에서도 일치하지 않는다. 전자는 사회의 생산력에 의해서만 제한되며, 후자는 여러 생산분야들 사이의 비례관계(比例關係 proportionality)와 사회의 소비능력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그런데 사회의 소비능력은 절대적인 생산능력이나 절대적인 소비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인 분배관계―이것은 사회의 대다수 민중의 소비를 최저수준으로 인하하여 대체로 좁은 범위 안에서만 변동할 수 있게 한다―에 근거한 소비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사회의 소비능력은 축적충동―자본을 확대하여 더욱 큰 규모로 잉여가치를 생산하려는 욕구―에 의해 더욱 제한되고 있다……그러므로 시장은 끊임없이 확대되어야만 한다……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적 모순은 생산의 외부영역을 확대함으로써 해결을 구한다. 그러나 생산력이 발달하면 할수록, 생산력은 소비관계가 입각하고 있는 좁은 기초와 더욱 더 충돌하게 된다(󰡔자본론󰡕 Ⅲ(상): 293-294).

잉여가치의 생산과 실현 사이의 모순은 21세기의 자본주의에서 다음과 같은 현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급속히 진행하는 각종의 혁신에 의해 생산력이 놀랄 만큼 증가하고 다양한 새로운 상품들이 등장하며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 새로운 노동조직들이 도입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의 유연화정책으로 실업자가 증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함으로써 대중의 소비능력은 더욱 감소하고,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은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함으로써 국가에 의한 투자와 소비를 감축하며, 기술혁신이 무계획적으로 경쟁적으로 짧은 시간에 등장하기 때문에 기존의 생산부문 사이의 비례관계와 교환관계가 계속 파괴되고, 선진국들이 국내시장의 축소를 보상하기 위해 자본의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후진국들의 국내산업은 파괴되고 국내시장은 잠식되며 세계시장의 규모는 점점 더 축소되고 있다.
잉여가치의 생산과 실현 사이의 모순은 지금의 장기불황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신자유주의적 불황극복정책의 비합리성과 그것의 파탄을 폭로하고 있다.

2) 자본의 집적․집중과 새로운 독립적인 자본의 형성 사이의 모순

기존의 자본가치를 최대한으로 증가시키는 수단인 노동생산성의 향상과 자본의 기술적․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는, 기존자본의 가치감소 또는 폐기를 수반하면서도, 생산수단과 생활수단의 가치 저하를 통해 동일한 화폐금액이 구입할 수 있는 생산요소들의 양을 확대함으로써 자본축적을 강화하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이윤율의 저하와 상쇄요인들의 상반되는 경향들을 축적의 가속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그 대립성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키게 된다. 왜냐하면 축적의 가속화는 자본의 기술적․유기적 구성을 더욱 상승시키는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은 이윤율의 저하와 상쇄요인들의 대립성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축적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것은 결국 이윤율의 저하를 이윤량의 증대로 보상한다는 원리와 동일하다.
토미즈카(富塚良三 1960)와 카키자키(姉崎繁 1981)는 이윤율의 저하와 이윤량의 증대라는 모순적인 경향이 경쟁 중의 다수자본의 차원에서 어떤 구체적인 형태를 취하게 되는가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들은 그 구체적 형태 중의 하나로서 자본의 집중과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기존자본의 가치감소를 감당할 수 있는 개별자본의 능력은 개별자본이 취득하는 이윤량에 달려 있으며, 이 이윤량은 또한 자본의 규모와 생산규모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개별자본은 집적과 집중을 통해 생산규모를 확대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비록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이윤율의 저하를 이윤량의 증대로 보상하는 것에 공헌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또한 이윤율의 저하를 더욱 강화한다. 왜냐하면 자본의 집적과 집중을 통해 자본은 더욱 과학적인 생산과정을 도입하거나 살아 있는 노동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윤율의 좀더 큰 저하는 자본의 집적과 집중을 더욱 요구하게 되며, 이에 따라 산업자본으로 역할 할 수 있는 자본의 최소규모가 증대하게 된다.
이제 이 최소규모에 미달하는 화폐자본은 유휴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잠재적 화폐자본은 신용제도를 통해 자본의 집중을 더욱 추진시킨다. 이리하여 자본의 집중→산업자본의 최소규모의 증대→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자본의 집중이라는 연쇄작용이 진행된다. 그런데 이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마르크스는 이것을 ‘자본의 과다(plethora of capital)’로 표현했다―은 산업자본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화폐자본의 증가를 가리키며, 따라서 산업자본의 과잉축적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결국 토미즈카와 카키자키에 의하면, 이윤율의 저하와 이윤량의 증대라는 모순적인 경향은 경쟁하는 다수자본의 차원에서는 자본의 집중과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이라는 모순적인 경향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모순적인 경향은 경쟁과 신용의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TRPF법칙에 포함되어 있는 모순들 중에서 ‘가장 발달한 형태’라고 부르고 있다. 그들은 자본의 집중과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이라는 모순적 경향의 충돌에서 공황이 일어나는 특수상황을 개발하고 있다. 그들은 이 모순적 경향으로부터 생산과 소비(개인적 소비와 생산적 소비 모두를 포함) 사이의 모순이 격화되어 상품의 과잉생산이 폭발한다고 주장한다. 생산과 소비 사이의 모순이 격화되는 경로로서 두 개를 제시하는데, 하나는 자본의 집중은 자본의 기술적 구성을 상승시켜 노동인력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은 이전에 산업자본으로 역할을 한 자본 중 일부가 생산과정을 떠난 것을 함의하고 있으므로 취업노동자를 축출하고 개인적 소비를 축소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하게 그들이 강조하는 경로는 이 모순적 경향이 자본의 최소규모를 증대시켜 새로운 독립적인 자본의 형성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의 모순이 격화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생독립자본은 새로운 사회적 욕망과 새로운 사용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시장을 더욱 넓고 높은 수준으로 확대시키는 수단으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전문화와 분업화의 경향 아래 동일산업 안에서 기존자본들의 집중과 생산력의 발달은 그 산업이 만족시키기로 되어 있는 특정의 사회적 필요의 규모라는 한계에 부닥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끊임없이 확대되는 그리고 더욱 포괄적인 각종 생산부문들의 체계(system)를 개발하여 생산과 소비의 모순을 해결해야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생독립자본의 형성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그들은 주장하면서, 마르크스가 Grundrisse에서 말한 것을 인용한다.

