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특집주제로는 대중을 잡아 보았다. 과거의 대중에 관한 논의들, 맑스주의에서의 대중 논의 등에 관해서도 글을 만들어 보려고 하였으나 여의치 못하였다. 그래서 최근에 나타난 대중의 변화에 관한 글들로 채워가게 되었다.
먼저 윤수종은 ‘새로운 주체로서의 대중과 대중운동의 방향’에서 자발적 복종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정치사상의 흐름과 군중에 초점을 맞추는 대중론의 흐름을 언급하면서 후기 자율주의자들(특히 네그리)이 제기하는 대중(multitude) 개념을 정리하고 대중운동의 방향을 제기한다. 맑스주의의 계급 개념을 확장하려는 대중 개념을 제기하고 대중 주체에 근거한 네트워크 형태의 운동과 조직화를 제시하고 있다.
곽노완이 번역한 하욱의 “일반지성과 대중의 지성”은 후기자율주의자들이 대중 개념의 이론적 근거로 지목한 ‘일반지성’에 대한 개념적․ 분석적 설명을 제시하고 비판하려 한다. 전반부만 번역된 이 글에서는 맑스에게 ‘일반지성’ 개념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를 밝히려고 한다. 사실 ‘일반지성’에 대한 논의는 대중의 지성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 비물질적 노동화 속에서 공통성의 형성에 대한 논의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조동원은 “융합미디어 환경에서의 대중 주체의 변화”에서 인터넷뿐만 아니라 디지털미디어 제작수단들이 보급되고 TV가 인터넷이나 핸드폰과 만나는 미디어 융합 환경의 변화를 강조한다. 이러한 융합 미디어 환경 속에서 수용자들의 처지와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뉴미디어자본의 행보 속에서,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출현해온 대중이 능동적이고 참여적인 주체로서 대안미디어를 활성화하고 대항공공영역을 확장해 갈 것을 제기한다.
권경우는 “월드컵과 FTA, 그리고 대중”에서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등장한 새로운 대중에 주목한다. 월드컵이라는 스포츠를 통한 집단성의 경험을 공동체에 대한 지향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읽어내려는 보수와 진보의 공통된 입장에 대해, 필자는 그 안에 내재하고 있는 개인정체성과 다양한 차이 및 가능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미FTA 반대와 KTX여승무원의 해고 반대, 대학등록금 인상 반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반대 등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뿌리를 잡아당기면서, 대중의 다양한 경험과 차이들을 드러내고 그 감수성의 표출과 욕망의 코드를 읽어나갈 것을 제기한다.
시평에서 김수행 선생님은 ‘우경화의 꽃이 만발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우경화에 반대하여 ‘민중의 이익을 옹호하면서 남북통일을 지향하고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더욱이 자본주의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제를 모색할 것을 권고한다.
이번 호에는 정세글을 세 편이나 싣는다. 그만큼 긴급한 사안들과 과제들이 있다는 느낌이다. 원영수는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바람(?), 그 실체와 전망”에서 최근 남미에서의 연이은 좌파정권의 수립은 일차적으로 지난 10여 년간 남미 전역을 휩쓴 반신자유주의투쟁들의 성과라고 정리한다. 새로운 민중운동에 근거하고 선거를 통해 수립된 좌파정권은 새로운 사회주의적 대안을 실현할지 제국과의 일정한 타협 속에서 체제내적 개혁을 수행할지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박영근은 ‘누가 조종(弔鐘)을 울리는가?’에서 을사조약을 맺듯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미FTA협상에 대한 과정을 비판한다. 좀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준비해야지, 쇼크요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배성인은 한미FTA와 함께 뜨거운 감자의 하나인 평택투쟁에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읽어내고 있다. 한국의 자발적 복종을 문제 삼으면서, 평택투쟁(미국기지확장 반대운동)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 운동이자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반대하는 운동이라고 의의를 부여한다. 그리고 FTA를 체결하면서 정치군사적 동맹체제 강화와 경제동맹을 결합시키고 있기 때문에 평택투쟁과 한미FTA 저지투쟁은 같은 지점에서 만나 공동투쟁전선을 이룬다고 한다.
발언대에서 문헌준은 “노숙인 문제의 현황과 전망”에서 IMF 사태 이후 노숙인이 발생했을 때 일시적인 현상으로 취급되었으나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분석한다. ‘거리 아니면 쉼터생활자’라는 단순화된 접근에서 벗어나 노숙인 문제를 대(對)빈곤정책으로 연결시킬 것과 노숙인 당사자의 주체적 움직임과 그에 대한 지지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윤선옥은 “KTX승무원, 희망을 부른다”에서 세잎클로버의 행복도 필요하지만 그 행복에 앞서 네잎클로버의 행운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 같이 갔다 다 같이 돌아오자!’는 피켓 구절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구호인가를 깨달았고, 철도노조의 때 이른 파업철회, 국가권력의 엄청난 폭력, 외주위탁이란 해괴한 고용방식, 철도공사의 승객의 안전에 대한 무감각, ‘여성’승무원에 대한 차별 등등에 맞서 ‘단 하나의 무기인 제 몸뚱이로’ 싸우면서 오늘도 희망을 찾고 있다.
일반논문으로는 4개의 글을 싣는다. 이종영은 “화폐·가치·계급”에서 자본가들이 노동력을 ‘노동가치’가 아니라 ‘정치적 가치’에 따라 구입하고 그러한 구입에 의해서 계급이 형성된다는 명제를 논증하고 노동력 가치의 문제를 원칙적으로 새롭게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병기는 “2006년 이탈리아 총선”을 분석하면서, 사민주의 정치가 약화되고 우파 정당들이 집권하는 유럽에서 이탈리아의 중도좌파의 집권을 이변으로 보고 있다. 선거제도 자체의 효과도 있었지만 젊은층·재외국민·남부주민의 승리라고 분석한다. 좌파와 우파 연립체로 치러지지만 각 연립체 안의 다양성 증가와 분극화 양상을 지적한다.
