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특집은 ‘21세기와 자본주의 위기’로 정하고 공황을 핵심으로 하는 현대자본주의의 위기양상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현대 세계자본주의의 중심에는 미국자본주의가 있으며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을 곁들였다. 대체로 세계자본주의가 불황국면에 들어섰고 대공황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들의 공통 의견인 것 같다. 물론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는 스스로 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강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의 위기 시점에서 진보진영은 자본주의의 지속이 아닌, 새로운 대안사회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들은 21세기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분석 위에서 이를 극복할 대안을 다양하게 탐색하고 있다. 이번 특집을 계기로 자본주의의 한계와 대안사회의 전망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수행은 ‘현재의 장기불황과 마르크스의 공황론’에서 이윤율저하경향 법칙에 의거하고 있는 마르크스 공황론의 유효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윤율저하경향법칙을 이윤율의 현실적 저하를 증명하는 법칙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공황론은 이윤율저하경향법칙이 품고 있는 모순적인 경향들(잉여가치의 생산과 실현, 자본의 집적․집중과 새로운 독립적인 자본의 형성, 기존 자본의 가치증식과 가치감소, 자본의 집중과 잠재적 화폐자본의 과잉이라는 모순적 경향)이 왜 폭발적으로 되어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정을 중단(공황발생)시키게 되는가를 설명해야 한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결코 공황을 통해서는 자동붕괴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오히려 공황은 경제영역에서만 보면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이라고 파악한다. 그럼에도 공황은 부르주아지가 더 이상 현대의 생산력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폭로하며, 개별자본가들은 사회적 생산력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본가 연합이나 국가에 의해 통제하지만 공황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생산력의 자본주의적 성격은 사라지지 않게 된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사회가 생산력을 점유․획득함으로써 자본관계를 지양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성진은 ‘21세기 자본주의의 위기와 대안’에서 최근 미국경제는 다시 불황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좌파정치경제학자들이 오히려 세계경제가 1970년대 이후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이 좌파 구조적 위기 종식론자들은 1980년경을 경계로 하여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에서 이윤율이 상승추세로 반전되었다고 보는 점에서 공통적인데, 필자는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이들의 견해를 반박한다. 즉 이윤율의 장기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쉽게 호황으로 전화되기 어려우며, 21세기에도 강화된 세계화, 금융화, 정보화, ‘신경제’ 혹은 ‘지식기반경제’는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처방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자본주의 위기론의 핵심을 이루는 이윤율 저하이론은 위기가 내재적으로 필연적일 수밖에 없음을 논증하는 것이지 자동붕괴론이나 파국론, 영구공황론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자본주의 위기를 케인즈주의의 총수요진작정책을 통해 타개할 수는 없으며 자본주의 자체의 근본적 폐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곽노완은 ‘정치경제학 비판’과 21세기 금융공황: 자본주의의 한계와 21세기의 맑스’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과정에서 새로운 공황형태가 나타난다고 진단한다. 먼저 공황론의 에피스테몰로기에서는 맑스의 ‘정치경제학비판’체계와 공황의 관련을 밝히고 또 󰡔자본󰡕의 서술방법과 ‘플란’에 따른 공황논의를 검토한다. 맑스의 논의를 기반으로 공황을 정의하고 1973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후 21세기에 주요한 공황형태인 금융공황의 양상과 이론적 논의에 대해 검토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그는 현대자본주의 공황의 주요 형태의 하나인 금융공황․외환공황의 계기들이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더불어 발전하면서 자본주의의 공황취약성이 확대재생산되는 경향을 이론화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이러한 금융공황론 분석을 통해 대안사회의 시사점들을 정리해 주고 있다. 특히 대안사회의 유통수단으로서 변동환율제와 미달러지배체제의 공황취약성과 부정의를 제거하는 방안으로 ‘세계단일화폐’를 제안한다.
장시복은 ‘1990년대 이후 미국경제의 발전과 대외불균형’에서 1990년대의 호황이 종료했음을 제기하고 미국경제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의 구체적 형태로서 대외불균형 문제에 착목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상위계층의 ‘소비붐’은 소비증가와 동시에 저축감소를 가져와 대내불균형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한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대규모 해외자본이 유입되는 양상으로 진행되는 미국경제의 대외불균형의 악화는 언젠가는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달러약세를 통해 이루어지거나 환율조정압력 등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오늘날의 세계경제는 미국의 대외불균형으로 크게 위협당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전병권은 ‘달러지배체제의 위기와 인지자본주의의 불안정성’에서 달러지배체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미국달러체제를 맹신할 것이 아니라 새로이 협력양식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화폐적 협력의 문제로서, 유로화의 등장으로 결정적으로 폭락의 위기에 처한 달러화체제 속에서 경제블록 간의 협력 문제가 제기된다고 한다. 또한 기업의 가치창출이 물질노동 중심에서 비물질 노동 중심으로 전환된 인지자본주의 아래에서 어떻게 가상적 가치를 결정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인지적인 협력 문제로서는 물질노동과 비물질노동의 안정적인 조정양식이 제기되는데 정규직의 축소와 비정규직의 확대 속에서 생산성임금론의 유효성이 시효만료 되었기 때문이란다. 이와 같은 협력문제들을 제기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한 인지자본주의(현대자본주의)는 지속적인 불안정성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시평 ‘노무현과 김근태, 그리고 바다이야기’에서 손호철은 사행성 게임과 도박을 대변하는 바다이야기에 국민들이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 국민경제의 미래와 다수민중의 생존권을 판돈으로 걸고, 벌이는 한미 FTA라는 노무현 정권의 또 다른 바다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갈파한다. 더욱이 기업인들에 대한 추파작전으로 투자를 유도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김근태판 바다이야기까지. 사회적 양극화의 가속 속에서 좌파의 바다이야기는 없는지 묻고 있다.