예컨대 생산력이 두 배로 향상되어, 지금의 50원의 자본이 옛날 100원의 자본이 하던 일을 할 수 있어서 50원의 자본과 이것에 상응하는 노동인력이 해방된다면, 이 해방된 자본과 노동인력을 위해 새로운 질적으로 다른 생산분야(새로운 필요를 충동하며 만족시키는 분야)가 창설되지 않으면 안 된다(Marx 1857-58: 335-336).

그들은 자본의 집중에 의한 생산 확대가 그것의 사용가치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의해 제한되고 시장을 개척하는 신생독립자본의 형성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지적한 뒤, 이윤량의 증대로 이윤율의 저하를 보상하려는 자본가들의 경쟁 때문에 자본들이 다른 생산분야로 자발적으로 이동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자본의 집중과정이 더욱 크게 추진되어 상품의 생산이 그 상품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초과하는 지점까지 도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과잉생산된 상품은 가격 폭락을 맞고 그 생산분야의 과잉자본은 파괴되든지 다른 분야로 쫓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공황이다.
토미즈카와 카키자키가 구성한 공황발생의 특수상황은 TRPF법칙과 생산-소비의 모순을 결합함으로써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을 풍부하게 하였으며, “공황은 부르주아경제의 모든 모순들의 발현이다”는 것을 해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들의 공황이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본의 집중과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이라는 모순이 신생독립자본의 형성과 새로운 시장의 창조를 저지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들은 자본가적 경쟁과 자본집중의 진행이 다른 생산분야로의 자발적인 자본이동을 어렵게 한다는 점과, 한 산업분야 안에서 생산력의 발달은 그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진 사용가치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올바르게 지적했다.
그러나 이 모순적 경향에 관한 그들의 해석은 생산-소비의 모순 격화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마르크스가 지적한 다음과 같은 명제들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가) 잠재적 화폐자본은 다수의 새로운 생산분야를 개시할 수 있게 하는데, 특히 자본의 회임기간(懷妊期間 gestation period)이 길고 유기적 구성이 높은 생산분야가 개발된다.
(나) 신생독립자본의 형성이 곤란해지면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이 저지되어 ‘생산의 활력’이 사라진다.
(다)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은 투기를 크게 일으킨다.