오창룡은 “들뢰즈는 왜 다시 전위를 이야기하는가?”에서 들뢰즈는 ‘전쟁기계’ 개념을 통해 ‘저항하는 민중’을 그려내고, 민중들은 정념에 이끌리기 때문에 ‘장인’ 개념을 통해서 전통적인 맑스주의에서와는 좀 다르지만 ‘전위’의 필요성을 언급한다고 한다.
최형익은 “한미 FTA, 공화국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한미FTA 사태를 87년 체제의 성립 이후 자본에 의해 줄곧 지속되어 온 구조조정 정치의 완결이라고 본다. 한미 FTA가 야기할 가장 중요한 정치문제가 주권훼손이며, 국가의 독자적인 사회경제적 정책능력을 상실케 하고 공공영역의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한미FTA 저지투쟁은 민족과 반미를 횡단하여 민주주의와 주권을 지키는 민중항쟁의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규정한다.
신설된 여성 란에서는 앞으로 여성과 관련된 글을 실을 예정이다. 여성란에서는 여성문제와 여성운동, 성차별구조 혁파와 관련된 주장을 담아내고자 한다. 이번에는 조이여울이 “진보적 여성단체의 위기”에서 ‘진보적 여성단체’가 보수화되고, 제도화의 물살을 탄 여성단체들은 흔들리며 비주류여성의 목소리가 소외되고 있지만 비주류여성운동이 생겨나는 것이 다행이라고 진단한다. 양대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진영은 여성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성차별을 해결해 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여성운동의 발돋움을 위해 여러 가지 제언을 하고 있다.
기획번역으로는 로렌 골드너의 “1973년으로의 회귀?-달러중심 축적체계 쇠퇴의 연속과 불연속”을 실었다. 골드너는 노동자투쟁주기가 끝나가던 1973년 이후 자본의 공세 속에서 만년 채무상태에 있는 채무자(미국)에게 끊임없이 재 대부함으로써 다가올 파산을 연기하는 방식으로(‘폰지 현상’) 세계적 축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지구적 자본은 ‘전지구적 차입매수’를 통해 전지구적 빈민들을 세계노동시장에 내몰고 임금압박을 자행하고 있다고 한다. 대안세계화운동에서 새로운 국제적 투쟁주기가 나타나며 다양한 노동자의 저항에 주목한다.
다시 읽기에서 남구현은 맑스주의 조직론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르게 읽자’고 제의한다. 현재적 교훈으로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경제주적의 투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지양 전략 속에 배치되어 전사회적이고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정치적 계급투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르포에서는 박수정이 “어느 낮, 대추리에 가다”에서 대추리 마을과 빈집들을 방문하면서 ‘흩어진 잔해들’을 그림 그리듯 얘기해 준다. 미군기지 철조망 앞에 그려진 주민들의 기억지도들, 까맣게 칠해져버린 철조망 앞에 붙은 ‘제한구역 출입금지’ 표지판, 담벼락 앞에서의 주민들의 다양한 모습들……. 평화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모습들을…….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전혀 다른 얘기들 같지만 어찌 보면 얽히고설켜 꼬리를 물고 있는 것 같다. 한미FTA 한국협상단 ‘실무자들’가 ‘한미FTA 협상 저지단’이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지고 같은 곳으로 갔다. 물론 그들은 서로 다른 세계화를, 서로 다른 세계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려 한다. 대추리에서도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를 위치는 대중들과 헬리콥터를 동반한 엄청난 군경이 대치하고 있다. 초고속열차는 여승무원 없이도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아마 언젠가는 승무원들이 전혀 없이 ‘무인’자동제어로 달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안에 탄 일부 사람들은 무인‘자동제어’를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지능보다는 인공지능을 좋아하고 줄기세포라면 목숨 걸지도 모를 일이다.
TV에서는 연일 월드컵 얘기와 대출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대출받아서 월드컵 응원가라는 것인가 보다. 시간대가 달라서 새벽에 방송되니 길거리나 광장, 운동장 응원이 쉽지만은 안을 텐데. 하긴 돈독 오른 매체들이 생방송으로, 녹화로, 하이라이트로, 편집해서, 반복해서 보여줄 것이고,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복제되고 변조되어서 백남준의 사이다 광고 뺨칠 것이니, 굳이 직접 보지는 안아도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무척 시끄럽다.
그놈의 것(월드컵)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슈퍼 주인 옆에 앉은 한 아주머니의 불평. 단지 그 한사람의 불평일까? 그러나 시끄러움 속에서 뭔가 생겨나지 않을까? 2002년 월드컵에서 응원경험이 가져온 새로운 대중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진보를 촉진할 것이라고 환영하지 않았던가? 물론 채 몇 년이 가기도 전에 자본에 포획된 그 대중의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말이다.
조용한 모습에서는 새로운 것이 생겨날 수 없을까? 사실 대중의 은밀하고 보이지 않는 다양한 활동,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다양한 그림자노동, 과잉 평가되지만 불법의 망에서 세금의 덫에 걸린 다양한 부정노동, 중요한 노동형태로 자리 잡은 자원봉사자들……. 응원 소리에서 빗겨가는 사람들…….
어쨌든 매체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탈매체(post-media) 시대를, 대안매체운동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대중의 움직임 속에서 다양성을 찾고 그 다양성 속에서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것들을 활성화 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6월 9일
편집위원장 윤수종