이광일은 정세란에서 5.31 지방선거를 분석한다. 그는 ‘제도정치의 위기’를 읽어낼 뿐만 아니라 진보정치의 방향을 제기한다. 스스로의 경계를 넘어, 조합주의적 틀을 벗어던지고 대중과 함께 나아갈 정치세력의 등장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발언대에서 윤수종은 넝마주이마을과 넝마공동체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는 주변자(빈민)들에 대한 국가의 강압적인 정책을 강남의 한 넝마주이 마을과 넝마공동체에 대한 철거와 추방 과정을 통해 추적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추방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좌파의 가장 주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양극화에 대한 대처여야 한다고 강변해 온 이성백은 일반논문 ‘사회적 양극화: 원인과 해법’에서 양극화는 한국사회의 ‘시한폭탄’이라면서 사회적 의제로 삼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동화된 정보기술에 의한 인간노동력의 대체가 신자유주의에서 양극화가 초래되는 핵심적인 고리라고 본다. 그리고 양극화의 구체적인 모습인 대량실업, 비정규직화를 해결하는 해법으로서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하고 있다.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해방을 실현하는 적극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하면서, 반신자유주의투쟁의 전략적 원칙으로서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이은실은 ‘노동하는 성애/성노동’에서 강제적 성매매는 성매매 논의에서 제외하자면서 성매매 종사자들을 무조건 피해자화하는 시각을 교정할 것을 요구한다. 성노동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성노동자 스스로 노동환경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기초적인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인 지원임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성노동자운동은 ‘성매매종사자’와 ‘처’로 분할된 구조를 해체하고 성노동 영역에 위치한 여성들과 생식노동 영역으로 인입된 여성들과의 연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종영은 다시읽기에서, 헤겔의 유일한 저술은 󰡔정신현상학󰡕이라고 하면서 이 책은 과학적 인식에 이르는 의식의 경험에 관한 책이며 그 생명은 과학적 방법에 있다고 한다. 의식의 경험을 내재적 필연성에 따라 엄밀히 파악하려는 그의 방법을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문예비평 ‘꿈꾸는 자들을 위한 불망기’에서 이설야는 송경동 시인의 시집 󰡔꿀잠󰡕이 한국문학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졌으며, 민중문학의 유효성을 시적 정취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외면당한 노동자의 현실을 불러내면서도 그가 꾸는 ‘함께 나누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불순한 꿈은 함께 했던 사람들과 이루고 싶었던 세계라고 한다. 민중문학, 노동문학이 쇠퇴해 온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거친 ‘손’을 내밀어 민중시에 악수를 청하고 있는 시인을 노래한다.
서평으로는 세 권의 색다른 책에 대한 글을 실었다. 너부리는 최세진의 재미있는 책,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를 ‘신나는’ 운동/욕망과 일상적 문화정치에 강조점을 찍은 ‘운동권’ 책이라고 평한다. 일상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일상에 대한 전복적 상상력을 발휘할 것을 제언하면서 말이다. 홍성태는 손호철 교수의 󰡔해방 60년의 한국정치, 1945-2005󰡕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좌파적 설명의 한 전범을 보여주고 있으며 반독재민주화의 역사적 전개와 초점을 맞추었던 이전 저작(󰡔해방50년의 한국정치󰡕)과는 달리 신자유주의문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박기순은 네그리의 스피노자 해설서 󰡔전복적 스피노자󰡕는 󰡔야만적 별종󰡕을 보충하는 것으로서, 네그리의 스피노자에 대한 혁명적 해석(정치적 사고와 다중에 대한 강조) 이후 다중의 집단적 주체성이 갖는 양상들을 설명한다고 한다.
글을 써 주신 필자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아카데미의 정제된 글보다는 오히려 주장이 강하게 담긴 글들이 진보평론에 실리고 있다. 오히려 이렇게 정제되지 않은 주장이 섞인 글을 통해 위장된 객관성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2006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