위의 명제 (가)는 한 생산분야 안에서 격화된 생산과 소비의 모순을 당분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토미즈카와 카키자키는 이것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다. 만약 자본 사이의 경쟁이 더욱 큰 이윤을 얻으려는 경쟁이라면 자본이 더욱 높은 이윤율을 올리고 있는 다른 산업분야로 이동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욱이 산업분야 사이의 자본 이동은 기존의 생산설비를 철폐하거나 이것을 다른 상품의 생산에 전용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화폐자본이 새로운 산업분야로 더욱 많이 투자됨으로써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의 회임기간이 긴 새로운 사업들의 개시가 공황을 유발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마르크스는 언급하고 있다 (󰡔자본론󰡕 Ⅱ: 374, 429).
명제 (나)는 신생독립자본의 역할을 시장의 확대와 다양화의 측면보다는 잉여가치율을 높이고 생산요소들을 값싸게 하는 신기술의 도입과 전파의 측면에서 파악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새로운 독립적인 자본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윤율이 높아야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새로운 발견과 발명 그리고 산업적 개량일반’(󰡔자본론󰡕 I(하): 857)을 추구해 잉여가치율의 상승, 자본의 회전시간의 단축, 다양한 생산수단과 생활수단의 개발 등등에 기여함으로써 산업 전체에 활력을 주게 된다. 더욱이 자본필요액의 최소규모의 증대와 자본 집중의 진전으로 말미암아 신생독립자본의 형성이 지체된다면, 대자본들은 이윤율의 향상보다는 이윤량의 증대를 더욱 강조하게 된다. 다시 말해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보다는 규모의 확대를 강조하게 된다. 이 결과로, 사회적 총자본은 생산요소들의 저렴화의 지체, 잉여가치율 상승의 지체, 산업예비군의 감소와 임금수준의 상승, 새로운 시장의 확대 지체로 곤란을 받게 되는데, 이것들이 사실상 경제위기를 구성한다. “이윤량의 증대로 이윤율의 저하를 보상하는 소수의 기존 대자본의 수중에서만 자본형성이 행해진다면, 생산의 활력은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자본론󰡕 Ⅲ(상): 311).
명제 (다)는 과잉의 잠재적 화폐자본은 투기․신용사기․주식사기 등 모험적인 길을 통해 어떤 종류의 특별이윤을 얻으려고 하며, 이런 현상이 경제위기 이전에 크게 나타난다고 마르크스는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모험적인 사업의 실패가 공황을 촉발하는 하나의 이유라고 지적한다. 사실상 1980년대 이래의 경제의 금융화는 산업자본의 수익성 저하로 잠재적인 화폐자본이 모험적인 금융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3) 기존자본의 가치증식과 가치감소 사이의 모순

마르크스는 이 모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 자본은 기존자본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증식시키고자 하지만,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혁신은 기존자본을 감가시키거나 폐기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기존자본의 가치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이윤율을 상승시킴으로써 연간생산물의 가치 중 자본으로 재전환되는 부분을 증가시키는 경우이고, ‘간접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의 향상으로 말미암아 동일한 교환가치(금액의 화폐)가 다양하고 더욱 많은 생산수단과 생활수단을 구매할 수 있는 경우이다(󰡔자본론󰡕 Ⅲ(상): 297-298).
(나) 노동생산성의 향상에 따라다니는 기존자본의 주기적인 가치감소는 이윤율의 저하를 저지하고 새로운 자본의 형성에 의해 자본가치의 축적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지만, 어떤 국면에서는 자본의 유통과정과 재생산과정이 진행되는 주어진 조건들을 교란시키며, 따라서 생산과정의 갑작스러운 중단과 공황을 수반한다(󰡔자본론󰡕 Ⅲ(상): 299).

이 모순적 경향에 의거해 파인과 해리스는 공황이 일어나는 몇 개의 특수상황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이윤율의 저하와 이윤량의 감소는 이윤율의 저하와 상쇄요인들 사이의 모순이 만들어내는 특수상황의 전부는 아니다. 이윤율의 저하와 상쇄요인들 자체의 형성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긴장으로부터도 특수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축적이 진행되고 있을 때라도 기술적․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이것은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는 순조롭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낡은 기술의 폐기와 신기술의 도입은 점진적 경향을 띠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다. 이와 비슷하게, 상쇄요인들도 순조롭게 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외국무역은 순조롭게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무역이 일으키는 국제적 분업은 산업 전체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하게도 불변자본요소들의 가치하락―좀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자본의 가치구성의 변화―은 격변을 일으킨다. 왜냐하면 가치구성의 변화는 유기적 구성의 기초가 되는 생산기술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교환관계의 변화까지도 내포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지적하듯이, 이런 가치변화는 화폐자본이 순환과정에 재투입될 때[즉 M'---C(MP, LP)에서], 자본가들은 종전의 관계가 변했다는 것[즉 이전의 C'---M'에 비해 C(MP, LP)의 상대적 가치가 변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본의 재생산은 종전의 순환의 재생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새로운 순환으로의 비약을 요구하게 된다. 다시 말해 기존 순환의 중단, 즉 공황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파인과 해리스 1985: 99).

이 모순적 경향들의 충돌은 자본 사이의 경쟁과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를 도입한다면 덜 추상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경쟁을 도입해보자. 약간의 개별자본들이 매우 생산적인 신기술을 도입하여 상품을 시장가치 이하로 생산하여 시장가치 이하로 판매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그 상품의 시장가치는 낮아지고, 신기술을 도입하지 못한 개별자본들은 자기들의 상품을 개별가치 이하로 팔지 않을 수 없으며, 따라서 자기들이 투자한 비용가격과 노동자로부터 착취한 잉여가치를 완전히 실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하게는 자기의 자본 일부까지도 잃게 된다. 이처럼 개별자본 중 일부는 자기의 자본가치를 증식시키지만, 다른 일부는 자기의 자본가치를 축소시키게 되는데, 이 상반되는 경향이 공황을 일으킬 수 있다. 개별자본들의 가치증식분의 합계가 가치감소분의 합계보다 적기 때문에 공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증식과 가치감소의 모순적 경향이 개별자본들 사이의 기존의 교환관계―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에서는 󰡔자본론󰡕 제2권 제3편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별자본들은 가치와 사용가치면에서 독특한 비례성을 유지해야 한다―를 혼란시키기 때문에 재생산과정의 갑작스런 중단 즉 공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불수단으로서 화폐를 도입하여 보자. 약간의 개별자본들이, 더욱 효율적인 개별자본들에 의한 시장가치의 인하 때문에, 자기들의 상품의 완전한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특정 만기일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게 되며, 이에 따라 채권과 채무의 고리 전체가 파괴될 위험이 생겨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를 구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게 된다. 이런 화폐기근(monetary famine)은 상품의 투매(投賣 fire sale)와 상품 가격의 폭락을 야기하며, 나아가서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정을 마비시키게 된다.
사실상 기존자본의 가치증식과 가치감소라는 모순적 경향에 의거한 공황 발생의 특수상황은 “자본의 본성 그 자체가 공황을 일으킨다”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왜냐하면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에 의해 가치증식을 끊임없이 도모하는 자본의 속성이 자본들 사이의 기존의 교환관계를 파괴함으로써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정을 갑자기 중단시켜 공황을 낳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볼 수 있는 정보통신부문의 급속한 발전은 시장경제의 무계획성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기업들의 파산과 취업자들의 실직을 수반하면서 진행되는데, 이것은 어느 상황에서는 공황을 야기하고 어느 상황에서는 불황을 야기하게 된다.

4) 소결

이윤율의 저하와 상쇄요인들을 포함하는 TRPF법칙은 노동과 자본의 계급적 적대관계―잉여가치의 생산―를 이 통일 안에서 지배적인 요소라고 인정하면서도 자본주의 경제의 모든 영역―생산과 유통 및 분배―을 포괄하고 있다. 기존의 자본가치를 증식시키는 유일한 수단인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TRPF법칙의 기초이다. 경쟁 중의 개별자본들은 이윤율에 관련된 모순적 경향들을 이윤량의 증대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이 과정에서 이윤율의 저하와 상쇄요인들이라는 모순적 경향은 이윤율의 저하와 이윤량의 증대라는 모순적 경향으로, 더 나아가 자본의 집중과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이라는 모순적 경향으로 변형되어 간다.
자본의 집중과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이라는 모순적 경향은 경쟁과 신용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TRPF법칙의 내적 모순들 중 ‘가장 발달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장 발달된 형태는 덜 발달한 모순들(예: 잉여가치의 생산과 실현, 기존의 자본가치의 증가와 감소, 자본의 집중과 새로운 독립적인 자본의 형성)을 지양(止揚)할 수 없으며, 후자는 전자 속에 ‘잔존(殘存 survival)’하게 된다. TRPF법칙에 내재하는 모순들을 자본이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본의 집중과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이라는 모순적인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면, 이 해결이라는 것이 사실은 기존의 모순들을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면서 변형시킨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TRPF법칙에 내재하는 어느 하나의 모순에 의거하여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을 재구성하는 것은 ‘잔존’의 의미를 살리지 못할 우려가 있다.


4. 공황 직전의 경제위기 국면과 공황 이후의 불황 국면

마르크스는 공황이 폭발하기 이전의 위기 국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가) 자본의 기술적 구성의 상승은 개별자본가가 가져야 할 자본의 최소한도(minimum capital)를 증대시킨다. 다른 한편에서 자본의 최소한도에 미치지 못하는 자본은 과잉자본―자본의 과다(過多)―으로서 나타난다. “자본의 과다(plethora of capital)는 언제나 기본적으로 이윤율의 저하를 이윤의 양에 의해 보상하지 못하는 자본의 과다를 가리키거나, 스스로 행동할 능력이 없어 신용의 형태로 대기업의 지도자들에게 그 처분이 위임되는 자본의 과다를 가리킨다”(󰡔자본론󰡕 Ⅲ(상): 301). 이 과잉자본은 투기․신용사기․주식사기 등 모험적인 길을 통해 어떤 종류의 특별이윤을 얻으려고 한다.
(나) 자본의 과잉생산은 상품의 과잉생산을 항상 포함하며 자본의 과잉축적에 지나지 않는다. 이윤율이 저하하기 때문에 경쟁전이 치열하게 되어, 자본의 일부는 완전히 유휴(idle)하든지 부분적으로 유휴 할 것이고, 다른 일부는 파괴될 것이며, 또 다른 일부는 유휴 또는 반(半)유휴 자본의 압력 때문에 더 낮은 이윤율로 증식할 것이다.
(다) 과잉생산된 상품들의 가격, 그리고 잉여가치와 이윤에 대한 장래의 청구권인 유가증권들(예: 주식)의 가격은 폭락하게 된다. “일정한 가격관계가 재생산과정에 가정되어 있고 재생산과정을 규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격 하락은 재생산과정을 정체와 혼란에 빠뜨린다……특정한 지불기일이 붙어있는 지불의무의 연쇄(chain)는 여러 곳에서 끊어지는데, 이것은 신용제도……의 동시적 붕괴에 의해 더욱 격화된다. 이 모든 것들이 격렬하고 첨예한 공황, 갑작스럽고 강력한 가치감소, 재생산과정의 현실적인 정체와 교란, 따라서 또 재생산의 현실적 축소를 일으킨다(󰡔자본론󰡕 Ⅲ(상): 305).
(라) 이윤율의 저하는 필연적으로 경쟁전을 일으킨다. 이윤율의 저하를 이윤량의 증대로 보상하는 것은 사회적 총자본과 이미 기반을 확립한 대자본가에게만 가능하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새로운 추가자본은 이러한 보상조건을 지니고 있지 못하므로 이 보상조건을 전취(戰取)해야만 한다. 더욱이 이 경쟁전은 임금의 일시적 상승을 수반하며, 이로 말미암아 이윤율의 더 큰 일시적 저하를 수반하게 된다. 이리하여 상품의 과잉생산과 시장의 과잉공급이 생긴다(󰡔자본론󰡕 Ⅲ(상): 307-308).
(마) 이윤율이 저하하면, 한편에서는 개별자본가들이 더 나은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자기 상품의 개별가치를 사회적 평균가치 이하로 인하하여 주어진 시장가격에서 초과이윤(surplus profit)을 얻으려고 노력하게 되며, 다른 한편에서는 어떤 종류의 특별이윤이라도 얻기 위해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투자 및 새로운 모험 등을 앞뒤 가리지 않고 시도하기 때문에 투기와 투기의 일반적 촉진이 나타난다(󰡔자본론󰡕 Ⅲ(상): 310-311).

이런 경제위기 국면을 지나면서 공황이 폭발한다. “공황은 항상 기존의 모순들의 일시적 폭력적 해결에 지나지 않으며, 교란된 균형을 일시적으로 회복시키는 강력한 폭발에 지나지 않는다”(󰡔자본론󰡕 Ⅲ(상):299).
공황 이후의 불황 국면에서 회복을 위한 조건들이 다음과 같이 마련된다.

(가) 어떤 사정 아래에서도 균형은 크거나 작은 범위로 자본의 유휴와 심하게는 파멸에 의해 회복될 것이다(󰡔자본론󰡕 Ⅲ(상): 304).
(나) 생산의 정체는 노동자계급의 일부를 해고시키며, 이리하여 취업노동자로 하여금 임금의 인하, 심하게는 평균수준 이하로의 인하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같은 책: 306).
(다) 가격의 저하와 경쟁전은 각각의 자본가로 하여금 새로운 기계, 새로운 개선된 노동방법, 그리고 혁신을 채택하여 자기의 생산물의 개별가치를 그것의 시장가치 이하로 감축시키도록 강요한다(같은 책: 306).
(4) 불변자본 요소들의 가치도 저하한다(같은 책: 306).

“이리하여 순환 전체가 또 다시 새로 시작된다. 생산조건의 확대, 시장의 확대, 그리고 생산성의 증대를 기초로 동일한 결함 많은 순환이 또 다시 시작된다(같은 책: 306). 다시 말해 공황은 경제영역에서만 고찰한다면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제2인터내셔널의 경제주의가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자본주의는 결코 공황을 통해서는 자동붕괴하지 않는다.


5. 공황과 자본주의의 장래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생산력의 발전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파열된다. 이것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통해 새로운 사회의 등장을 설명하는 유물사관의 공식이다. 마르크스는 말한다.

사회의 물질적 생산력은 그 발전의 어느 단계에서 그 당시의 생산관계―이 생산관계를 법률적 용어로 표현한 것이 소유관계인데, 물질적 생산력은 이 소유관계의 틀 안에서 작용해온 것이다―와 충돌하게 된다. 이 생산관계 또는 소유관계가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형태로부터 생산력의 발전을 저지하는 형태로 전환한다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사회혁명의 시대가 닥쳐온다……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충돌에 관한 인간들의 의식은 법률적․정치적․종교적․예술적․철학적, 한마디로 말해 이데올로기적 형태들을 통해 표현되며, 또한 인간들은 이런 형태들을 통해 투쟁함으로써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충돌을 해결하게 된다(Marx 1859: 263).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생산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공황이다. 비유하면 ‘옷’에 비해 ‘몸’이 너무 성장한 것인데, 자본가계급은 더욱 큰 ‘옷’으로 갈아입히는 것을 반대하면서 ‘몸’을 억지로 작은 ‘옷’에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공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공황에서는 수많은 상공업기업들과 금융기업들이 파산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실직하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생산력’이 낭비된다. 그런데 이처럼 생산력이 낭비되면서 노동자계급의 생활이 처참하게 되는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자본가계급이 모든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하지 않고 자본의 가치증식을 위해 생산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사회혁명’의 시대가 닥쳐온다는 것이다. 결국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공황은 부르주아지가 더 이상 현대의 생산력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폭로한다”(엥겔스 1994: 467).
이렇게 사회적 생산력이 개별 자본가에 의해 통제될 수 없기 때문에 자본가들의 연합이나 국가에 의해 통제된다. 엥겔스는 말한다.

(가) 급속히 그리고 거대하게 팽창하고 있는 근대적 생산력이 자본주의적 상품교환의 법칙[이 테두리 안에서 생산력이 운동하게 되어 있다]의 통제로부터 매일 점점 더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자본가들의 의식 속까지도 더욱더 침투하고 있다. 이것은 특히 두 개의 징조에서 알 수 있다. 첫째로는 일반보호관세에 대한 열광에서인데, 이 관세가 수출능력 있는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옛날의 보호주의와 다르다. 둘째로는 생산․가격․이윤을 조절하기 위해 산업분야 전체에서 공장주들이 결성한 카르텔과 트러스트에서이다. 이 {독점화} 실험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제 환경에서만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폭풍이 한 번 불어오면 이 실험들은 모두 날아가 버릴 것이며, 생산이 규제를 요구한다 할지라도 그 과업을 담당할 수 있는 계급은 확실히 자본가계급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런 카르텔의 유일한 목적은 대자본가가 소자본가를 종전보다 더욱 급속하게 삼키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자본론󰡕 Ⅲ(상): 138의 주 16).
(나) 국내시장의 경쟁은 카르텔과 트러스트의 출현에 의해 후퇴하고 있으며, 해외시장의 경쟁은 보호관세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자본론󰡕 Ⅲ(하): 604의 주 8).
(다) 자본주의 사회의 공식적 대표자인 국가가 생산에 대한 지휘를 떠맡지 않을 수 없다. 국가소유로 전환시켜야 할 필요성은 먼저 대규모의 교통․통신시설에서 나타난다: 우체국, 전신, 철도 (엥겔스 1994: 466-467).

이처럼 생산과 분배를 담당하는 대기업들이 주식회사, 트러스트 및 국가소유로 전환된다면, 부르주아지는 이제 생산과 분배에서는 불필요하게 된다.

부르주아지의 모든 사회적 기능들은 이제 월급쟁이 직원들에 의해 수행된다. 자본가는 배당을 챙기거나 채권의 이자표를 관리하거나 서로 모르는 자본가들끼리 자본을 빼앗는 증권거래소에서 투기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사회활동도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처음에는 노동자들을 {산업예비군으로: 인용자} 추방했지만 이제는 자본가들을 추방하고 과잉인구의 위치에 놓는다(엥겔스 1994: 467).
그러나 생산력이 주식회사나 트러스트나 국가의 손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생산력의 자본주의적 성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주기적으로 공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산의 확장 또는 축소를 결정하는 것은, 생산과 사회적 필요(사회적으로 발달한 인간의 욕구) 사이의 비율이 아니라, 부불노동의 취득과, 이 부불노동과 대상화된 노동 일반 사이의 비율―이것을 자본주의적으로 표현하면, 이윤{의 취득}과, 이 이윤과 자본투하액 사이의 비율(즉 어떤 일정한 이윤율)―이다. 따라서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주 부족한 수준의 확장에서 이미 생산에 대한 장벽들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생산은 사회적 필요가 충족되는 수준에서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의 생산과 실현이 명령하는 수준에서 중단된다(󰡔자본론󰡕 Ⅲ(상): 310).

결국 생산력과 생산관계 사이의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은 사회가 생산력의 사회적 성격에 따라 생산력을 점유․획득함으로써 자본관계를 지양하는 것이다.

(가) 이 충돌의 해결은 현대의 생산력의 사회적 성격을 인증하고 생산․취득․교환의 방식들을 생산수단의 사회화된 성격에 일치시키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가 사회 전체의 통제 이외에는 어떤 통제도 거부할 만큼 자란 생산력을 공공연하게 직접적으로 점유․획득하는 것에 의해서만 가능하다……사회가 생산력을 장악하게 되면, 생산자들은 생산수단과 생산물의 사회적 성격을 완전히 이해하면서 그것들을 이용할 것이고, 따라서 생산수단과 생산물의 사회적 성격은 혼란과 주기적 붕괴의 원인이 되기는커녕 생산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엥겔스 1994: 468).
(나) 생산수단의 집중과 노동의 사회화는 마침내 그 자본주의적 외피와 양립할 수 없는 점에 도달한다. 자본주의적 외피는 파열된다.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조종이 울린다. 수탈자가 수탈당한다{소수의 대자본가가 재산을 빼앗긴다} (󰡔자본론󰡕 I(하): 1050).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온갖 상상력을 개화시키고 있는 21세기에 다른 한편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은 자본주의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사회로 이행해야만 인류가 만들어낸 온갖 과학기술과 문화가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6. 마르크스 공황론의 한계

1861-63년에 쓴 󰡔자본론󰡕의 초고(󰡔잉여가치학설사󰡕로 출판된 바 있다)에 있는 ‘리카도의 축적이론’에서 마르크스는 ‘잠재적 공황’ 또는 ‘공황의 일반적 가능성’은 상품과 화폐의 유통에 있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판매와 구매가 분리되어 있으며 화폐가 지불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잠재적 공황이 ‘현실적’ 공황으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자본론󰡕의 계획을 서술하고 있다.

현실적 공황은 자본주의적 생산과 경쟁 및 신용의 현실적인 운동으로부터만 도출할 수 있다……자본을 다루는 첫째 부분―직접적 생산과정{󰡔자본론󰡕 제I권: 인용자}―은 공황의 새로운 요소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물론 생산과정은 잉여가치의 취득과 생산을 의미하기 때문에 새로운 요소를 포함하지만, 생산과정 그 자체를 다룰 때는 이 사실을 밝힐 수가 없다. 왜냐하면 생산과정 그 자체는 재생산된 가치 또는 잉여가치의 실현을 문제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재생산과정이기도 하는 유통과정{󰡔자본론󰡕 제Ⅱ권: 인용자}에서만 공황의 새로운 요소가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기존의 자본을 다루기 이전에―자본과 이윤{󰡔자본론󰡕 제Ⅲ권: 인용자}을 다루기 이전에―유통과정 또는 재생산과정을 서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본이 어떻게 생산하는가 뿐만 아니라 자본이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운동은 기존의 자본으로부터 시작한다. 즉 현실적인 운동은 발달한 자본주의적 생산을 함축하고 있다……따라서 재생산과정과 거기에서 더욱 발달하는 공황 경향은 유통과정에서는 오직 부분적으로만 서술되며, ‘자본과 이윤’에 관한 장{󰡔자본론󰡕 제Ⅲ권: 인용자}에서 더욱 자세히 논의될 것이다(Marx 1861-63: 143).
󰡔자본론󰡕에서 공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한 위의 언급이 비록 1862년 1월에서 1863년 7월 사이에 쓴 원고 속에 있긴 하지만, 현재의 󰡔자본론󰡕 세 권에 있는 마르크스의 공황 논의는 위의 언급을 대체로 따르고 있는 것 같다. 위의 언급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첫째는 재생산과정에서 ‘더욱 발달하는 공황 경향’은 󰡔자본론󰡕 제I권에서 ‘더욱 자세히 논의될 것’이라는 지적이고, 둘째는 “현실적 공황은 자본주의적 생산과 경쟁 및 신용의 현실적 운동으로부터만 도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지적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자본론󰡕 제Ⅱ권 특히 제3편(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에서 마르크스는 사회적 총자본의 정상적인 재생산은 서로 다른 생산부문들 사이에 그리고 생산과 소비(개인적 소비와 생산적 소비 포함) 사이에 가치와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다수의 특수한 비례관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런 복잡한 상호관련성 때문에 공황의 가능성이 더욱 발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론󰡕 제Ⅲ권에서 더욱 자세히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기존의’ 자본의 ‘현실적’ 운동이 어떻게 필연적으로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을 위한 균형조건을 파괴하게 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위에서 말한 󰡔자본론󰡕의 연구계획과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을 비교한다면, 공황의 더욱 발달할 가능성이 현실성으로 전환하는 것을 연구하는 데 TRPF법칙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TRPF법칙은 ‘기존의’ 자본의 결정적인 동기―즉 생산방법의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기존의 자본가치를 최대한으로 증식시키는 것―에 의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법칙은 또한 공황을 일으키는 다수의 모순적 경향들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현실적 공황은 자본주의적 생산과 경쟁 및 신용의 현실적 운동으로부터만 도출할 수 있다”는 마르크스의 지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먼저 앞에서 설명한 모순적인 경향들은 경쟁과 신용의 요소들을 매우 ‘제한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윤율의 저하와 상쇄요인들의 설명에 가치분석(價値分析)을 적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시 말해 생산과 교환 및 유통 부문 모두에서 가치분석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본들 사이의 경쟁은 ‘동일 산업 안으로’ 제한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산업들 사이의 경쟁에서는 가치범주보다는 생산가격범주가 중심을 차지할 수밖에 없으며, 이윤(특히 개별이윤)과 잉여노동이 동일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동일산업 안의 경쟁’이 모순적인 경향들(예: 자본가치의 감소와 증대, 이윤율의 저하와 이윤량의 증대, 자본의 집중과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TRPF법칙과 그것에 관련된 모순적인 경향은 ‘이미 확립된 신용제도’를 전제하지 않으며, 신용은 TRPF법칙이 만들어낸 효과들 중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진행하고 이에 따라 자본의 최소규모가 증대하기 때문에, 일부의 개별산업자본들이 생산업무를 계속할 수 없게 되어, 또는 산업자본으로 전환하려던 화폐자본이 산업자본으로 전환할 수가 없어, 신용제도의 자금 원천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은 자본의 집중을 더욱 촉진하고, 자본의 집중은 또 다시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을 더욱 촉진하게 되는 식으로 모순이 더욱 악화된다.
이처럼 TRPF법칙과 이것에 관련된 모순적인 경향들은 완전히 발달한 경쟁―생산가격과 시장가격 수준의 경쟁―과 완전히 발달한 신용제도에 의거한 것이 아니므로, 이것들로부터 도출되는 공황이론은 ‘불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불완전성은 마르크스가 ‘세계시장공황’에 관한 연구를 자기의 정치경제학 연구의 최종 과제로 삼으면서,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내부구조에 관한 연구, 국가에 관한 연구, 그리고 ‘세계시장에서 신용제도와 경쟁을 포함하는 국제적 생산과 교환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마친 뒤에 비로소 시작하려고 한 것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더욱 구체적인 형태의 공황은 자본주의적 축적의 더욱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모순들 그리고 자본과 노동 사이의 기본모순을 토대로 형성된 공황론이 형성된 뒤에라야 비로소 포괄적으로 해명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1세기에는 경제의 금융화가 진행됨에 따라 공황이 마치 금융시장이나 자본시장의 혼란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것은 표면적인 현상이고 그 배후에는 항상 TRPF법칙의 내적 모순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말한다.

상업자본{과 금융적 자본: 인용자}의 운동은 그것의 자립화에도 불구하고, 유통영역 안에서 산업자본의 운동일 따름이다. 그러나 이 자립화 때문에 상업자본{과 금융적 자본: 인용자}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는 재생산과정의 장벽들과 독립하여 운동하고, 이리하여 또 이 재생산과정을 그 장벽들을 넘어서까지 추진시킨다. 내적인 의존성과 외적인 자립성은 상업자본{과 금융적 자본: 인용자}을 그 내적 관련이 공황에 의해 폭력적으로 회복되는 지점까지 몰고 간다(󰡔자본론󰡕Ⅲ(상): 368).

상인에 의한 투기이득이나 주식가격과 이자율이 산업자본의 이윤율을 지나치게 초과해 상승한다면, 곧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상인에 의한 투기이득이나 주식가격과 이자율의 변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모순인 노자대립을 중심에 두어야 표면적인 현상들의 배후를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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